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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3일 오전 11시 15분]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2010년 9월 1일자 교장 공모 대상학교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계획대로라면 전임교육감 임기 이전인 6월 30일까지 교장이 선정되어서 7월 중에 선정된 공모 교장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해야 합니다.

 

생전 처음 교장 공모를 한 우리 학교 교사와 학부모와 아이들은 그 어느 해보다 새로 올 교장 선생님을 무척 궁금해 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여름방학을 맞이할 때까지도 새로 선정된 교장 소식은 없었습니다. 궁금하긴 했지만 서울시교육청에서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교장공모이니 만큼 예정보다 좀 늦어지나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7월 20일에 '2010.9.1자 교장공모대상학교 교원 의견 수렴 실시 안내'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작성한 이 공문에 나와있는 교원 의견 수렴과 방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0. 9. 1.자 교장공모학교 교원 의견수렴 계획
 
Ⅰ. 추진 목적

○ 신임 교육감의 2010. 9. 1.자 공모 교장 최종 선정을 위한 참고자료 확보 

○ 공모 교장 임용을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

 

Ⅱ. 기본 방침

○ 지원자의 응모서류에 대한 해당학교 교원의 평가

○ 2차 심사결과 선정된 2배수 추천자에 대하여 실시

○ 단기간 내에 정확하게 실시하여 의견수렴의 공정성 제고
 

결국 서울시 교육청은 7월 하순이 된 지금까지도 공모 교장을 최종선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최종 선정을 위해 해당학교 교원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서울시 교육청이 실시한 '2010. 9. 1자 교장공모'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첫 번째로 '공개모집'이면서 '공개'하지 않고 진행한 문제점을 '전교어린이회장 선거만도 못한 서울시 교장공모'로 썼고, 두 번째는 심사과정의 문제점을 '교장공모 심사위원, 가장 중요한 자격은 백수?'로, 세 번째는 이번 교장공모가 짧은 시간 동안에 주로 지원자들이 낸 '학교경영계획서'를 보고 뽑게 될 수밖에 없었는데, 지원자들이 낸 '학교경영계획서'가 거의 비슷비슷하고 심지어 똑같은 내용이 많다는 것을 '서로 다른 사람이 낸 학교경영계획서가 똑같다니!'로 써서 올린 적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교장공모 과정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저는, 이번에 서울시 교육청이 내려 보낸 '2010.9.1자 교장공모학교 교원 의견 수렴계획'을 보고 이미 불이 활활 타고 있는 집 주인이 타고 있는 불을 끌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위에 휘발유를 뿌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견수렴'이라고 하니까 얼핏 보면 참 좋은 것이구나 할지 모르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때가 다 있는 법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시 교육청은 지금 의견 수렴할 때가 아니고 의견을 수렴해서도 안 됩니다. 왜 그러는지 지금부터 '2010.9.1자 교장공모학교 교원 의견 수렴계획'에 따른 문제점을 하나하나 따져 보겠습니다.

 

절차에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4월에 내려 보낸 '2010.9.1자 교장공모제 추진계획'을 보면 어디에도 교원 의견수렴 과정이 없습니다. 1차 심사는 학교운영위에서 구성한 '학교 교장공모심사위원회'에서 실시해서 상위득점자 3명을 지역교육청에 올리면, 2차 심사는 지역교육청에서 '교육청 교장공모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2명을 서울시교육청에 올리게 되어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그 중 한 사람을 교장으로 선정합니다. 따라서 이번 '교원 의견 수렴'과정은 계획에도 없는 것을 느닷없이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차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의견 수렴 방법에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진행하는 '교원 의견 수렴' 기간을 보면, 학교에 공문 온 날짜가 20일, 학교에서 교원들에게 통보한 날짜가 21일에다가 의견을 제시하는 기간이 겨우 이틀(2010. 7. 22-23)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의견을 내는 방법은 이메일입니다. 교원들이 작성한 설문지를 교감한테 이메일로 보내서 교감이 취합하여 지역교육청으로 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의견 수렴결과 처리를 아무도 모르게 교감 혼자 하게 되는데, 과연 교감 한 사람이 결과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을까요? 최소한 전체 의견 수렴은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공개된 장소에서 복수의 사람이 모여서 해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 당연히 의견 수렴 결과는 의견을 수렴한 대상자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짧은 의견 수렴 기간도 문제지요. 이메일로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은 "방학 중이라 어쩔 수 없었다(서울시 교육청 담당장학사 말)"고 하지만, 의견 수렴하는 방법으로 최악의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견을 수렴하는 대상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에 교원들의 의견 수렴하는 대상은 우리 학교에 지원한 전체 지원자 일곱 명도 아니고, 우리 학교에서 선정한 세 명도 아닌 지역교육청에서 서울시 교육청으로 선정해서 올린 두 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교장지원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면, 지역 교육청이 선정한 두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전체 지원자를 대상으로 해야 맞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하는 1차 심사에서 세 명을 선정할 당시에는 심사위원에 속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일반 교원들은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에 교장 선정과정에 참여한 심사위원들은 처음부터 일반 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대표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심사과정에서 지원자에 대해 철저하게 비밀로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처음부터 전체 지원자를 대상으로 일반 교원들의 의견을 들었다면,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사람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와서 지역 교육청이 선정한 두 사람에 대해서만 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수 없습니다.

 

의견을 수렴하는 내용과 설문 방법에 문제가 많습니다

 

교장공모 대상학교 전체 교원의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교육청이 보내온 자료는 지원자의 '자기 소개서'와 '학교경영계획서'입니다. 현재 학교는 방학을 했고, 교사들은 각각 흩어져있어 모일 기회가 없습니다. 의견 수렴 기한은 통보 받고 이틀간입니다. 자, 과연 교원들이 제대로 어떤 사람이 우리 학교 교장으로 오면 좋은지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까요?

 

의견 수렴 진행 상황을 보면, 교사들에게 '자기 소개서'와 '학교경영계획서'를 보내주고는  누가 더 얼만큼 좋은지 의견을 내라는 것인데, '자기 소개서'와 '학교경영계획서'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단지 이 두 가지 문서만으로 짧은 시간 동안에 누가 더 좋은 교장인지 절대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이번 서울시 교장공모학교 교원의견 수렴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설문지를 보니 더욱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어느 부분이 좋고, 어느 부분이 미흡한지가 아니라, 한 사람을 단지 '매우 좋지 않다', '좋지 않다', '그저 그렇다', '좋다', '매우 좋다' 로 표현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대부분의 설문지가 '가장 좋은' 내용이 가장 앞에 나오게 되어 있는데, 이 설문지에서는 헷갈리게 '가장 좋지 않은' 것이 맨 앞에 나와 있어 설문지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의견 수렴 결과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한다고요?

 

'2010.9.1자 교장공모학교 교원 의견 수렴계획'에 보면 이번에 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참고자료로만 활용한다'고 합니다.

 

설문지는 부분 부분 내용에 대한 의견을 쓰게 되어 있지 않고, 단지 눈에 보이는 점수(1, 2, 3, 4, 5점)로 표시하게 되어 있어서, 이번 의견 수렴 결과를 총점을 내면 우리 학교 교원들이 둘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가 담박에 나타나는데도 '참고로만 활용'하겠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결국 이번 의견 수렴 결과 교원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해도 그 사람이 교장으로 선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절차도 무시한 채 방학 중 짧은 기간동안에 느닷없이 교원 의견 수렴은 왜 하는 것일까요?

 

의견 수렴 조사 그 다음에 일어나는 문제는 더욱 큽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의견을 수렴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 의견을 수렴한 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지금부터 말해 보겠습니다.

 

의견 수렴 결과 예전 심사위원이 심사했을 때와 이번 전체 교원 의견 수렴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경우 서울시 교육청은 어느 지원자를 교장으로 선정할 것인가요? 제가 현장에서 보기에 심사위원이 선정한 등수와 교원들이 선정한 등수가 달라질 가능성은 매우 크기에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서울시 교육청이 둘 중 누구를 선정한다 해도 문제가 없을 수 없습니다.

 

심사위원회에서 높은 점수를 준 사람을 교장으로 선정하게 되면 이번에 전체 교원 의견 설문 결과와 상반되는 교장을 선정하는 것이 되고, 또 이번 전체 교원 의견 수렴결과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을 교장으로 선정하게 되면 처음 계획서와 다른 절차 위반이 됩니다. 아무리 봐도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는, 계획에도 없는 '의견 수렴'이라는 새로운 절차를 불법으로 진행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계획에도 없는 무원칙과 불법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면서, 의견 수렴 방법과 활용에도 문제가 많은 교장공모 대상학교 교원 의견 수렴 계획은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지금부터라도 서울시 교육청은 절차와 원칙을 지키면서, 사전 점검 미흡과 시행과정의 미숙으로 초래한 학교현장의 혼란을 줄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서울시 교장공모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네번째 글입니다. 네번째 글로는 교장공모가 가야할 길을 찾아보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서울시 교육청이 의견을 수렴을 한다는 공문을 내려보내서 이에 대한 현장 교사의 생각을 썼습니다. 


태그:#교장공모,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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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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