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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여당 중진의원의 부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그 당사자로 꼽힌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22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검찰이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이 사건을 인식하고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줄 것을 기대하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한 시간 전까지 파일이 삭제되는 등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검찰의 명예를 회복한다는 각오를 갖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달라"고 촉구했다.

 

남 의원은 아울러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땐 (본격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당 일각에서 자신과 더불어 사찰을 받았단 의혹이 제기된 정두언 의원에게 "(이 사건을) 얘기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공조 대응 가능성도 시사했다.

 

앞서 2008년 4월 총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퇴진 및 2선 후퇴를 요구한 의원들에 대한 뒷조사가 이뤄졌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당시 직접 이상득 의원을 찾아가 불출마를 종용했던 남 의원과 함께 '2선 후퇴'를 언급한 정두언·정태근 의원들이 사찰 대상으로 꼽혔다. 

 

이와 관련, 남 의원은 "차라리 내가 사찰을 당했다면 덜 화가 났을 텐데 부인에게 그랬다고 하니 화가 많이 났다"며 "먼저 고분고분하게 정치를 하지 않는 아들과 남편을 둔 가족에게 많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 가족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남들에게 책 잡히지 않으려고 조심히 살아왔고 선한 마음으로 살아오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사찰이건, 뒷조사이건 전혀 무섭지 않단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어 "보수가 가장 지켜야 할 자유와 인권 부분에서 일반인에 이어 국회의원까지 사찰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남 의원은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얘기가 왜 없겠느냐만 오늘은 말을 아끼겠다, 한나라당이 현재 매우 어렵다"면서 사찰 이유 및 배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당에서 제명 당한) 강용석 의원 파문이 터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불법 사찰 문제까지 불거졌기 때문에 짧게는 보궐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국민들이 당을 보는 시선이 따갑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공천 당시 이상득 의원 불출마를 종용했기 때문에 사찰을 당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제가 판단할 몫은 아닌 것 같다"며 "검찰이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수사하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남 의원은 그러나 "오늘 언론에도 (그와 관련해) 보도가 많이 됐는데 국민들이 그런 의혹과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대통령, 한나라당을 위해서라도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남경필 의원이 기자들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사찰 인지하고 있었지만 누가 하는지 몰라서 대응 못했다"

 

- 사찰 사실을 언제부터 인지했나?

"누군가가 날 조사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낌새는 있었다. 왜 내 주변이나 나의 일에 대해 근거도 없는 이야기들이 (증권가) 정보지에 떠다니고 정치권 내에서 회자되는지, 사실 굉장히 악의적인 얘기가 많이 나오고 해서 뭔가 좀 이상하단 생각을 그 무렵 중에 하게 됐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사찰)하는지, 어느 기관이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7, 2008년에 있었던 부인의 소송 처리 과정을 알아봤다는데.

"(어떤 소송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고 싶진 않다. 사업하다 송사가 걸렸다. 상대방이 2005년 횡령혐의로 걸었는데 무혐의로 결론났고 같은 사람이 지난 해에 또 횡령혐의로 고소됐는데 이 역시 무혐의 처리됐다. 깔끔하게 처리됐지만 그 과정에서 고생 많이 했다."

 

- 처음 사찰 정황을 인지했을 때 왜 대응 안 했나.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대응할 수 없었다. 사적 라인을 통해 누가 뒷조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정확하지가 않았다."

 

- 자신이 사찰 대상이 될 만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나.

"나름대로 깨끗이 살았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찰) 했으면 좀 덜 화가 났을 텐데 집사람을 그랬다고 하니 정말 화가 났다. 어머니도 많이 걱정하신다. 집사람은 이런 일이 다시 불거진 것에 대해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 계좌추적도 진행됐던 것 같나?

"돈 문제로 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잡스런 소문이 당시 많이 났다. 그 소문의 진원지가 항상 궁금했다."

 

"'형님 불출마 종용' 때문에 사찰했단 의혹도 검찰이 밝혀야 할 몫"

 

- 그렇다면 사찰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것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검찰의 몫이라 생각한다. 그런 것을 밝히지 못하면 검찰 수사는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할 것이다."

 

- 남 의원이 2008년 총선 전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했기 때문 아닐까?

"그것은 제가 판단할 몫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서 수사하는 것이 옳겠다. 오늘 언론에도 보도가 많이 됐는데 그것은 국민들이 그런 의혹과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정부와 대통령, 한나라당을 위해서라도 그 부분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가 더욱 더 중요해진 것 같다."

 

-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제기했던 '친박 사찰론'과 이번 사찰 관계 있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 언론보도를 보면 정태근, 정두언 의원도 뒷조사를 받았단 의혹 제기되고 있다. 이들과 공동대응할 것인가.

"아직 얘기를 안 해봤다. 정두언 의원은 지금 외국 나가 있는데 오늘 귀국하면 얘기할 것이다."

 

-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검찰 수사를 우선 지켜보겠다. 사실 당이 진짜 걱정스럽다. 이 사안은 단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길게 보고 가겠다."

 

- 검찰 조사도 봐야겠지만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할 때 아닌가.

"수사를 지켜봐야겠다. 검찰이 제대로 밝혀낸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그때 대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사실관계도 모르면서 누가 했다고 예단하고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태그:#민간인 불법 사찰, #남경필, #공직윤리지원관실, #이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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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오마이뉴스 사진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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