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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과 감동이 없어서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나라당 7.14 전당대회 후유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불과 2%p 차이로 안상수 대표에게 석패한 홍준표 최고위원이 공·사석에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옛날 야당 때 비주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걱정 좀 해야 할 거다"라고 선전포고한 홍 최고위원은 16일에도 안 대표를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전당대회가 치러진 지 이틀이 지났지만, 감정은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

 

홍준표, 연일 '독설'... "내가 당 대표 안 돼도 좋다, 안상수 무슨 정당성 있나" 

 

홍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화합의 중심 인물", "병역기피 행방불명자", "당을 청와대 집행기구로 전락시킨 인물" 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안 대표를 공격했다.

 

그는 "지방선거에 패한 뒤 당원과 국민의 명령은 한나라당이 화합하고 변화, 개혁하라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강성 친이들이 또 윗분들 뜻을 내세워 줄 세우고 조직 선거를 치렀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내가 당 대표 안 돼도 좋다, 안상수 대표 체제가 무슨 정당성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당대회 결과를 "정치 역행"이라고 푸념한 홍 최고위원은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그릇된 정책을 고치고 바른 소리를 하겠다"며 '비주류의 길'을 가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옛날 원내대표 시절처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용서치 않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홍 최고위원의 이런 반감에는 전당대회가 금권과 줄세우기로 치러져 당원과 국민들의 뜻을 외면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30%가 반영되는 국민여론조사 결과도 '친이직계'를 자처하는 주류가 왜곡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홍 최고위원의 반감은 당 대표 자리를 강탈당했다는 상실감으로 볼 수 있다.

 

당내에서는 안상수-홍준표의 갈등이 전당대회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 선거 뒤 남은 앙금은 시간이 지나면 풀린다는 낙관적인 생각이다.

 

'친박계'로 유일하게 당선된 서병수 최고위원은 이날 BBS <전경윤의 아침채널>에 나와 "아직 경선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열기가 가라앉고 냉정을 찾으면, 모두 한목소리로 한나라당을 국민 앞에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총리론-보수대연합', 사사건건 대립각

 

하지만 홍 최고위원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전당대회 뒤 첫 일정으로 잡힌 당 지도부의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에 홍 최고위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어진 회의석상에서도 그는 안 대표와 떨어져 앉아 거리를 유지했다고 한다. '독고다이'(홍준표)의 감정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석에서도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나한테도 조직이 생겼다, 청와대와 정부, 친이계가 하는 모든 잘못된 일에 내가 막고 나설 거다", "더러워서 전당대회 못 나가겠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안티 안상수'를 자처한 홍 최고위원의 발언을 살펴봐도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조심스레 언급한 '박근혜 총리론'에 대해 "그간의 정치행보와 맞지 않는다, 전당대회 득표용으로 한 발언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진정성이 없다"고도 했다. "비주류를 하되, 박근혜식 비주류를 하지는 않겠다", "박근혜 총리론은 늦었다"는 언급을 종합하면 그는 '박근혜 총리론'에 반대하고 있다. 안 대표와 분명한 각을 세운 셈이다.

 

'보수대통합론'에 대해서도 그는 "시대착오적 민자당식 발상"이라며 "옳지 않다"고 말해 안 대표와 반대편에 섰다. 1위 당 대표와 2위 최고위원이 사안마다 부딪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안 대표가 홍준표 최고위원한테 물려도 단단히 물린 게 아니냐, 안 대표의 당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혹스러운 안상수 대표, "시간이 해결해 준다" 

 

홍 최고위원의 강한 반발에 안 대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도 없다. 그는 15일 기자들과 가진 첫 간담회에서 "시간이 해결해 준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양보하면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 최고위원을 향해 "어차피 우리가 정권재창출 목표를 갖고 있다, 사명의식을 갖고 서로 불편한 점이 있다고 해도 풀고 서로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간접적으로 화해를 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홍 최고위원의 대답은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이지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다, 개인 감정과 한나라당을 위한 감정은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16일 라디오인터뷰)는 것이었다. 안 대표의 임기 내내, 한나라당을 위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태그:#한나라당, #안상수, #홍준표, #전당대회,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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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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