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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두리반에서 '자전거발전기'를 돌리고 있는 자원활동가들의 모습
 홍대 앞 두리반에서 '자전거발전기'를 돌리고 있는 자원활동가들의 모습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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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만 다이어트를 위한 헬스장이 아니다. 바깥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에 선풍기도 없는 실내에서 '자전거 발전기'를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두리반' 인권활동가들로 지난 21일 재개발 시행사 '남전DNC'의 기습 단전 조치에 끊긴 전기를 잇고자 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이곳 '두리반'은 유채림-안종려 부부가 운영하는 서울 홍대 앞 칼국수 집으로, 인천공항 경전철 공사로 지난해 12월 24일 주변이 강제철거를 당할 때 이를 거부하고 지금까지 가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자전거 발전기'는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실에서 제공해준 것으로 전기가 끊긴 누리반에 한 줄기 빛을 공급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전력 밖에는 생산할 수 없다.

화재 위험과 전염병에 무방비 상태

홍대 앞 두리반 건물 외벽에 붙은 대자보
 홍대 앞 두리반 건물 외벽에 붙은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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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현장을 찾은 기자는 바퀴를 쉼 없이 돌리고 있던 한 사람에게 다가가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선풍기 한 시간을 돌리기 위해 얼마의 노동력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헉…헉…힘든데 말 시키지 말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윗도리는 어느새 축축하게 젖었다. 한숨 돌리고 나서 그는 오히려 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저걸로 언제까지 전기 없는 생활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이 자전거가 전기를 얻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지만 생활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옷으로 얼굴의 땀을 훔쳤다. 두리반에 들어온 지 10분 만에 기자의 등줄기도 축축히 젖어 갔다.

전기가 안 들어온 지 8일째, 두리반 사람들의 생활에 불편한 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4월부터 두리반 활동하고 있는 유병주씨는 "밤에 전기모기향을 꽂을 수 없어서 모기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으며 더운 날씨에 갈증이 나도 안심하고 마실 물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활동가는 미지근한 보리차 물을 마셨다가 설사병에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불편한 생활에 덧붙여 위생 상태가 열악해 전염병이 우려되는 상태다. 유병주씨는 "쥐를 잡기위해 이른바 '찍찍이'를 설치했는데 곳곳에 쥐가 죽어 그 사체가 썩어가고 있지만 지하실은 너무 어두워 처리가 안 된다"며 전염병을 걱정했으며 "냉장고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음식들이 상해 이웃 가게에서 아이스 팩을 얼려와 아이스 박스에 넣고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유씨는 굵은 매직으로 대자보를 써내려 갔다.

"두리반은 현재 전기 없이 캄캄한 어둠속에서 썩어가는 음식 냄새를 맡으며 선풍기 바람도 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여름의 폭염을 죽지 못해 견디고 있습니다."

전기 중단은 인간의 기본권 침해

안종려 두리반 사장(전화 받는 분)과 조약골  등의 인권활동가들이 마포구청 4층 도시계획과 한 쪽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안종려 두리반 사장(전화 받는 분)과 조약골 등의 인권활동가들이 마포구청 4층 도시계획과 한 쪽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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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두리반 주인 안종려씨는 "단전으로 선풍기와 냉장고 등을 쓸 수 없어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한국전력에 전기 공급을 요청한 데 이어 26일부터 두리반 활동가 5~6명이 마포구청 도시계획과 사무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안종려 두리반 사장은 "구청에서 구 주민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전기를 안 준다는 것은 나보고 죽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안 사장은 "특히 인간에게 필요한 물, 전기, 가스 등은 기본 인권차원에서 보장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만든 구청과 한전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끝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 

곁에서 안 사장을 돕고 있는 조약골 두리반 인권활동가는 "한전 내부규정에 의하면 폭염과 혹한기에는 아무리 돈을 못 내도 전기사용은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사람이 버젓이 살고 있는데도 전기를 공급하지 않는 한전은 기업의 눈치를 보는 공기업의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28일 오후 3시, 한전 법무팀의 심의 결과에 의해 두리반의 단전 조치가 해제될 것으로 보였으나 한전 법무팀에서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두리반의 유채림 사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전 법무팀이 두리반에 와서 우리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그 현장을 보게 되면 이렇게 결정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덧붙이는 글 | 강민수 기자는 오마이뉴스의 12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두리반, #제2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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