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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이 됐다. 막대한 혈세가 폭우로 떠내려갔다.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전국에 걸쳐 내린 폭우는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에도 영향을 줬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혈세가 장마와 함께 쓸려갈지 걱정이다. 특히 낙동강 유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4대강 공사 현장의 준설토와 오탁방지막, 준설토로 만든 임시 도로까지 다 쓸려갔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장마철 침수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4대강 유역 준설토 처리 문제를 줄기차게 지적해 왔다. 그런데 우려는 기어코 현실이 됐다. 많은 예산을 들여 파놓은 준설토는 이번 폭우로 쓸려 내려갔다. 언론의 환경감시기능이 느슨한 주말과 휴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국내 주류 언론을 자처해 온 보수신문들과 국민의 방송은 관심 밖이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최대의 국책 사업이다. 예고된 예산만 22조 원이 넘고, 그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4대강 곳곳에 쌓아놓은 준설토는 강물에 휩쓸려갔고, 공사를 위해 마련했던 임시도로는 유실되는 등 낙동강 함안보 가물막이 위로 강물이 넘쳤다. 그런데 평상시엔 잘만 달려가던 '현장르포'를 다루지 않았다.

 

조중동, 4대강 물난리 언급조차 안 해... 왜?

 

<조선> <중앙> <동아>가 주말과 휴일 사이에 빚어진 4대강 침수를 19일 지면에서 외면한 대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날 1면에 '4대강 장마철 공사 위험수위', '폭우로 4대강 공사장 2곳 침수'라는 기사를 각각 머리기사로 실어 대조를 보였다.

 

<한겨레>와 <경향>은 현장르포를 통해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었다. 이날 <조중동> 세 보수신문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을 일반기사와 사설을 통해 무게 있게 다뤘다. <조선>은 물러나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와이드 인터뷰 기사도 실었다.

 

오죽했으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이날 ''4대강 물난리', 조중동 언급조차 안 해'란 제목의 성명을 냈을까.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 국책사업과 관련한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의 속도전에 따라 예산이 추가로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언론은 더 관심을 갖고 환경감시기능에 보다 충실했어야 하지 않을까.

 

보수신문과 마찬가지로 KBS 휴일 저녁 메인 뉴스에서도 그런 보도를 찾을 수 없다. 18일 KBS '뉴스 9'는 '농경지 잠기고 이재민 '한숨'…곳곳 피해', '영남·서해안 지역 수해 복구작업 '구슬땀'' 등 호우피해와 관련한 뉴스를 내보냈지만,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이날 KBS는 4번째 뉴스꼭지를 통해 '함안보·합천보 공사 일시중단' 소식을 알렸지만 현장의 기자 목소리 대신, 앵커가 짧게 소식을 전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는 17일 '합천보·함안보 물에 잠겨‥ 4대강 사업 '전면 중단''에 이어 18일에도 '4대강 공사현장 '준설토 유실'‥공사 큰 차질'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다뤄 대조를 보였다. 

 

4대강 사업은 2012년까지 본 사업비만 22조2000억 원이 소요되는 어마어마한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추진 과정과 방식 모두 사업의 목표인 강을 살리자는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며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홍수피해, 예산낭비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비난의 강도를 높일 만하다.

 

그런데 서울의 거대 언론은 본체만체 외면하고 있으니, 누가 그들을 신뢰하겠는가. 그나마 일부 지역언론들이 환경감시기능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19일자 지면에서 묻어났다.        

 

[영남권]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빗물 폭탄 맞은 4대강"

 

주말 집중 호우로 4대강 사업 공사를 강행 중이던 낙동강과 영산강에 강물이 불어나면서 보가 완전히 침수되고 파낸 흙이 쓸려나가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이 지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도민일보> 19일자 사설 '빗물 폭탄 맞은 4대강 공사'가 실상을 제대로 짚었다. "보 공사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인근 농경지들의 침수 피해는 심각하기 짝이 없다"는 사설은 "함안군 칠북면 덕남리, 이령리, 이룡리 일대 낙동강 본류 근처의 논밭은 정확한 피해 면적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제했다.

 

이어 "두말할 나위 없이 무리한 공사가 빚은 재앙"이라며 "홍수 피해나 치수가 목적이라면 사전에 단계별로 예상할 수 있는 피해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책까지 마련한 상태에서 차근차근 공사를 진행했어야 맞다"고 사설은 지적했다.

 

사설은 또한 "더욱 놀라운 것은 거의 모든 언론이 입을 꽉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물길이 막히니 말 길 마저 막힌 것이다. 당장 닥쳐올 장마·태풍에 대책마련을 위해 말문부터 트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제신문>은 이날 '낙동강 함안·합천보 물에 잠겨 공사 중단'이란 제목의 2면 머리기사에서 경남과 낙동강 상류인 대구, 경북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강물이 불어나 함안보와 합천보 건설 현장이 모두 물에 잠겼다는 내용을 상세하게 전했다.

 

기사는 "함안보 아래에 있는 길곡면 마천리 길곡면사무소 맞은편 적치장도 강과 접한 부분의 준설토에 유실을 막는 덮개가 없어 일부 유실이 불가피하다"며 "길이 567.5m 높이 13.2m인 낙동강 18공구 함안보는 29%, 길이 322.5m 높이 9m인 20공구 합천보는 31.6%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충청권] "4대강 카드로 정권 심판론 부각?"

 

석면이 함유된 석재가 4대강 사업 현장 곳곳에서 사용됐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충청투데이>는 이날 3면 ''갈곳 잃은' 4대강 공사장 석면석재'란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1급 발암물질인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함유된 석재가 4대강 사업 현장 곳곳에서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반출과정에서의 허술한 처리로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며 속보를 내보냈다.

 

"지난 16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확인한 결과, 문제의 발암물질 함유 석재가 발견된 장소에서 약 1㎞정도 떨어진 공터에 다량의 석재들이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기사는 "이와 관련 충북도 관계자는 '해당 석산이 문을 닫아 석재를 반출할 곳이 없어지는 등 난감한 상황이다'고 해명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이날 <대전일보>는 '야 4당, 4대강 카드로 정권심판론 부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민주당 등 야4당 대표가 19일 회담을 갖고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공동대응에 나선다"며 은근히 부추겼다.

 

"이번 회담은 정 대표가 다른 야당에 제안한 것으로, 4대강 문제를 부각, 정권 심판론을 촉발시키려는 재보선 전략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기사에서 읽힌다.

 

[호남권] "막가파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

 

<전북일보>는 19일자 사회면과 기획특집면에 '문수스님 추모 및 4대강 생명평화 문화제'를 비중 있게 다뤄 시선을 끌었다. 지난 16일 저녁, 전주 오거리문화광장에서 열린 '문수스님 추모 및 4대강 생명평화 문화제'를 4대강 침수와 맞물려 이슈로 부각시켰다. 이 문화제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이 참여해 구성한 '4대강사업 중단 전북협의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신문은 기사에서 "문수스님은 완주 봉동 출신으로 조계종단으로 출가한 이후 수십여년간 선방수행에만 전념해 왔다"며 "하지만 '막가파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기사는 이어 "이날 이 자리에서 전북녹색연합 이세우 상임대표는 '강바닥을 파헤치는 약 30조원은 우리가 내는 세금이다. 그 세금으로 미취학아동 무상급식, 50만 초등생무료급식, 비정규직전환, 대학등록금 반값 실현, 저소득층 일자리제공 등을 실현할 수 있다'며 '4대강사업의 진실을 알면, 온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4대강사업중단 전북협의회는 지난달 23일, 환경파괴 예산낭비 4대강 사업을 중단하라는 6·2 지방선거의 국민적 요구를 이어받기 위해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 문화예술계, 정당 등 전북지역단체 최대의 연대기구를 구성하여 발족했다.

 

[강원] 북한 임진강 상류 댐에 온통 '촉각'

 

이 지역은 북한의 임진강 상류 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원일보> 등 지역 언론들은 "북, 임진강 상류 댐 아직 방류 안해"란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를 인용해 보도하는 등 북측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지역 언론들은 "북한이 임진강 상류 댐의 방류 가능성을 통보해왔지만 19일 오전 7시30분 현재 아직 방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군의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임진강 상류의 북측 댐에서 물을 방류한 정황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측지역에 비가 내렸으나 댐의 만수위는 아니어서 방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계속 속보를 내보내고 있다. 이처럼 언론은 늘 환경감시기능을 24시간 작동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기능과 방향은 제각각이다. 


태그:#4대강 침수,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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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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