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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곡성역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 협곡을 따라 전국 유일의 관광용 증기기관 열차가 운행된다. 기차를 타면 아련한 추억도 함께 달린다. 둔탁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기적소리는 사람들의 추억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옛 곡성역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 협곡을 따라 전국 유일의 관광용 증기기관 열차가 운행된다.
 옛 곡성역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 협곡을 따라 전국 유일의 관광용 증기기관 열차가 운행된다.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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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을 달리는 기차는 호곡, 침곡, 가정역 등 섬진강이 숨겨놓은 골짜기 마을들을 지나게 된다. 길이 아니라면 세상에서 떨어져 깊이 숨었을 이 마을들은 철길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주요 관광지가 되었다.

호곡은 섬진강에 마지막으로 남은 줄배가 있다. 침곡은 레일바이크가 시작하는 역이 되었고 가정역은 섬진강 기차와 레일바이크의 마지막 종착역이 되었다. 섬진강 깊숙이 숨은 이들 마을들은 이제 섬진강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 되었다.

추억을 달리는 섬진강 증기기관차
 추억을 달리는 섬진강 증기기관차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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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아주 느리게 달린다. 아날로그 추억을 안고 기차는 시속 10km로 아주 느리게 달린다. 가정역까지는 13km, 기차는 25분여 만에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바로 옆은 국도 17호선이다. 자동차는 쏜살같이 섬진강을 달리지만 기차는 아름다운 풍광을 하나라도 놓칠새라 아주 느리게, 느리게 달린다.

증기기관차는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을 옆구리에 끼고 아주 느리게 달린다.
 증기기관차는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을 옆구리에 끼고 아주 느리게 달린다.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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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같은 풍경을 두고 <택리지>를 지은 이중환은 '천하에 둘도 없는 풍경'이라고 말했다. 하동의 섬진강이 하얀 백사장과 넓은 강줄기가 있는 멋진 풍광이라면 이곳 곡성의 섬진강은 신선이 꼭꼭 숨겨놓은 원시적인 비경이다.

차창 밖으로 섬진강 풍경이 느리게 들어온다.
 차창 밖으로 섬진강 풍경이 느리게 들어온다.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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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원의 섬진강 이야기가 구수하게 들려오고 기차 안의 사람들은 섬진강의 자연스런 풍경에 감탄한다. 사람들은 기차에서 파는 옛 추억들을 하나씩 사기 시작하였다. 가진 추억보다 추억을 만들 날이 더 많은 아이도 처음 먹어보는 쫀득이의 매력에 빠져든다. 기차는 느리지만 쉬지 않고 우직한 소처럼 철길을 달린다.

추억의 쫀득이를 먹는 아이
 추억의 쫀득이를 먹는 아이
ⓒ 김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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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줄배가 있는 호곡나루가 보인다. 2년 전 이곳에서 강을 건넜던 기억이 났다. 철길이 강을 크게 휘어 감는가 싶더니 멀리 도깨비마을을 차창 안으로 끌어들인다.

호곡나루에는 섬진강에 마지막으로 남은 줄배가 있다.
 호곡나루에는 섬진강에 마지막으로 남은 줄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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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분들이 섬진강에 몸을 담그고 다슬기를 잡고 있었다. 강 하류인 하동 인근에서는 주로 재첩을 잡지만 이곳 상류에서는 다슬기를 잡는다. 한 땀 한 땀의 정성을 들이고 나서야 먹을 수 있는 다슬기는 섬진강이 준 맑은 선물이다.

섬진강에서 다슬기를 잡는 마을 주민들
 섬진강에서 다슬기를 잡는 마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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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달려도 기차는 종착역인 가정역에 도착하였다. 최근 가정역 인근에는 기차 펜션과 숙박할 곳이 많이 들어섰다. 가정마을은 섬진강 상류 쪽 두계마을과 함께 두가리라 불리는 곳이다. 도로가 놓이기 전에는 섬진강을 건너는 나룻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여름철 큰 비가 오면 불어난 강물로 며칠씩 고립되기가 일쑤였다.

가정역과 두계마을을 잇는 두가교
 가정역과 두계마을을 잇는 두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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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지난 1976년 6월에 계속되는 장미로 나룻배 밧줄이 낡아 마을사람 6명이 새로 밧줄을 매던 중 급류에 휩쓸려 모두 실종되었다. 이에 전라남도는 1981년 12월에 현수교 형식의 두가교를 건립하였다. 그러나 1997년 8월 집중호우로 교각이 붕괴되어 철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마을사람들은 기념비까지 세워 옛 두가교를 보존하였고 이후 이곳이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2003년에 다시 준공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옛 예성분교 자리에 야영장이 있어 가족단위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옛 예성분교 자리에 야영장이 있어 가족단위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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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역 인근에는 넓은 잔디밭과 옛 예성분교 자리에 야영장이 있어 가족단위나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강에서 낚시도 하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 탄다.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래프팅도 즐길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다.

강변에 천문대가 있다. 대개 천문대는 높은 산에 있다는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져버린다. 그만큼 이곳이 깊은 곳임을 알겠다. 30여분의 짧은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기차는 달린다. 기차는 꼬리에 레일바이크를 길게 매단 채 달린다. 침곡역에는 레일바이크가 길게 열 지어 있다. 1시간 30여분 만에 기차는 다시 곡성역으로 돌아왔다.

자전거를 빌려 섬진강을 따라 달릴 수 있다.
 자전거를 빌려 섬진강을 따라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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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팁 증기기관차는 왕복 6000원, 편도 4000원이고 입석도 가능하다. 4월에서 10월까지는 매일 운행, 3월, 11월은 토, 일, 공휴일에만 운영하고 12월~2월에는 운행하지 않는다.

레일바이크는 침곡역에서 출발하며 가정역에서 침곡역까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전체 5.1km로 2인승 1만5000원, 4인승, 2만2000원이다. 운행시기는 증기기관차와 같다. 자세한 내용은 레일바이크 061-362-7717, 증기기관차 061-363-6174, 9900에 문의하면 된다.

가정역에서 두가교를 건너면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자전거대여소가 있다.

덧붙이는 글 | 2010.6.19 여행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섬진강, #줄배, #증기기관차, #레일바이크, #호곡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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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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