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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불가사의니, 세계 3대 성인이니, 세계 3대 프리키커니 하는 이야기들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송도의 3대공원'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송도의 3대공원은 큰 형님격인 센트럴 파크와 고만고만한 아우들인 미추홀 공원, 해돋이 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얼마나 잘났기에 3대공원이라 하는걸까?

송도의 공원 3형제, 센트럴파크, 미추홀공원, 해돋이 공원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지역의 황폐함과 아파트가 송도의 주된 이미지일지라도 송도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훌륭한 쉼터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앞서 소개한 송도의 3개 공원들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스펙'을 가졌으니 대학생으로 치자면 학점 4.5에 토익 만점, 기타 자격증까지 두루 섭렵한 엘리트라 할 수 있겠다. 그 중 센트럴 파크는 그 규모와 시설 등으로 보아도 송도 3대 공원 중 큰 형님 격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려 하는 공원은 2순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미추홀 공원과 해돋이 공원이다.

탁트인 풍경과 전통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뒤에보이는 아파트는 묘한 느낌을 준다.
▲ 미추홀 공원의 전경 탁트인 풍경과 전통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뒤에보이는 아파트는 묘한 느낌을 준다.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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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고전의 미 '미추홀 공원'

미추홀 공원을 들어서며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정원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미추홀 공원을 이루는 건물들은 모두 전통한옥이고 곳곳에 설치된 여러 장치들도 전통의 미를 더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지형을 본떠 만들어진 미추홀 공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아파트들의 오만함에 겸손과 예를 가르쳐준다.

또한 최첨단 신도시라는 송도 속에 자리잡고 있는 미추홀 공원의 고즈넉한 전경은 공원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도시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쫓기는 듯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준다. 그러나 한옥건물이 공원을 채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단순히 전통이라는 콘셉트를 강조하며 이에 묻어가려는 공원일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미추홀 공원은 옛 선조들이 중시하던 조화의 미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극 속 가끔씩 깜짝 출현하는 현대문명들이 사극을 망치는 불청객이라면 미추홀 공원 속의 현대문명들은 미추홀 공원을 돋보이게 하는 감초 역할을 한다. 청사초롱 모양의 가로등, 항아리 모형의 주차 방지도구, 전통문양의 배수구는 단순한 전통의 답습을 넘어 현대와 전통의 조화를 보여준다. 때문인지 공원 뒤에 보이는 현대문명의 상징인 아파트는 전혀 반대의 의미를 지닌 미추홀 공원과 묘하게 어울리는 모습이다.

뒤에 보이는 높은 아파트가 묘한 느낌을 준다
▲ 미추홀 공원의 시작을 알리는 문 뒤에 보이는 높은 아파트가 묘한 느낌을 준다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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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놈' 사내아이에서부터 다례원까지

미추홀 공원의 전경을 살펴보자. 먼저 공원을 들어서면 소 등에 올라타 피리를 부는 사내아이를 만나게 된다. 뒤로 보이는 고고한 자태의 한옥건물과 안 어울리는 '상놈' 소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얼굴을 들면 탁 트인 잔디와 넓은 호수 그리고 커다란 한옥건물이 보인다. 그 시원한 풍경 속에 소 등에 올라탄 소년도 자연스러운 풍경의 일부로 녹아든다.

조금 어색해도 공원과 함께라면 이것도 좋다
▲ 피리부는 소년 조금 어색해도 공원과 함께라면 이것도 좋다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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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빠른 걸음으로 잔디와 호수를 지나면 조선시대 4대문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문이 서있다. 외양은 전통적이지만 안쪽을 들어서면 현대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문은 그늘이 되어 쉼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진 문의 난간에 기대 바라보는 호수는 시원함이라는 천연조미료로 더운 여름을 날려버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문을 지나면 또다시 탁 트인 시야가 공원을 찾는 이들을 반겨준다. 넓은 잔디밭의 양 옆에는 십이지신들의 조각상이 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신하가 되어 그들을 반기는데 익살스러운 모습의 십이지신 조각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도 커다란 재미가 된다.

십이지신을 지나치면 미추홀 공원의 진면모를 보게 된다. 전통한옥이 주는 시각적, 심리적 안정감은 공원의 가장 큰 기능 중 하나인 휴식의 기능을 극대화시킨다. 기와지붕의 정자 역시 달랑 1~2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사용 할 수 있도록 5~6개 이상을 준비해놓았다. 뿐만 아니라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등장할 법한 오두막도 배치가 됐다.

정자의 위치 역시 적재적소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미추홀 공원은 문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정자들은 산책로의 중간 중간에 위치해 있다. 이는 공원이 너무 커 산책이 힘들 때면 쉬어갈 수 있도록 해놓은 작은 배려이다. 또한 공원 내의 대부분의 산책로는 흙길이다. 시멘트 바닥과 우레탄 바닥만을 밟을 수밖에 없는 송도에서 훌륭한 산책로라고 할 수 있다.

미추홀 공원의 화룡점정 다례원
▲ 다례원의 입구 미추홀 공원의 화룡점정 다례원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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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던 것처럼 공원의 넓이가 넓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보게 될 것이고 많은 걸음을 걷게 될 것이다. 때문에 끝까지 걷는 게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볼 만큼 봤으니 돌아가자"라는 생각을 한다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지도 모른다. 공원의 끝에 남은 별채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맨 끝에 숨겨져 있는 이 별채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 한옥 한 채, 그리고 작은 연못과 함께 가부좌를 틀고 있다. 다례원이라고 하는 이 한옥에 들어오면 민속촌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공원의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는 다례원이야말로 공원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의 배움까지 함께하는 공원

미추홀 공원은 전통을 눈으로 보고 그 속에서 쉬어가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추홀 공원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한옥건물인 '갯벌 문화관'과 다례원에서는 전통문화 강좌를 개최하여 전통의 배움까지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서예, 대금, 단소, 생활다례 등은 보통의 공원과의 차별성을 보여준다.

미추홀 공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전통문화 체험장이다. 몽룡이와 춘향이가 눈이 맞았던 그네가 미추홀 공원에도 있다. 그네 외에도 널뛰기 등의 전통문화 체험코스가 있으니 한번 체험해 보는 것도 미추홀 공원에서 즐거움을 찾는 방법 중 하나 일 것이다.

미추홀 공원은 직접 경험하고 느낄 때 더욱 매력 있는 공원이다. 친구들 혹은 연인의 손을 잡고 미추홀 공원으로 가는 것도 멋진 데이트가 될 것이다.

연인이 없다고? 그것도 괜찮다. 인연은 미추홀 공원에서 만들면 된다. 잘생기고 마음씨 좋은 몽룡이를 노리는 춘향이라면 미추홀 공원에서 그네를 열심히 타보는 건 어떨까? 혹시 모른다. 정말 멋진 몽룡이가 그네 타는 모습에 한눈에 반할지도.

뜨는 해도, 지는 해도 못 보지만 사람을 향하는 해돋이 공원

넓고 푸른 공원전경이 인상적이다
▲ 해돋이 공원 전경 넓고 푸른 공원전경이 인상적이다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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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원의 이름이 해돋이 공원이다. 이름이 공원과 참 안 어울린다. 앞서 말한 미추홀 공원이 인천의 옛 지명과 어울리며 그 고고한 멋을 더욱 강조하였다면 해돋이 공원은 사실 그 이름부터 조금은 난감하다. 고층 아파트가 앞뒤를 막고 있는데 해 뜨는걸 어떻게 보나 싶었다.

이러한 의문은 공원 입구에 들어가면서 해소가 되었다. 공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가파른 언덕이 있다.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공원을 들어가는 가장 짧은 길은 가파른 언덕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일이다. "왜 이렇게 높은 언덕을 만들었나?" 투덜대며 오르는 순간 머릿속에서 이에 대한 의문이 풀렸다.

해는 지평선 아래에서 시작해서 점점 높이 올라간다. 공원을 입장하는 사람들 역시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 한걸음, 한걸음 조금 더 높은 곳으로 향해 간다. 그리고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섰을 때 잠시 숨을 고르고 탁 트인 공원의 전경을 감상한다. 이윽고 공원의 내부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다.

입구를 들어서는 행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사람들이 언덕을 오르내리며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공원을 찾는 사람 하나하나는 해돋이 공원을 비추는 해가 되어 공원을 입장한다. 해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만물을 소생하게 하는 중요한 존재이듯 해돋이 공원은 공원을 비추는 '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한 사람 한 사람에 많은 신경을 썼다.

많은 주민들이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 운동하는 주민들 많은 주민들이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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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공원이 최우선으로 신경을 쓴 사항은 공원 이용객들의 편안함이다. 넓디넓은 공원의 모든 산책로를 운동하기 좋은 우레탄으로 깔았고 자전거 타는 사람과 조깅하는 사람이 각자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도로를 나누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쉴 수 있는 많은 벤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많은 녹지를 만들었다. 참고로 해돋이 공원은 '2009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에서 인천시가 최우수상을 차지하는데 큰 공헌을 한 공원이다. 이는 아름다운 조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음악분수 속 넘치는 에너지
▲ 해돋이 공원의 하이라이트 음악분수 음악분수 속 넘치는 에너지
ⓒ 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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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공원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

미추홀 공원이 정적이라면 해돋이 공원은 매우 동적인 공원이다. 해돋이 공원에서는 여기저기서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피크닉, 잔디밭에서 아버지와 함께 축구, 야구 등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동적인 활동이 많다 보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의 웃음소리는 공원을 아름답게 한다. 언뜻 들으면 소음처럼 들리는 이 소리들은 교향악단의 음악보다 아름답다.

미추홀 공원에 다례원이 있다면 해돋이 공원에는 음악 분수가 있다. 세계도시축전의 유일한 볼거리라 하던 음악분수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이 분수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분수가 시작되는 시간이 되면 공원 관계자는 시작을 알리는 방송을 한다. 방송을 들은 아이들은 눈빛이 달라지더니 음악의 시작과 동시에 음악분수를 향해 우르르 몰려든다.

광란의 디스코가 따로 없다. 여기저기 소리를 지르고 뛰어 다니고 그러다 넘어지는 아이들도 여기저기 나온다. 신나서 웃고 소리 지르는 아이, 넘어져서 우는 아이, 놀다가 싸우는 아이들 모두가 각자의 순수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음악분수의 시작은 해돋이 공원이 내뿜는 에너지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음악분수가 시작되면 굳이 분수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물줄기들을 관람하는 것 외에도 음악분수 안에서 느껴지는 순수한 에너지는 사람들의 양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음악분수만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원한다면 야간방문을 추천한다. 조명과 함께 펼쳐지는 분수쇼는 황홀하다고 여길만큼이나 아름답다. 8시에 음악분수가 시작되니 참고하면 좋겠다.

해돋이 공원의 하이라이트인 음악분수가 끝나면 아이들은 어기적대며 엄마를 찾아간다. "지쳐서 집에 가겠지?" 했던 아이들은 어디론가 또 다시 뛰어가는데 그곳이 과학 놀이터이다. 밤에 몰래 와서 타겠다는 어른도 있을 만큼 재밌게 생긴 기다란 미끄럼틀과 문과계통 학생들에게는 생소한 과학기구들이 아이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해돋이 공원은 한걸음, 한걸음 나갈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 공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용객들이 공원을 즐기는 이유는 편의성도 있겠지만 해돋이 공원에서 웃고 떠들고 즐기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순수하고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는 게 우울하고 힘들다면 해돋이 공원을 찾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이고 순수한 에너지가 당신을 즐겁게 해줄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태그:#송도 , #공원, #해돋이,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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