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기로 유명한 충남 유등천과 대전의 복수교 구간은, 금산의 진산과 복수 일대를 달려 수달이 살고있는 뿌리공원과 자연형하천구간이 있는 안영리를 통과하는 동안 자연스레 정화가 되어 더 없이 깨끗한 곳이다. 하여 여름이면 옛부터 멱 감는 이 많았고, 최근 주변에 들어선 아파트단지 주민들로부터 동네 물놀이터로 각광받을 만큼 최적의 피서지였다.
친수공간 확보가 생태하천복원사업의 가시적 성과라 여기는지 대덕구에선 금강변에 수영장을 만들어 영업을 시작했고, 유성구에선 유성천하류에 수영장을 만들고 있지만, 이 모두 조성비와 운영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가는 인위적인 시설물들이다.
그러나 바로 몇 해 전까지만해도 복수교 주변은 하천의 물길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연적 수영장, 한마디로 '강수욕'을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천혜의 장소였다. 하천바닥은 둥글둥글한 돌멩이요, 물은 위에서 봐도 투명하기 그지없고, 때로는 하중도 수풀사이의 물고기가 장단지를 간지럽히고 지나가는 등 동식물이 인간과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장소였다.
확실하게 달라진 것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던 그 복수교에 더 이상 사람이 찾아들지 않는다는 사실. 꼬맹이가 앉아 돌담을 쌓고 놀던 자리는 수위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어졌고, 투명해서 더욱 반짝이던 바닥자갈은 탁한 수질로 인해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변했다.
강수욕은 물을 접하고 물속 생물과 대화할 수 있는 '친수' 본연의 뜻에 충실한 행위이다.
대전시의 '3대 하천복원사업'은 물 속 환경은 철저히 배제된 물 밖 환경사업이다. 때문에 사람이 보기좋고, 이용하기 좋고, 편리해야 좋은 사업으로의 일방통행일 수밖에 없다. 멀쩡한 강수욕장을 파헤쳐서 물에서 나오게 한 후, 붉은 립스틱으로 짙게 분장한 길을 걷고 달리게 하는 것이 마냥 잘하는 줄 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달리기 좋은 자전거도로를 더 즐기면서 달리게 하기 위해 손대지 않기로 약속한 안영동 자연하천구간에도 분칠을 하고있다.
상류는 보존지역으로, 중류는 친수지역으로, 하류는 복원지역으로 하기로 한 합리적 약속도 지키지않는 대전시. 생태복원이라는 명분으로 시민을 우롱하고 말 못하는 생명들을 유린하는 대전시. 금강살리기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모든 생명 죽이기 사업은 대전의 깊숙한 곳까지 그 마수를 뻗치며 시민의 유등천 즐길 권리를 빼앗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최수경 기자는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