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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집권 중반기를 넘어가면서 국가기관에 의한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2009년 6월 18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국정원이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가게 등의 활동을 사찰하고 억압했다"고 폭로했으며, 2009년 8월 3일 평택역에서는 민주노총의 집회를 사찰하던 기무사 신모 대위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적발돼 기무사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연이어 폭로되었다.

국정원과 국군기무사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폭로 되었어도 '국가기관에 의한 민간인 불법사찰'은 자제는커녕 오히려 국가기관들에서 경쟁적으로 진행되었다.

경찰청은 2009년 7월 '보안 사이버 검색·수집 시스템' 강화 사업을 신규 발주했다. 경찰이 지정하는 특정 사이트의 게시물과 댓글, 아래한글·액셀 등으로 제작된 첨부파일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색·수집해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저장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2010년 4월 서울교육감 선거에서는 좌파 교육감 후보에 대한 좌파세력의 지원상황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사실 국정원이나 기무사 경찰청보안국이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사찰할 것이라고는 누구나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국무총리실까지 나서 민간인의 블로그까지 감시하고 대표로 있는 회사를 불법적으로 압수수색 하고, 전 정권의 주요 인사를 넘어 한나라당 4선 의원의 아내까지 뒷조사를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왜 자정기능은 없고 확대되기만 할까?

법원, 기무사 대위 폭행 혐의로 광운대 학생 '3년 6월' 선고 법정 구속

 기무사 앞에서 기무사피해자대책위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올해 초 기무사 신 대위 폭행혐의로 구소된 광운대 안중현 학생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기무사 앞에서 기무사피해자대책위와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올해 초 기무사 신 대위 폭행혐의로 구소된 광운대 안중현 학생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최석희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민간인의 집회를 사찰하던 기무사 요원을 폭행하고, 그로부터 사찰자료인 캠코더 필름과 저장장치를 빼앗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광운대 안중현(28) 학생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지난 23일 의정부 법원에서 열렸다.

의정부지방법원 임동규 판사(형사합의11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는 피해자(신0섭 대위) 등의 진술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장병을 관찰했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신 대위가 합법집회를 불법적으로 체증했다는 의미)했으면서도, "안씨가 신 대위를 폭행한 점이 인정되"나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나 우발적 범행이고 이로 인해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서"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합법적인 집회를 불법적으로 채증한 기무사 신 대위는 '피해자'가 되었고 국가기관의 불법을 적발해서 불법사찰의 증거를 민주노동당에 넘겨 '법적인 절차에 따라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본인에게 다시 반환 했음에도 안중현 학생은 '강도'가 되었다. 이는 법리를 떠나 사회적 통념에도 반하는 판결로 지독한 재판권한의 남용이다.

대한민국이 감시공화국이 되는 이유

기무사 민간인 불법 사찰이 폭로된 후에도 국정원의 패킷감청 논란과 우리나라 가수에 대한 사찰의혹이 연이어 폭로되었다. 국군기무사령부에서도 국정감사에는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자료를 국회국방위에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결국 10월의 국방위 국정 감사는 유야무야 그냥 넘어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민주주의 위기'를 거론할 정도였다. 민주주의의 구체적 위기라 할 수 있는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사찰 의혹이 구체적인 증거로 드러났음에도 맨 앞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신장시켜야 하는 국회는 무력했다. 당시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무사민간인불법사찰 피해자 대책위는 국회에 드나들면서 국방위 정보위 의원실 관계자에게 자료를 제출하고 브리핑 하였지만 작은 소득도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인권과 민주를 지키는 중요한 투쟁이 민주당의 정쟁 소재로만 이용 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치권이 이렇게 무력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니까 국가기관들 심지어 국무총리실까지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국민을 감시하고 위협하게 된 것은 아닐까?

스폰서 논란이 있는 검찰도 "민간인 불법사찰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기무사는 합법적인 수사 활동의 구체적인 물증도 제시하지 않았다. 불기소가 당연한데 대한민국 검찰은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채증하던 기무사 신 대위의 주장만 믿고 안중현 학생을 기소했다.

재판기간 내내 변호인단은 당시 신 대위의 행위가 적법한 합법적인 수사활동인지 증빙해줄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는 안중현 학생이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하니까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해서라도 수사해 줄 것을 변호인이 요청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간단히 부정했다. 대한민국 법원은 헌법 질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이번 안중현 학생에 대한 재판에서 초점은 기무사가 적법한 범위 내 수사를 했는지 여부이다. 만일 기무사의 합법적 집회에 대한 채증이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이라고 하면, 기무사는 헌법 제5조의 '군의 정치적 중립 준수'의 의무를 위반하고 헌법 제8조에 의해 법률에 따라 보호를 받아야할 합법적인 정당에 대해 정치사찰을 감행한 헌법을 위반한 중대한 범법행위를 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법원의 판단에서는 무엇을 잣대로 해야 하는가? 헌법적 권리인가 아니면 헌법을 위반한 기무사 신 대위가 자신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을 물타기 한 '고발'인가.

결과적으로 이번 의정부지방법원의 형사판결은 합법적 집회에 참가한 시민을 오히려 강도상해의 가해자로, 민간인 집회를 불법으로 사찰하던 기무사 신 대위를 피해자로 둔갑시킨 전대미문의 잘못된 재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사법부 스스로 오욕의 재판으로 기록될 것이다.

무능한 의회, 편파적이고 오만한 검찰, 사회적 상식도 상실한 재판이 합쳐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사찰 공화국이 된 것이다. 21세기의 처음 10년이 얼마남지 않은 지금, 대한민국 사찰공화국의 오명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민간인사찰#불법사찰#감시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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