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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휴대폰 폭발' 건으로 삼성전자 직원에게 합의금 500만 원을 받았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이진영(28)씨가 7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심경을 밝혔다.
 지난 5월 '휴대폰 폭발' 건으로 삼성전자 직원에게 합의금 500만 원을 받았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이진영(28)씨가 7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심경을 밝혔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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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게 500만 원을 받은 게 떳떳하지 못했다는 누리꾼들 비판은 겸허히 수용한다. 하지만 삼성에 묻고 싶다.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나?"

지난 5월 '휴대폰 폭발' 건으로 삼성전자 직원에게 합의금 500만 원을 받았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킨 이진영(28)씨가 7일 오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심경을 밝혔다.

"현금 합의 물타기 하려 '블랙 컨슈머' 몰아"

'LG전자 AS 피해자 모임'(http://cafe.naver.com/lgsfree) 카페를 운영하는 이씨는 최근 휴대폰 사후서비스(A/S) 문제로 LG전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에선 그를 사실상 '블랙 컨슈머(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해당 기사에는 그가 LG전자에서 2건, 삼성전자에서 3건씩 휴대폰과 노트북을 환불, 교환 받았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타나 있다. 이씨는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라면서 기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관련기사: [이데일리] 삼성 LG를 벌벌 떨게 만든 '환불남' 등장 )

"난 얼리어답터다. 누구보다 먼저 제품을 사서 쓰다 보니 초기 결함을 많이 발견했고 회사 쪽에서도 결국 못 고쳐 미안하다며 환불해줬다. LG전자 휴대폰(시크릿폰)은 소비자 집단 민원으로 '리콜(무상 수리)'됐던 제품이고, 노트북은 고장이 잦아 3개월 동안 A/S센터를 무려 7번을 왔다 갔다 한 끝에 교환받았다. 삼성전자 휴대폰 가운데 1건은 내 명의로 회사에서 쓴 것이었고 나머지 1건은 재작년에 누전 현상 때문이었는데 출장 나온 A/S 기사에게 미안해 밥까지 사줬다. 이런 블랙 컨슈머도 있나?"

이씨는 오히려 이번 일로 삼성과 LG가 고객 사후서비스 자료를 공유하고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관리한다는 걸 스스로 드러낸 셈이라며, 개인 정보 불법 공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을 지적하고 A/S 규정대로 교환이나 환불 받는 게 무슨 잘못인가?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는 환불받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건 얼리어답터를 '블랙 컨슈머'로 계통화하려는 것이다. 얼리어답터가 제품 결함을 지적하지 않았으면 회사에서도 문제를 시정할 수 없는데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삼성쪽 위압적 태도에 두려움 느껴 언론에 알려"

이씨가 쓰던 삼성 매직홀폰(SPH-W830)이 집안에서 충전 중 불타버리는 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5월 14일. 며칠 뒤인 17일 삼성전자 CS센터 김아무개 차장을 비롯한 직원 3명이 찾아와 종로경찰서 앞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날 기자가 이씨를 만난 바로 그 장소였다.

이 자리에서 이씨는 해당 제품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5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이날 이후 상호간 민형사 소송을 하지 않고, 언론에 노출하지 않는다는 조건 등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다시 이틀 후 이씨는 삼성전자 서울중앙서비스센터장인 천아무개 소장으로부터 10만 원짜리 수표 50장이 든 쇼핑백을 전달받았다. 

한동안 잠잠하다 다시 김 차장이 이씨를 찾아온 건 지난 6월 28일. 김 차장은 외부 공인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분석 결과(문서번호: 10-2377-64) 폭발 원인이 휴대폰 내부 문제가 아닌 외부 발화에 의한 것으로 나왔다며 보고서 내용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요구했다. 이에 이씨가 보고서 내용을 모두 검토하고 동의해야 서명하겠다며 보고서 사본을 요구하자 결국 "분석 결과를 구두로 청취했다"는 자필 확인서로 마무리됐다.

이후 김 차장이 법무팀을 대동해 정식 확인서 서명을 요구하며 다시 만나자고 요구하자 두려움을 느낀 이씨가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이 모든 일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6월 28일 이씨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 내용 청취 확인서.
 6월 28일 이씨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 내용 청취 확인서.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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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합의를 깬 건 그쪽(삼성)이었다. 1차 합의(5월 17일) 때 이번 일로 다시 만날 일 없다고 했는데 2차 합의서(6월 28일)도 모자라 3차까지 요구해 위압감을 느꼈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도 찾아가고 시민단체에도 도움을 청했다. 그 과정에서 (삼성쪽은) 왜 언론을 만나느냐, 사장이 화가 나 있다며 법무팀까지 동원해 소송까지 검토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삼성쪽이 계약(합의서)을 파기할 수도 있겠구나 겁먹어 언론사에 제보하게 됐다."

"500만 원 삼성에 돌려줄 것... 소송하면 당당하게 맞서겠다"

이번 만남에서 김 차장은 5월 당시 사고 원인과 관련해 "직원들 사이에 일부러 불을 지른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까지 하며 이씨를 압박했다고 한다.

"당시 인위적인 것은 없었다. 충전 중이었지만 TTA 정품 충전기였고 집이 낡아 배선 문제 때문이 아닌가 싶어 당시 현장 조사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그쪽에서 거절했다. 이번에도 보고서 내용을 숙지하고 사인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안쪽 내용은 대충 훑어주고 결론 부분만 자세히 보여줬다. 사본 요구도 거절해, 가져온 확인서에 서명하지 않고 자필 확인서를 써서 사본을 받은 거다."

이진영씨는 새 휴대폰을 일부러 삼성-LG 것이 아닌 외산 HTC 것으로 바꿨다.
 이진영씨는 새 휴대폰을 일부러 삼성-LG 것이 아닌 외산 HTC 것으로 바꿨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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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500만 원 합의금 역시 삼성 쪽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민단체에서 제품을 넘겨줘선 안 된다고 해 거부했는데, 삼성 쪽에서 먼저 합의 보자며 '500만 원 어떠십니까?'라고 제안했고 인쇄된 합의서 양식까지 가지고 나왔다. 그래서 소비자 과실이면 500만 원을 돌려주겠다는 단서도 내가 직접 달았다. 이번에도 김씨를 만나 500만 원을 돌려주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그쪽에선 만류했다. 지금이라도 공탁을 걸어서라도 되돌려줄 용의가 있다." 

어릴 때부터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삼성전자 알라딘 286 컴퓨터를 시작으로 줄곧 삼성과 LG 제품을 써왔다. 하지만 최근 사건들을 계기로 새 휴대폰은 일부러 외산 제품인 HTC 것을 골랐다고 한다.

삼성 쪽에서 이번 일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이씨는 "법률적으로 가게 되면 거대 기업에 개인이 당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 바라진 않지만, 만약 소송으로 간다면 당당하게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삼성 "제품 회수 필요해 500만 원 제공... 고객이 먼저 보상 요구"

삼성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6일 "6월 28일 CS 담당자가 고객(이진영씨)을 만난 건 사실"이라면서 "외부 보고서에 제품 자체 문제가 아닌 외부 발화 요인으로 나왔다고 고객에게 설명하고 확인서를 받는 자리였고, 보고서 내용도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5월 합의금은 제품 발화 원인을 규명하려면 제품 회수가 필요했고 고객 쪽에서 먼저 보상을 요구해 와 500만 원을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에 대한 법적 대응 보도와 관련해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가 해당 보고서 내용 전문 공개를 요구하자 원문 공개는 곤란하다며 결론 부분만 짧게 읽어주는 데 그쳤다. 


태그:#삼성전자,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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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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