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법인화 국립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학교(총장 조무제·울산과기대)가 오는 14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릴 이사회에서 총장의 정년 연장을 안건으로 다루기로 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개교한 울산과기대는 2년 전인 지난 2007년 조무제 총장을 초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현재 67세로 2011년 8월31일까지 4년간 총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현행 울산과기대 규정에는 총장의 정년이 65살로 돼 있어 70살로 총장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 요지다. 조무제 총장의 연임을 위해 정년 연장을 꽤하고 있다는 것.
울산과기대는 인구 110만 명에 4년제 대학이 한 곳뿐인 점을 감안, "울산에 국립대를 설립해 달라"며 시민 60만 명이 서명하면서 오랜 진통 끝에 설립된 대학이기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울산국립대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2000년초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대학구조 조정과 맞물려 그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울산에서의 대학설립이 어렵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학이 없는 곳에 대학을 세우고, 남는 곳은 통폐합하는 것이 개혁이며 지방분권"이라는 논리로 초지일관해 결국 교육부를 설득, 울산시민에 대한 국립대 설립 공약을 관철했다.
하지만 울산과기대 설립 후 시민 염원과 달리 전국 5% 상위 학생들만 소수 모집하면서 다시 한번 울산시민의 지탄을 받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번 울산과기대 총장 정년 연장 논란은 그만큼 울산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렵사리 이룬 국립대, 소수 학생에 혜택조용한 농어촌이던 울산은 지난 1962년 공업특정지구 지정 이후 10만명이던 인구가 110만명으로 증가했다. 전국 최고 GRDP(지역내총생산), 최고 수출도시 등 울산에는 갖가지 수식어가 붙었지만 인구나 도시규모에 비해 4년제 대학은 사립대학 1곳(울산대)만 있는 열악한 교육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1997년 울산이 전국에서 7번째로 광역시가 되면서 교육환경을 개선하자는 시민들의 열기는 더 높아졌다. 지난 2002년부터는 범시민 서명운동을 벌여 6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울산국립대 설립'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많은 정치인들이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울산국립대는 쉽게 설립되지 않았다. 울산에 4년제 국립대학이 들어서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 시민들의 염원인 울산과학기술대(울산과기대·최초 법인화 국립대학)는 이렇게 2006년 9월 설립 확정 후 2009년 3월 개교했다.
하지만 막상 두껑을 열고 보니 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랐다. 초대 조무제 총장은 세계 최고 대학을 기치로 전국 5% 상위 학생만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첫 신입생은 500명, 올해 신입생은 750명으로, 지역 학생들의 유학비 부담 개선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이런 울산과기대가 초대총장의 정년 연장을 꾀한다는 소식에 시민, 야당 등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에 먼저 기여하라는 것이다.
울산시와 울주군이 울산과기대의 지역 학생 수용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도 수천 억원의 지원금을 순차적으로 내고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총장 정년 연장 추진 보도 논란... "학교 사유화"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13일 논평을 내고 "울산과기대는 오는 14일 열릴 이사회에서 총장의 정년 연장을 안건으로 다룰 예정으로, 이러한 정관 개정은 현 조무제 총장의 연임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논란이 붉어지고 있다"며 "현재 조무제 총장은 67세로 내년 임기가 다하면 다시 총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정관 개정을 통한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자 이를 두고 학내구성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이어 "대학관계자에 의하면 타 대학도 70세가 넘은 사람이 총장을 하고 있고, 좀 더 능력 있고 명망 있는 총장을 유치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일부대학에서 연구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 정년을 연장한 적은 있지만 현 총장의 연임을 위한 정관개정을 추진한 전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말 유능한 총장을 유치하기 위한 조치라면, 굳이 부랴부랴 서둘러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며 "설령 현 총장의 연임 가능성을 위한 조치라고 해도 졸속적으로 서두를 필요없이 학내구성원의 동의와 합리적 평가제를 도입해서 평가부터 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울산과기대가 14일 이사회 정관개정을 신중하게 처신하길 바란다"며 학내구성원의 동의와 합리적 평가 없이 현 총장의 연임을 위한 정관 개정이라면 '학교를 사유화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울산과기대측은 "14일 이사회에서 총장 정년 연장 안건은 다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울산과기대 홍보팀장은 13일 통화에서 "이사회 안건을 알리지도 않았는데, 일부에서 미리 짐작해 이를 외부에 알린 것"이라며 "14일 이사회에서는 이 안건이 다뤄지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