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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제가 된 초등학생의 뺨을 때려 넘어뜨리는 오아무개 교사.
 최근 문제가 된 초등학생의 뺨을 때려 넘어뜨리는 오아무개 교사.
ⓒ 평등학부모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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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중학교 교실은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양한 배경의 가정환경을 경험한 아이들과 다양한 성격을 지닌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너무 순진해서 잘못 대하면 깨어질까 두려운 학생도 있는 반면, 중학생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도 있습니다.

학교의 존재 이유는 "학교가 가르치고 배우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교사로부터도 배우고 친구들로부터도 배웁니다. 학교에 따라 사정이 다르겠지만, 제 경험상으로는 35명의 학생들 중 32, 33명 정도의 학생들은 최소한 학교가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란 정의에 동의를 합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조용히 하라고 하면 조용히 하고 집중을 하라고 하면 집중을 합니다.

"수업시간에는 조용히 해"... "싫은데요?"

하지만 아주 가끔씩 있는 일이지만 학급에서 한두 명의 아이가 학교가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라는 정의에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조용히 하라고 하거나 책상에 엎드려 있지 말라고 하면, "싫은데요?"라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그 학생과 실랑이를 벌이다 보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게 되고,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학교에는 이렇게 막나오는 학생들을 제재할, 그리고 선량한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 교사가 체벌이나 폭언을 하지 않는다면, 교실에서 나가라고 하는 방법과 학생부로 가라는 방법 정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생부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실 수 있는 분은 아닙니다. 학생부장도 다른 교사들과 똑같이 일주일에 20시간 정도의 수업을 해야 하고, 수업 틈틈이 비는 시간에 학생을 지도합니다. 어떤 교장 선생님들은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 하나 관리하지 못하고 교실밖에 내보낸다고 교사의 무능력을 탓하십니다.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실에서 감당할 수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교실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정도의 학생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문제의 뿌리가 교실에 있는 경우보다는 가정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에서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한다든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부모님이 가정에서 충분히 관심을 가져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교실에서 교사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교사도 감당 못하는 학생, 이를 어쩌나

어깨를 겯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체벌을 받고 있는 남녀 학생들.
 어깨를 겯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체벌을 받고 있는 남녀 학생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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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학생들 간에 힘센 아이들이 힘이 약한 아이들을 괴롭힌다든가 놀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그런 사안이 발생하기 전에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아이들 중에 괴로워하는 아이가 없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중학교 교실은 강자가 약자가 괴롭히는 동물의 왕국처럼 될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그렇다면 반복적으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돈을 뺏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로서는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강제전학(또는 권고전학)을 보낼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다른 학교에서 그 학생을 받는 것을 꺼리거나, 학생이 전학을 안 가겠다고 버티는 경우에 학교에서 강제로 그 학생을 전학 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중학교에는 퇴학이란 징계절차가 없기 때문에 퇴학은 시킬 수 없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고, 가끔은 제도를 악용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문제가 심각한 아이가 있을 경우 '수업진행도 어렵고 대부분의 선량한 학생들이 그 학생과 같은 교실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데, 왜 퇴학을 시키지 못하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문제가 심각한 아이들은 누군가가 보살펴 주어야 하는데,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그것을 교사의 책임으로 부담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교사들이 일반적인 학생 생활지도는 해야 하겠지만 교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학생들까지 교사들에게 생활지도를 부담시키는 것은 교사에게도 무리이고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또 다른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사실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학부모와 교사와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에 관해서 토론을 해본다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문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추가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려면 어느정도의 비용을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학생 전담 상담교사와 매뉴얼을 만들자

참고로 작년에 호주의 공립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호주 학교도 사람 사는 곳이라 비슷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호주의 교실에서는 어떤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거나 수업태도가 좋지 않으면 수업담당 교사는 그 학생과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이 전문상담교사가 상주하는 상담실로 보냅니다. 그 학생이 상담실에 가면 상담교사와 상담을 합니다.

호주의 상담교사는 수업을 하지 않고 학생 상담만 전문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학생부장님들처럼 학생을 교무실에 앉혀 놓고 수업을 들어가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담교사와 학생은 수업시간의 학생의 행동에 대해서 토론하고 그 학생이 바른 자세로 수업을 잘 받겠다고 하면 교실로 돌려보냅니다. 반면 그 학생이 수업을 계속 방해할 것 같으면, 상담실에서 상담교사의 지시에 따라 '사전 베끼기' 같은 과제를 수행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이후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고 상담교사와 협상이 잘 이루어지면 교실로 돌아가게 되고, 상담실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고치지 않고 주어진 과제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상담교사는 그 학생을 교장실로 보내게 됩니다. 일단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 교장실로 가게 되면, 교장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학교장에게 부여된 직권으로 부모님을 소환해서 가정학습 3일을 명합니다.

교장실까지 가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모님이 소환되는 상황까지는 원하지 않으므로 상담실에서 상담교사에게 수업태도를 바르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교실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로 문제가 심각한 아이들은 학교 밖의 상담기관과 연계하여 전문상담을 받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장은 이러한 절차를 교사, 학생, 학부모가 손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비치하거나 학교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문제발생시의 처리 절차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지도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교사 개인의 임의성을 줄일 수 있고,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사와 학부모간의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할 수 있도록 절차가 명확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젠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체계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수업을 하지 않고 학생상담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전문상담교사를 한 학교에 한명씩 배치해야 할 시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현재 교육청에 소속되어 여러 학교를 순회하는 상담교사는 있습니다만 그럴 경우 상담교사의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수업이 진행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인이 있을 때 어떻게 그 방해요인을 해결할까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훌륭한 교사 한 개인이 학생지도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우리나라 교실에서 체벌이 없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존재 이유가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면, 학교가 붕괴되지 않고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수단이 체벌이 아니라면, 교육행정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수업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는 시스템을 학생과 교사들에게 제공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태그:#체벌, #상담교사,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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