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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은 생활권이 대전이다

충북 도계탐사의 출발지 도청: 도지사 취임 플래카드가 보인다.
 충북 도계탐사의 출발지 도청: 도지사 취임 플래카드가 보인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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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청에서 출발한 도계탐사단 차가 청원군 문의면으로 들어선다. 얼마 후 문의면 마동리에 사는 이홍원 화백을 태운다. 이어 청원군과 보은군의 경계인 염티재를 넘는다. 염티는 소금고개의 한자식 표현이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소금을 메고 이 고개를 넘어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하긴 지금부터 오육십 년 전만 해도 소금장수가 있었으니까.

염티재를 넘으니 보은군 회남면이다. 우리 도계탐사단은 회남면 소재지로 들어가지 않고 571번 지방도를 따라 대전 방향으로 간다. 이 길은 대청호에 놓인 회남대교를 지나 법수리로 이어진다. 법수리를 지나면 충북과 대전의 경계를 넘어 대전시 동구주촌동으로 길이 이어진다. 주촌동을 지나 우리는 다시 대전과 충북의 경계를 넘어 옥천군 군북면 대정리 와정으로 간다.

도계탐사 지도: 아래 왼쪽으로 출발지점인 와정 마을이 보인다.
 도계탐사 지도: 아래 왼쪽으로 출발지점인 와정 마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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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계탐사의 출발점은 이곳 와정 마을이다. 차에서 내려 보니 대전에서 이곳까지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옥천군의 상당수 읍·면지역은 행정구역상 충북에 속하지만 생활권은 대전이다. 와정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세천을 거쳐 대전에 이를 수 있다. 세천(細川)은 일본의 수상이었던 호소가와 모리히로(細川護熙)가 자기 선조들의 고향이라고 방문하면서 유명해졌다.

꽃봉 가는 길에 만난 식물 군락

우리 도계탐사단은 와정 삼거리에서 도계를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이번 도계탐사는 거리가 짧고 강과 호수도 끼고 있고, 특별한 문화유산도 없고 해서 생태탐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생태전문가인 박재인 교수와 윤희경 선생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처음 산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사람 다닌 흔적도 분명하다. 오늘의 탐사에서 가장 높은 지점은 꽃봉으로 해발이 284m이다.

고염나무
 고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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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봉으로 가는 길 주변에는 솔나물, 불두화, 오동나무, 고염나무, 패랭이꽃, 청미래덩쿨 등이 보인다. 불두화와 오동나무, 고염나무는 사람들이 심은 것일 테고, 솔나물, 패랭이, 청미래는 자연 상태로 자라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이들 나뭇잎 사이로 주홍날개 꽃매미가 보인다. 어린 것은 검은 색에 흰점이 있는데, 성충은 등껍질에 빨간 색이 두드러진다. 이 벌레가 포도나무와 가죽나무에 큰 피해를 준다고 한다.

산을 조금 더 오르니 산불 흔적이 역력하다. 소나무 껍질에 그을음이 새카맣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잎을 피우고 사는 소나무들이 보인다. 아마 불기운을 덜 받아 물관까지 타지는 않은 모양이다. 물만 빨아올릴 수 있으면 나무는 산다고 옆에 있던 윤희경 선생이 말한다. 불이 난 곳에는 조록싸리 등 새로운 수종들이 번성하고 있다.

영지버섯 군락
 영지버섯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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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또 비목 군락이 발견된다. 아직 어린 나무지만 자라면 높이가 5~10m에 이른다고 한다. 잎을 따 반을 찢은 다음 냄새를 맡아보니 은근한 향이 풍겨 온다. 향기의 성분을 분석하면 향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주변에는 이러한 꽃과 나무 외에 버섯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영지버섯이다.

영지버섯은 7월에 나오는 건지, 뾰족하게 머리를 내민 것도 있고 어느 정도 갓을 펼친 것도 있다. 그런데 색깔이 아직 노랗거나 갈색이다. 그래서인지 영지버섯도 꽤나 예쁘다. 예전에 영지버섯이 유행할 때는 값이 꽤 나갔는데, 요즘은 인기가 옛날만 못하다고 한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딴 것을 모으니 크게 한 봉지는 된다.

하늘말나리 군락
 하늘말나리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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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숲 속으로 들어가니 이번에는 봉삼도 보이고 하늘말나리도 보인다. 하늘말나리는 나리과 중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주황색 꽃잎에 붉은 반점이 있고, 가운데 암술을 여섯 개의 수술이 감싸고 있다. 여름 한철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이다. 이 꽃을 길 주변에서 꽤나 많이 볼 수 있다.

풀이 무성해서 정말로 길을 찾기가 어렵다

길은 꽃봉을 지나 옥천군 군북면 방아실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도계를 따라 북쪽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길을 개척해야 한다. 이 길은 능선을 따가다다 대청호로 떨어진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길이 희미해진다. 사람의 출입이 없어서인지 마침내 길이 아주 없어져 버리고 만다. 앞에서 길을 찾는 연제환 선생의 고민이 크다.

숲을 벗어나 대청호로 나오는 탐사대원들
 숲을 벗어나 대청호로 나오는 탐사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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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앞서 가보지만 무성한 풀 때문에 길을 낼 수가 없다. 그나마 이곳이 사람이 살던 터전이었다는 것은 뽕나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뽕나무와 칡넝쿨을 헤치고 어느 정도 나가니 대청호가 보인다. 대청호에는 모터보트를 타고 다니면서 그물을 치고 낚시도 하는 어부들의 모습이 보인다. 요란한 엔진소음으로 인해 고기들이 다 달아날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는 숲길을 빠져 나가 대청호반으로 나간다. 도계가 바로 저 대청호 한 가운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청호 왼쪽은 대전시 동구 주촌동이고, 대청호 오른쪽은 보은군 회남면 송포리이다. 우리 탐사단은 대청호반을 따라 도계를 따라가려 시도한다. 그런데 바로 벽에 부딪친다. 호반 곳곳이 절벽으로 이루어져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청호반을 탐사하는 대원들
 대청호반을 탐사하는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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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과하는 방법은 다시 능선 쪽으로 올라 돌아가는 방법과 대청호를 배로 통과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그런데 능선에서 대청호로 내려오는데 고생을 해서인지, 감히 위로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다시 올라가려면 길을 낼 연장이 있어야 하고, 노력도 내려오는 것의 세배는 더 들어야 한다고 연제환 선생이 말한다. 걱정이다.

할 수 없이 도청 산림과에 근무하는 이재국 선생이 옥천군에 도움을 청해 본다. 군청의 대답은 도움을 줄 수는 있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기다리는 수밖에. 그런데 마침 대청호 건너편으로 모터모트가 한 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우리 탐사단원 중 이재국 선생이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한다. 몇 번 소리를 지르자 가는 듯하던 모터모트가 우리 쪽으로 온다.

가까이 오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충북 도계탐사단인데, 능선으로 올라가는 게 불가능하니 배를 좀 태워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을 한다. 그런데 마침 모터모트를 운전하던 사람이 우리 탐사단원인 충청리뷰 육성준 차장을 알아본다. 그는 충북도청 공보실에 근무하는 박종복 선생이었다. 그는 우리 탐사단을 도와주겠다고 흔쾌히 대답을 한다. 그런데 지금 타고 있는 모터보트는 2명 밖에 못타니 좀 더 큰 배를 가지고 와야 한다면서 돌아간다. 천만다행이다.

결국 모터보트를 타고 회남면 어부동으로

배를 기다리는 대원들
 배를 기다리는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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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기다리면 될 걸로 생각하고 우리 탐사단은 호반에서 기다린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다. 하는 일 없이 호반에 앉아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나는 신발을 벗고 물로 들어간다. 그나마 시원하다. 연제환 선생은 어디서 구했는지 물 속에서 어구를 하나 꺼내온다. 일종의 통발로 그 속에는 납줄개와 돌고기, 새우가 보인다.

대청호의 어류
 대청호의 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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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들 어류를 구경하고는 물속에 놓아준다. 탐사대원들은 또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돌던지기도 하고, 물에 떠내려온 공으로 공차기도 한다. 나는 호반을 다니며 식물상을 관찰한다. 물가라 그런지 메꽃이 눈에 띈다. 아직 장마가 제대로 오지 않아서인지 대청호의 수위는 낮은 편이다. 또 물이 부족해서 수질도 그렇게 좋은 것 같지는 않다. 해마다 8-9월이면 대청호 하류는 녹조현상으로 고생을 한다.

약 두 시간쯤 기다렸을까? 모터모트 두 대가 온다. 우리 탐사단은 두 팀으로 나눠 보은군 회남면 법수리 어부동으로 향한다. 원래 도계는 어부동 가기 전 왼쪽 능선으로 올라 국사봉(319m)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어부동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탄 모터보트가 가는 길을 따라 충북과 대전의 도계 나 있다고 보면 된다. 도계를 이루는 국사봉 탐사는 2주 후를 기약할 수 밖에 없다.

모터보트에 오르는 대원들
 모터보트에 오르는 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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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동에 도착하니 꽤나 많은 수의 모터보트가 정박해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모터보트 선착장이다. 우리 탐사단은 버스를 만나기 위해 571번 도로로 나가야 한다. 나가다 보니 서낭당도 보이고 금줄도 보인다. 선착장을 나와 도로 아래로 나 있는 굴다리를 지나니 법수1리 마을회관이 있다. 이곳을 동네 사람들은 어부동 날망이라 부른다.

이곳은 한때 민물고기가 많이 잡혀 여관, 음식점, 교회 등이 있는 번성한 동네였다고 한다. 민물고기 매운탕을 먹으려고 대전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차츰 고기가 덜 잡히고 찾는 사람들도 줄면서 한적한 마을로 변했다고 한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 역시 육십이 넘은 노인들 뿐이다. 호수가 한때는 마을을 번성케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을 떠나게 하기도 한 것 같다.

보트의 물결을 따라 충북과 대전의 도계가 나 있다.
 보트의 물결을 따라 충북과 대전의 도계가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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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충북 도계탐사, #대청호, #옥천, #보은, #모터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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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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