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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8일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을 새 대통령실장에 내정했다.

 

50대 중반의 장관을 청와대의 새 얼굴로 내세워 당·정·청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계산인데, '임태희 체제'가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대통령실장 인선 결과를 발표하며 "국민소통과 서민친화라는 청와대 조직개편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인선으로, 중도실용·친서민 정책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임 내정자는 지난달 3일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부터 언론으로부터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돼왔다. 이동관 수석이 "처음부터 '임태희냐, 아니냐'의 문제였지, 여러 후보가 거론되지는 않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임 내정자는 대선이 치러진 2007년 이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해 12월 선거 전후 6개월 동안 대통령을 최근거리에서 보필한 만큼 대통령의 의중을 잘 이해하는 '신주류'로 우뚝 섰다.

 

임 내정자가 2008년 총선 출마 때문에 초대 비서실장직을 사양했지만, 대통령의 총애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통령은 2009년 9월 그를 노동부 장관에 입각시켰고, 같은 해 10월에는 남북정상회담 협의를 위한 '특사' 역할까지 맡겼다.

 

김영삼 정부 이래 13년간 유예된 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격 시행한 임 내정자의 '뚝심'도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과 맞아떨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복'이 많았던 임 내정자가 비서실장까지 맡게 된 것에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이제야 자기 사람 키우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5일자 <조선일보>에는 "여권 쪽에는 왜 이광재·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는가?"라는 대통령의 말이 보도됐다. 대통령의 측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가 '회전문 인사' 소리를 들으면서도 다양한 자리에서 사람을 키웠다"고 말했다. 6·2 지방선거 이전에는 대통령이 여권의 차기 주자들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기다렸다면 선거 이후에는 대통령이 청와대와 내각 개편으로 인물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해석이다.

 

대통령 총애를 한 몸에... 미네르바 논란 때는 '한 입으로 두말'

 

그러나 임 내정자의 중용을 국정쇄신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임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여당 정책위의장과 장관을 지낸 만큼 '민심 이반'에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처벌과 관련해 여론 흐름에 따라 말을 바꾼 것은 임 내정자의 '개혁성'을 의심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박씨는 2009년 1월 10일 검찰에 구속됐는데, 임 내정자는 3일 뒤 <아시아투데이> 인터뷰에서 "미네르바는 아주 불안정한 경제상황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있었다. 그런 현상이 확산되는 것을 대비해 현행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시 임 내정자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는 책임이 수반되는 자유"라며 "미네르바 구속이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익명을 사용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고 구속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박씨의 구속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끊자 같은 해 3월 31일 블로거 간담회에서 그는 "말을 잘못해 뭔가 잘못되면 학자는 권위에 상처를 입고, 공무원은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야 하지만 사법처리는 하지 않는다"며 처벌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임 내정자는 이어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거리인데 법원에서 영장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여당 정책위의장이 말을 잘못해서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정책위의장직을 내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지 나도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미네르바의 처벌에 내심 부정적이었지만, 정책위의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소신과 다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또한 임 내정자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과 함께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 대기업에 감세하면 전 계층으로 효과가 확대된다)' 이론을 신봉한 경제전문가다.

 

이 때문에 임 내정자는 "토지에 대한 과도한 징벌적 세제는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2009년 3월 8일 기자간담회)며 양도소득세 인하를 주장하는 등 부자감세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임 내정자는 작년 2월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 처리 등을 놓고 여야가 대치할 때 "금융과 미디어 분야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다. 이러한 개혁법이야말로 세계적 추세에 맞춰서 우리 경제를 살리는 약법(藥法)"이라고 주장했다.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골자로 한 미디어법은 "족벌신문의 방송 진출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거대한 금산복합체의 도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태그:#임태희,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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