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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라, 왜 전화가 안 오지?'

 

현재 시각 오후 6시 10분. 이때쯤(퇴근시간)이면 아빠랑 놀기 위해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녀석에게서 "아빠 일찍 와?"하면서 확인전화가 와야 하는 데, 오늘따라 휴대폰이 조용하다.

 

길들여졌나? 매일 비슷한 시각에 걸려오던 녀석의 전화가 오지 않으니 뭔지 모를 서운함 비슷한 것이 아련하게 밀려온다. 남은 퇴근시간 20분 동안 휴대폰만 만지작 만지작. 6시30분 땡~ 치자마자 집으로 후다닥~. 근데 아들이 없다.

 

"놀이터 가봐. 아래층 형이랑 축구한다고 나갔어."

 

후다닥 옷 갈아입고 놀이터로 향한다. 저기 형들이랑 축구하고 있는 아들 녀석이 보인다. '짜식~ 축구하고 있었구만' 녀석을 보니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녀석은 아빠가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축구에 열심이다.

 

ㅋㅋ 그나저나, 녀석은 공 한번 잡아보지 못한다. 하긴 자기보다 4살이나 많은 형들이랑 축구하니 공 잡을 기회가 있을까. 하지만 녀석은 그래도 재밌는지 열심히 공 쫓아다닌다. 공 한 번 제대로 못 차는 녀석을 보며 '동생한테도 공 한 번 주지 좀'하는 서운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애들한테 그렇게 말 할 수도 없고.

 

'아, 이놈의 입방정!' 내 무덤 내가 파다

 

 

그런데, 이 상황이 나에게 후폭풍이 되어 돌아올 줄은 이 때 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도 못했다. 내가 온 후 한 30분 정도 더 했으니, 녀석은 대략 50여분 정도 축구를 한 것 같다. 형들도 하나 둘 집으로 가고, 녀석도 뒤돌아서 집으로 향하다 나를 보고는 달려와 안긴다.

 

여기까지는 분위기 최고. 그런데 요 놈의 입이 결국 화를 불렀으니. 나 딴에는 형들이랑 축구 할 때 녀석이 공 한 번 제대로 못 만진 것 같아 녀석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아까 보니까 너 공 한번 제대로 못 차더라. 헝아들이 너한테 공 안줬어?"라고 물으니, 녀석이 갑자기 울상을 짓는다.

 

아들 녀석은 금세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아마 내 말에 아까 놀 때 공을 못 찬 것에 대한 서운함이 새삼 떠오른 것 같다. 옆에서 아내는 왜 그랬냐는 듯  밥 한 공기보다 더 많은 눈치를 준다.

 

'어, 이게 아닌데. 어떡하지?'

 

결국 내가 벌인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해결책을 내 놓긴 했는데, 그게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얼떨결에 나온 말,  "아빠가 1시간 동안 축구해 줄게."

 

놀아준다는 말에 우울 표정과 웃음이 교차하면서 묘한 표정을 짓는 녀석. 아, 근데 내가 왜 그랬을까? 그냥 1시간으로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녀석의 표정을 웃음으로 완전히 돌리기 위해 나도 모르게 그만 무리수를 띄웠으니, "2시간 놀아 주께."

 

'깔깔깔' 숨 넘어 가는 아들, 저렇게 재밌을까?

 

녀석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탱탱축구공 가져 오고. 응~ 그 때부터 난 거짓말 안 보태고 꼬박 2시간 동안 휴식시간도 없이 축구를 해야만 했다. 마치 형들이랑 축구 할 때 공 한 번 제대로 못 찬 한이라도 풀 듯 녀석은 쉼 없이 공을 내 골문으로 찼고, 난 쉼 없이 녀석의 공을 막아야 했다.

 

"아들, 너 아까도 오래 했잖아, 안 힘드냐?"

"응, 하나도 안 힘들어. 빨리 해."

 

 

중간 중간 꼼수를 부려보기도 했지만, 이미 축구신이 강림한 아들 녀석은 지치기는커녕 갈수록 축구열정이 넘쳤다. 아따, 그런데 시계바늘에 자석이 붙었나 왜 이리 시간이 안 가는지. 한참 논 것 같은 데 시계 보면 겨우 10분 지나고, 또 보면 5분밖에 안 지났고.

 

 '에라~ 모르겠다.' 나도 '뻥뻥'. 공은 녀석의 얼굴에 맞고, 엉덩이에 맞고. 아빠의 활발한(?) 공격 모드에 더욱 축구가 재밌어진 아들. 뭐가 그리 재밌는 지 '깔깔깔'거리며 숨 넘어 가듯 웃는다.  

 

'거참~ 저렇게 재밌을까' 녀석의 자지러지는 웃음에 나도 모르게 웃는다. 녀석이 저리도 웃으니 더 웃기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는 헤딩으로, 발리킥으로, 온갖 쇼에 가까운 모습으로 녀석에게 슛을 날린다.

 

거실 굴러다니며 웃는 녀석. 숨 넘어갈까봐 그 정도에서 멈췄다. 녀석이 저리도 웃으니 나도 웃겼다. 그 웃음을 보면서 지금까지 두 아이를 키우면서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았던 내 생각은 오늘도 여전히 '그 생각이 옳다'라고 증명해 주었다고 믿는다. 

 

'아이에게 놀이는 최고의 행복이다. 우리는 공부로부터 그 행복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24시간 공부시킨다고, 과연 그것을 다 기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신나게 논 후에라야 학습에 대한 집중력도 더 높다. 그러니 실컷 놀고, 그리고 공부를 시켜도 시키자.'

 

 

 

덧붙이는 글 | 잠자러 가면서 아들이 하는 말, “아빠 내일 축구하고, 다음에는 탁구하자” 
그래서 다음번 이야기에는 ‘죽음의 레이스 탁구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태그:#놀이학습, #공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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