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갑천 가동보 어도에서 치어 수백 마리가 떼죽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엉터리 어도 설계가 그 원인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오후 대전 갑천 가동도 어도에서 물고기 수백 마리가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물위로 떠올랐다. 대부분 10cm 미만의 치어에 해당하지만, 물고기를 위해 만든 어도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하는 일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현장에 나와 죽은 물고기를 청소하던 대전시 하천관리직원은 "오염으로 인한 죽음은 아닌 것 같다, 어도에 약간의 물웅덩이가 졌는데, 물이 빠질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갇혀 있다가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어도에 생긴 물웅덩이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고기가 집단으로 폐사했다는 것. 실제 이곳 어도는 계단식 콘크리트 구조다. 10여 개의 칸으로 되어 있는 이 어도는 밑 부분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문제는 이 작은 구멍과 바닥에 약 5cm 정도의 턱이 있다는 것. 따라서 가동보의 수위가 만수위가 될 경우에는 이 각각의 칸에 물이 가득하게 되어 물고기가 쉽게 이동할 수 있으나 가동보의 물을 뺐을 경우에는 일부 가동보 칸에서 물이 고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 대전시는 엑스포 경관 분수 시험가동을 위해 최근 가동보에 물을 담수했고, 지난 15일 오후부터 수문을 개방했다. 이 과정에서 어도에 웅덩이가 생겼고, 이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치어들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장을 둘러 본 대전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은 "어도의 구조가 수위가 낮아졌을 때 작은 물고기들이 갇힐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요즘에 이런 엉터리 구조의 어도를 설치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자연형 어도로 자연스럽게 물의 흐름을 따라 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도록 설치하고 있다, 아마도 대전시가 지난해 전국체전을 위해 급하게 만들다 보니까 주변 환경이나 물고기의 생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어도를 만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히, 요즘에 이런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든 어도가 어디 있느냐,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아래의 구멍과 바닥이 턱이 져 있어서 물웅덩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도 어도의 구조를 문제 삼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작은 치어들만 죽은 것을 보면 어도의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아래 부분의 턱으로 인해 웅덩이가 생기는 것은 구조상 치어들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은 경사도 매우 완만하게 하고 자연친화적으로 어도를 설치하는 데 이런 점이 잘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도 조금 더 조사를 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어도설치를 담당했던 대전시 생태하천사업단 관계자는 "아직은 어도의 구조가 물고기 집단폐사의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현재 설치된 제품은 환경부의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아직까지 그러한 문제가 있다는 사례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설치 후 이미 1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어도 구조상의 문제라면 왜 그 동안은 문제가 없었겠느냐"며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제품을 만든 회사에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확인해,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