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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파업기간 중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성명에 참여한 최용익, 안성일 논설위원을 방송에서 하차시켜 사실상 보복성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MBC는 지난 15일 밤 인사발령을 통해 'MBC 논평'을 맡아 오던 두 논설위원을 각각 TV 편성부와 심의평가부로 발령 내는 한편, 신경민 전 뉴스데스크 앵커, 임흥식, 최명길 선임기자, 김성수 보도국 부국장, 임정환 정치 1부장 등을 논설위원실로 발령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 5월 3일 MBC 기자회 소속 취재기자와 보도영상 협의회 소속 카메라 기자 252명은 김재철 사장과 황희만 부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명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성명에는 두 논설위원을 포함해 신경민, 임흥식, 최명길, 김성수, 임정환 기자가 참여했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MBC 내부에선 사측이 인사권을 사용해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를 옥죄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있다.

 

연보흠 MBC 노동조합 홍보국장은 "특정인 한 명, 한 명의 인사에 대해 노조가 관여할 수는 없지만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사장에게 비판적이고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고, 우호적인 사람은 능력이나 회사 기여도에 관계없이 중용되는 일련의 경향이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당사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1981년 MBC에 입사한 최용익 전 논설위원은 유럽 특파원과 <100분 토론> 팀장, 미디어 비평팀장을 거쳐 논설위원을 맡아왔으며 직설적인 어조로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로 명성이 높았다.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인사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모욕주기 식으로 상당히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며 "뒤통수를 맞았다"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 했다.

 

다음은 최 전 논설위원과의 일문일답 전문.

 

- 인사발령 사실은 언제 알게 되었나.

"지난 15일 밤에 후배로부터 전해 듣고 알게 되었다."

 

- 사측과 사전에 인사 내용에 대해 협의 하지는 않았나.

"전혀 없었다. (인사발령을 통해) 나와 안 위원을 물 먹인 셈인데 그것도 상당히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과 시간도 아닌 저녁 7시 15분에 인사발령을 냈는데, 그것도 내 직속상관인 보도본부장과 논설실장이 휴가를 간 가운데 발령이 냈다. 정상적인 인사라면 사전에 개인의 의사도 물어보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일절 없었다."

 

- TV편성부 MD로 발령이 났는데(MD는 방송사 주조정실에서 방송 프로그램의 최종 송출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편성부 MD라는 직책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기자 직종에서는 가는 자리가 아니다. '머리 좀 식히겠다', '새로운 분야에서 공부를 좀 하겠다' 이런 식으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한 이렇게 인사 발령을 낸 전례도 없다."

 

- 일부에서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논평이 MBC 경영진에게 부담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엄기영 사장이 물러나고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내 논평의 논조를 문제 삼았다고 들었다. 나와 안 위원 이외에도 논설위원실에서 한두 명이 더 문제가 되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정리를 시키려고 했는데, 김 이사장이 '조인트 발언'으로 MBC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그 시기가 순연되었던 것 같다."

 

- 중견 전·현직 언론인들의 모임인 '새언론포럼' 회장을 3차례 연임하면서 '언론인 시국선언'을 주도하고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온 것으로 안다. 혹시 이런 활동들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닌가?

"지난 달 언론학자들의 모임인 '미디어공공성포럼' 토론회가 연세대에서 열렸다. 주제는 'KBS 무엇이 문제인가', 'MBC 무엇이 문제인가'였는데 MBC에서는 나와 이근행 노조위원장이 패널로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토론회 하루 전날 논설실장이 나가지 말라고 하더라. MBC 성토대회도 아니고 토론을 하자는 건데 왜 못 나가게 하느냐, 여태까지도 그런 토론회에는 (논설실장에게) 통보만 하고 갔다 오지 않았느냐 하면서 항의를 했다. 그랬더니 논설실장이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최 선배가 나가겠다고 하면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선 생각해 봐야겠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 속에는 징계나 인사상 불이익 같은 뉘앙스도 있었던 것 같다."

 

- 김재철 사장의 인사에 대해 MBC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많은 것으로 안다.

"내가 MBC 전체 인사에 대해 뭐라 말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 다만 이번 일만을 놓고 보면 나는 내년에 안식년이고 후년이면 정년퇴직을 맞는다. 안성일 위원도 마찬가지고. 이번 인사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논설위원들에게 모욕주기 식의 인사는 문제가 있다. 왜 순한 사람 화나게 하는가?"

 

한편, MBC 사측은 보복성 인사 의혹을 부정하면서 조직 개편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MBC 이진숙 홍보국장은 <미디어오늘>에서 "성명서에는 (논설위원)두 분 뿐만 아니라 여러 분들이 성명에 참여했고, 인사는 사전에 통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일각에서 그런 평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회사 차원의 조직적 필요에 의해 인사를 한 것이지 보복성 인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이 국장은 "(신경민 임흥식 최명길 김성수 임정환 기자 등은)선임 기자실이 없어지면서 논설위원실로 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송장악#MBC#보복 인사#최용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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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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