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제발 이 지긋지긋한 징크스 좀 깨주세요."
누구에게나 남모를(또는 말하기도 이상한) 징크스가 한두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내게도 그런 징크스가 있으니, 선거권을 갖게 된 이후로 내가 찍은 후보 가운데 한 사람도 당선된 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하다못해(이렇게 얘기하면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시의원이나 구의원까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런 '역사' 속에서 살아온 내게 지난 6·2 지방선거는 또 한 번의 중대한 고비였다. 이번에야말로 내 삶에 따라붙은 지긋지긋한 징크스 가운데 하나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중대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선 사람들 가운데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건 이가 있었다. 아들 넷, 그 머릿수만큼이나 벅찬 교육의 무게에 눌려있던 내게 그의 공약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몇 년 전, 당시 신문이나 방송의 사회면을 장식하던 '기러기 아빠'들의 뒤를 따라 '펭귄 아빠'의 삶을 각오하고 아이들을 외국으로 내보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 나에게 무상급식이라는 공약은 교육현장에서는 물론 보통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임에 의심이 없다.
무상급식은 자라나는 학생들이 한 끼의 식사를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드러난 현실 외에도 우리 사회에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고 이를 풀어가는 새로운 양식의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노둣돌을 놓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다시 뇌리 한구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기억의 한 조각. '이번에도 내가 찍어서 안 되면 어쩌지….'
무상급식이라는 공약이 여기저기서 공격당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고민은 더 깊어만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내의 고민도 덩달아 커졌던 모양이다. 당장 2011학년도부터 무상급식이 이뤄지면 산술적으로 우리집은 매달 수십만 원에 이르는 급식비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
투표 당일 우리 부부는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한 마음이었다.
"하느님, 제발 이번에는…. 제 마음 아시죠.^^;;"
그리고 이튿날 나는 20년 넘게 나를 따라다녔던 징크스가 깨어졌음을 확인하고 모두에게 감사했다. 기러기 아빠들의 쓸쓸한 죽음에 대한 기억과 펭귄 아빠를 향한 결연한 각오, 세상을 향한 의구심 등 몸속 어딘가 쌓여있던 응어리들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족쇄와도 같던 징크스를 벗어난 상쾌함이란….
우리부부는 교육이 자라나는 아이들은 물론 우리 모두의 미래를 가꾸는 일이라 여기며 세상의 모든 부모들처럼 교육문제에 노심초사해왔다. 그런 우리에게 지난 6월의 기억은 가슴 벅찬 현실이자 역사의 새 장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부모의 느낌과 감동이 조금은 전이된 모양이다.
당장은 눈앞에 펼쳐지는 현실이 아니지만 바뀔 수 있고 바뀌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변화를 바랐던 모두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갈 책임은 그 희망에 표를 던진 우리 모두의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끝으로 나의 오랜 징크스를 깰 수 있도록 올바른 선택에 동참한 모든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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