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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 논란 속에 13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꽃다발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관치금융' 논란 속에 13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꽃다발을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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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현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어윤대 회장 선임 안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유강현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어윤대 회장 선임 안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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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회장이 구린내가 나니, 임시주주총회장에 들여보내주지 않는 것 아니냐."
"몇 십 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어윤대 회장 때문에 국민은행이 망가졌다."

13일 오전 9시께부터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곳곳에서는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노조원들과 경비원들 간에 충돌이 벌어졌다.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에 참석하려 했지만, 경비원들이 막아섰다.

특히 경비원들은 KB국민은행 주식을 가지고 있는 일부 노조원들과 몇몇 취재진의 임시주총장 진입까지 막았다. 노조원들은 "주주도 못 들어가고, 보도도 못하게 막는 주총이 어디 있느냐"며 "MB와 어윤대 회장이 다를 게 없다"고 외쳤다. 취재진은 "동네 새마을금고도 아니고, 국민은행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고 따졌다.

이후 임시주총 참석을 포기한 노조원들은 오전 10시 10분께 본관 1층 로비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실무에 대한 경험이 없고, 정치권의 개입으로 회장에 선임된 어윤대씨는 회장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어윤대 회장은 취임식 후 취재진과 만나 "회장 선임 과정은 정말 공정했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 KB회장 취임 어윤대 "청와대 압력? 모른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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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임시주총에서 어윤대 회장 선임... 노조 "회장 퇴진 운동 벌일 것"

10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KB국민은행 지부 노조원들이 어윤대 신임 회장 취임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10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KB국민은행 지부 노조원들이 어윤대 신임 회장 취임에 반대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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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지부 노조원들이 주주총회장으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타려다, 저지하는 경비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KB국민은행 지부 노조원들이 주주총회장으로 올라가는 승강기를 타려다, 저지하는 경비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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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주총장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였다. 주주 자격으로 임시주총에 참석한 유강현 노조위원장과 성낙조 수석부위원장은 연달아 발언권을 신청해 어윤대 회장의 퇴진을 주장했다. 이에 어윤대 회장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유 위원장의 시선을 외면했다.

유강현 위원장은 "최근 KB금융지주와 은행이 권력 실세들의 놀이터가 됐다, 법원에 어윤대 회장 선임 무효와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그의 뒤에서는 한 노조원이 '민간 금융회사에 웬 정권측근의 부당개입? 어윤대 아웃'이라는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활짝 펼쳤다.

이어 발언권을 신청한 성낙조 수석부위원장은 "KB국민은행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주인의식, 동기부여, 결속 등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어윤대 회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인사개입과 관치경영이 이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장과 행장이 되는 꿈을 창구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이 아니라, 관치로 대변되는 정치세력이 꾸고 있다"며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어윤대 회장은 결코 KB금융지주 회장이 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반대 의견에도 임시주총 의장을 맡은 강정원 KB국민은행장은 어윤대 회장 선임 안건을 신속히 통과시켰다. 그는 주주들에게 "이의 없습니까?"라는 말을 던진 후, "없습니다"라는 일부 주주의 답변이 들려오자 바로 "원안대로 통과됐음을 선언한다"고 발표했다.

'관치금융' 논란 속에 어윤대 신임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왼쪽)이 13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안이 통과된 뒤 이날 사임의사를 밝힌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악수하고 있다.
 '관치금융' 논란 속에 어윤대 신임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왼쪽)이 13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안이 통과된 뒤 이날 사임의사를 밝힌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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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윤대 회장은 연단 앞에서 밝은 얼굴로 주주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성낙조 부위원장이 주주들을 향해 "노조는 이 안건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역사의 죄인이 되는 임시주총장에 여러분들이 함께 있다"고 외쳤지만, 어윤대 회장과 강정원 은행장은 사진 촬영을 하고 곧바로 임시주총장을 떠났다.

이후 오전 11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어윤대 회장은 "저는 공선사후(公先私後, 공을 사보다 앞세움)를 좌우명으로 한평생을 살아왔다"며 "아무런 사심 없이 솔선수범하며 소통하는 변화와 혁신의 리더가 되어 KB금융그룹을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어윤대 회장, 청와대 개입 의혹 부인... "회장 선임 과정은 공정했다"

어윤대 회장은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회장에 선임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 회장이 회장추천위원회 의장인 임석식 서울시립대 교수를 찾아가 '청와대에서 결정됐으니 (KB금융지주 회장을) 나로 해 달라'고 했고, '다른 이사들에게도 전부 사인을 받아오라'고 임 교수가 요구하자, 청와대에서 전부 정리를 해 어 회장을 추천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어 회장은 처음에는 "(그와 관련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에 조담 당시 회장추천위원회 의장이 중국에 가 있는 제게 전화해서 'KB금융지주를 맡아 달라'고 했는데 '안 하겠다'고 했고, 6개월 전에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는 이사님들과 토론하고 질문을 받는 검증 절차에서 매우 힘들었고 곤욕을 치렀다"며 "선임 과정은 정말 공정했다"고 강조했다.

취임식을 마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 개입설'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취임식을 마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 개입설'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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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식을 마친 뒤 스크럼을 짠 경비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어윤대 신임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식을 마친 뒤 스크럼을 짠 경비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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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임석식 교수를 만난 적이 없다는 말이냐?"며 재차 묻자, 어 회장은 "임 교수를 비롯해 다른 사람도 봤다"면서도 "제가 어떻게 (청와대에서 결정됐다는) 그런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 제가 뭘 알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 교수와 1대1로 만나서 '잘 도와 달라, 내가 KB금융을 키우려고 한다'고 했다"며 "(회장 선임을 위한) 선거 운동을 하는데 '이사들도 사람인데, 다른 사람은 몇 번씩 이사를 만나는데 얼굴 한 번 안 보이면 어떡하느냐'는 말이 있어 이사들을 만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어 회장은 우리은행과 합병을 의미하는 메가뱅크론과 관련해,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다"면서도 "2~3년 이내에 기회가 온다면 이사, 주주, 임원들의 전략적 결정에 의해 (인수·합병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구조조정과 관련해 "사람이 많다고 해서 사람을 무조건 내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태그:#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청와대 인사 개입, #관치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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