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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친이와 친박이 싸워도 저렇게 싸운 적은 없었다."

 

김효석 의원(전남 담양-곡성-구례, 3선)은 잔뜩 뿔이 나 있었다. 차기 당권을 향한 주류와 비주류 간 세력 다툼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김 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 4일 저녁 뉴스에서 쇄신연대의 옥외집회 모습을 보면서 정말 화가 많이 났다"며 "비주류의 행태가 분파주의라면 재보선을 핑계로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지도부는 무책임하다"고 양쪽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 의원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뉴민주당으로 가는 길'이라는 3편의 글에서도 "열나서 못 참겠다", "국민들이 (6.2 지방선거에서) 마지막 기회를 줬는데 하는 '짓꺼리'를 보라"며 직설적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당내 대표적인 중도온건파로 차분한 의정활동을 해왔던 평소 그와는 다른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당 대표·대선주자 당권 도전 말아야"

 

당 대표 출마 채비를 하고 있는 김 의원은 정세균 대표,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 등 '빅3'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당 대표를 지냈거나 대선 후보까지 했던 사람들이 당 대표가 되려는 것은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당 대표가 되면 대선 경선 준비에 '올인'할 텐데 이는 퇴행적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차기 당 대표가 대선을 생각하고 당을 개인적인 목적에 쓰기 시작하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멀어진다"며 "개인은 당내 경선에서 이길지 몰라도 민주당은 다음 대선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차기 지도부의 임기를 2011년 말까지로 단축하고 공천권을 차차기 지도부에 넘기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면 당권과 대권이 자연스럽게 분리될 수 있다"며 "또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민주개혁진영이 통합해서 치르기 위해서는 그해 1월에는 통합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뉴민주당 정부'로 가는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아 당의 현대화 비전을 집약한 '뉴민주당플랜'의 산파역을 한 그는 "뉴민주당플랜에는 친환경 무상급식, 유아 보육 무상화, 비정규직 대책 등 세부적인 정책이 모두 망라돼 있다"며 "각각의 이슈를 선점해 민주당이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지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내에서 '담대한 진보' 등 노선 경쟁이 실질적인 해법이 없는 추상적인 이념 논쟁이 되서는 안 된다"며 "문제는 국민의 삶이다, 구체적인 해법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끝으로 "이번 전당대회에는 당원이나 대의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참여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이번에 부산 시장 선거에서 43%를 얻었는데 이렇게 새롭게 민주당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류-비주류, 당이 아니라 자기들만 이기는 정치를 한다"

 

- '뉴민주당으로 가는 길'을 연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를 향해 '하는 짓꺼리', '열나서 못 참겠다' 등 격한 표현을 쓰며 비판하기도 했는데.

"지난 4일 저녁에 뉴스를 보는데 쇄신연대 집회 장면이 나오더라. 연단에 오른 사람들이 당을 성토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화가 났다. 한나라당 친이와 친박이 싸워도 저렇게 싸운 적은 없었다. 당 지도부 등 주류들의 잘못이 분명 있다. 비주류가 전당대회를 준비할 기구를 만들자고, 당내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무책임한 태도다. 그렇다고 해도 3000명을 모아놓고 옥외집회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뭐라고 보겠나. 민주당에 철저히 등을 돌렸던 국민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겨우 우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런 좋은 기회,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호기에 당내 세력 싸움을 하나. 선거 끝난 지 며칠이나 됐다고."

 

- 그렇다면 쇄신연대를 출범시킨 비주류의 잘못이 더 크다고 보는 건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고 싶지는 않다. 비주류의 행태가 계파주의, 분파주의라면 재보선을 앞두고 있다는 핑계로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지도부는 무책임하다. 주류, 비주류 모두 자기들만 이기고 민주당은 지는 정치를 하려고 하고 있다."

 

- 당내 세력싸움의 뿌리가 '2012년 총선 공천권'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한번 생각해 보자. 이 당 대표를 지낸 분이, 또 대선 후보까지 했던 분이 왜 다시 당 대표에 도전하려고 할까. 한나라당에 그런 일이 있었나? 없다. 문제의 근저에는 공천권이 있다. 공천권을 갖게 되는 세력이 대선 경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당을 장악해야 자기 세력을 심어나갈 수 있다. 만약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당 대표가 되면 대선 경선 준비에 '올인'할 것이다. 그게 민주당에 도움이 될까? 퇴행적인 모습이다. 흑백텔레비전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당 대표가 대선을 생각하고 당을 개인적인 목적에 쓰기 시작하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멀어진다. 그런 당 대표 개인은 경선에서 이길지 몰라도 민주당은 다음 대선에서 질 수밖에 없다."

 

- 사실상 정세균-손학규-정동영의 '빅3'는 차기 당 대표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차기 대표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반드시 집권해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드는 게 최고의 선이다. 그 반대는 악이다. 그런 차원에서 정세균-손학규-정동영, 이 세 사람이 다시 당권에 도전하는 게 선인지 악인지 판단해 보자.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가기 위한 기틀을 만드는 데 '올인'하려면 사심 없는 지도부가 들어서야 한다. 새로운 정책과 비전을 보여주고 민주개혁진영의 통합을 이뤄내고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해 당의 기반을 넓히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당이 과거로 돌아가기보다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새로운 기관차를 달아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은 집권에 도움이 안 된다."

 

"2012년 민주개혁진영 통합 전당대회 해야"

 

- 8월말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차기 지도부 임기를 2011년 말까지로 단축하고 2012년 1월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공천권을 차차기 지도부에 넘기는 것 외에 다른 이유가 있나.

"먼저 그렇게 하면 당권과 대권이 자연스럽게 분리가 된다. 지금 대선까지 2년 6개월 정도가 남았는데 지금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자는 것은 무리다. 대권에 뜻 있는 사람을 강제로 당권에 도전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민주개혁진영이 통합해서 치르기 위해서는 그해 1월에는 통합전당대회를 해야 한다. 민주개혁진영의 통합 작업을 염두해 둔다면 임기 단축도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 정세균 대표가 이끌어온 2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 때문에 힘든 상황이었다. 정세균 대표가 어려운 조건 하에서 지방선거 승리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비주류의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비주류를 공식적인 논의 기구에 참여시키는 등 포용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 또 당 대표 임기를 끝내고 다시 당권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현실화하고 있어서 당황스럽다."

 

-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지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당권 도전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나는 항상 내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17대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이루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두 당이 통합이 안 되면 18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했다. 결국 '대통합파 9인회'를 만들어 민주당을 나와 제3지대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을 탄생시켰다. 18대에서는 민주당의 집권 플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민들은 항상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여달라고 하는데 그동안 민주개혁진영은 과거를 봐달라고 했다. 그래서 결국 심판을 당했다. 국민 삶의 아픈 부분을 풀어줄 수 있는 새로운 해법과 비전이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민주당이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당의 현대화와 새로운 플랜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내에 비전위원회를 꾸려 만들어 낸 것이 '뉴민주당플랜'이다. 여기에는 친환경 무상급식부터 교육, 복지, 환경 분야에 대단히 진보적인 정책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에게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을 믿어볼 만하다는 인식이 생긴다. 그동안 당내에서는 뉴민주당플랜에 오히려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내가 나서서 민주당이 꿈꾸는 미래를 알리고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희망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싶다."

 

- '민주당이 당명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의 경우는 '담대한 진보'를 내세우면서 민주당이 좌쪽으로 한 걸음 더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뭐라고 생각하나.

"뉴민주당플랜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그 안에는 친환경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유아 보육 무상화, 비정규직 대책 등 세부적인 정책이 모두 망라돼 있다. 그렇다면 이 각각의 이슈를 민주당이 선점하고 끌고 가야 한다. 민주당이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지 국민들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정동영 의원이 '담대한 진보', 천정배 의원이 복지국가라는 노선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의할 게 있다. 진보냐 보수냐는 담론이 추상적인 이념 논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에 국민들이 화낸 것은 이념 과잉 때문이다. 실질적인 해법이 없는 추상적인 말들뿐이었다. 문제는 국민의 삶이다. 중도냐 진보냐를 놓고 싸워봐야 얻을 게 없다. 구체적인 해법을 가지고 '뉴민주당 정부'로 가는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

 

- 뉴민주당플랜이 성장 지향의 우편향이라는 지적도 있었는데.

"뉴민주당플랜에는 진보쪽 가치를 대담하게 받아들인 것도 있고 보수의 가치를 일부 받아들인 것도 있다. 그게 성장이다. 하지만 이 '성장'은 보수가 말하는 성장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성장의 원천을 중소기업에서 찾고 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이다. 성장하려는 목적과 동력, 방법이 모두 다르다. 복지만 이야기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북유럽 국가도 낡은 복지라고 해서 수정해 가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 일반 국민들도 참여해야"

 

-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전 당원 투표나 결선 투표 도입 등 '전대 룰'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또 차기 지도체제에 대한 생각은?

"나는 전당대회에 당원, 대의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부산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43%를 얻었다. 이렇게 새롭게 민주당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차기 지도체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겠다. 다만 이 문제도 수권정당이 되는 데 도움이 되면 선이고 아니면 악이다. 이 시각에서 보면 답이 나온다."

 

- 과거에 가수 박진영 영입 추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는데 누구를 어떻게 영입해야 하나.

"그동안은 민주당이 불임정당 비슷하게 되면서 외부 인사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영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 내에서 큰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 진보 정당은 '노땅' 같은 냄새가 나서는 안 된다. 젊은 사람들이 최고위에서 파격적인 모습도 보이고 자유로운 진보적 가치를 가진 정당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내가 대표가 되면 이 문제를 확실하게 할 생각이다."

 

- 정세균-정동영-손학규 등 '빅3'가 모두 출마하면 경쟁이 버거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나에게는 세력이 없다.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당원들을 믿고 어떤 길이 민주당이 나아갈 길인가 설득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금 현재 당내 세력 다툼 속에서 불가능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그런 불가능한 일들을 국민을 믿고 하면 변화가 생기듯이 당원들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이게 당이 진화하고 새로워지는 일이다. 민주당이 과거로 돌아가고 고인 정당이 되는 것을 좋아하는 당원은 없을 것이다."


태그:#김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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