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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시 별관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서울지역자활센터 기관장들을 비롯한 직원들과 이를 제지하고 있는 서울시 청원경찰의 모습.
 30일 오전 서울시 별관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서울지역자활센터 기관장들을 비롯한 직원들과 이를 제지하고 있는 서울시 청원경찰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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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시장이 되시겠다고 했는데, 당신 뜻을 거스르는 시정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오세훈 시장께서 설마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통합하는 시장이 되시겠다고 했는데, 행정편의적 공무원들이 자기 편하겠다고만 가장 가난한 이들과의 사업을 그냥 '내려꽂기'만 하고 있는지를. 설마 모르고 계시겠지요. 아신다면 이렇게 하실 리가 없지요. 만나 뵙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 또한 당신 휘하에 있는 그 공무원들이 막고 있네요."
- '서울시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 개제된 지역자활센터 직원이 쓴 글 중

'소통'을 최고 화두로 앞세운 민선5기 오세훈 서울시장 체제가 요란한 구호와는 달리 출발부터 '불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 예로 서울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자활과 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는 지역자활센터의 복지일꾼들이 '뿔'났습니다.

30일 오전 11시께, 성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서울지역자활센터장 31명 전원을 비롯한 자활일꾼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직접 면담을 요청하며 서울시청 별관으로 집결했는데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 사연을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합니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지역자활센터는 실업,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일할 기회를 찾기 힘든 취약계층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삶의 희망을 되찾고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관입니다.

"자활사업 경험 전무한 곳을 운영주체로..."

현재 서울에는 31개의 지역자활센터가 존재하고 있는데요, 제각각 구별로 나뉘어 있다보니,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활현장에선 구 단위 자활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수차례 광역자활센터의 설립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는 지난 2009년 광역자활센터를 설치하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서울시와 함께 보건복지부에 적극 요구해, 서울광역자활센터 지정을 성사시켰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만, 문제는 다음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자활현장과의 소통 없이 2010년 2월 돌연 서울광역자활센터의 운영주체로 자활현장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가 아니라 '서울복지재단'으로 선정했다고 일방 통보했습니다. 이에 자활일꾼들은 "현장 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전무한 서울복지재단을 운영주체로 선정하는 건 말도 안된다"며 반발했습니다. 자활현장의 요구는 살피지 않고 단지 서울시가 주무르기 쉬운 곳을 운영주체로 내세운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서울시의 행태는 자활사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할 뿐만 아니라,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의 시장면담 요구를 수차례 거부함으로써 민관파트너쉽을 저해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행정'에 역행하는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의 7월 30일 서울시장 면담 요구안 중


따라서 자활일꾼들은 지난 3월부터 이에 대한 시정을 촉구하는 시장면담을 요청했으나, 면담은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담당 복지국장과의 면담만을 허락했고, 결국 지난 3월 서울광역자활센터 운영주체의 합리적 선정을 위한 실무협의체(서울시, 서울지역자활센터협회, 서울복지재단, 시정개발연구원) 구성을 약속받았습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실무협의회가 진행됐으나 3차 회의부터는 6월 지방선거 일정으로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지난 6월 28일 서울시는 자활지원계획서 상 광역자활센터 운영주체를 또다시 서울복지재단으로 일방적으로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그간 서울시는 자활지원과장이나 복지국장 등을 통해 현장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자활사업의 이해와 경험이 있는 기관을 운영주체로 선정하겠다고 누누이 밝혀왔으나,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서울시 항의방문 현장에 있던 한 자활센터 직원은 "민관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서울시가 민관이 실무협의하던 내용을 무시하고 일방적 결정통보를 내리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오 시장이 중요 실적으로 내세우는 노숙인 대상의 희망의 인문학 사업서도 현장 의견은 듣지 않고 참여인원만을 앞세워 실적홍보에 열중했는데, 이번에도 현장의 실질적인 의견수렴보다 본인성과내기만 챙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습니다. 

일방통보, 밀실선정, 면담거부... "계속 이런 식이라면 싸울 수밖에"

30일 면담이 거부되자, 성사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며 시청 별관 로비에 대기하고 있는 지역자활센터협회 직원들의 모습.
 30일 면담이 거부되자, 성사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며 시청 별관 로비에 대기하고 있는 지역자활센터협회 직원들의 모습.
ⓒ 송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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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에 화난 자활일꾼들은 지난 7월 8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계속적으로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끝내 거부당했습니다. 결국 면담 성사를 위해 직접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서울시에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8일, 한 번 더 서울시장 면담 재요청 및 30일 오전 직접 방문 일시를 서울시에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29일 공문을 통해 "30일 오전 시장면담 및 방문은 촉박한 일정 계획상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번에도 거부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자활일꾼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서울시의 통보와 관계없이 30일 오전 직접 면담요청 방문을 실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날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자활일꾼들이 서울시 별관에 들어서자마자 청원경찰들이 막아섰습니다. 성난 자활일꾼들은 "그간 수차례 면담요청을 해왔고, 정당한 요구에 따라 방문했는데 왜 막아서느냐"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자활일꾼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서울시 측은 대표자 5명 정도만 비서실과 논의해, 오 시장의 일정 확인 후 면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도록 통보해 왔습니다. 그러나 비서실은 오 시장은 물론이고 부시장도 일정이 바빠 면담성사가 어렵다며, 일단 오늘은 돌아간 후 차후에 면담 일정을 잡아보자고 알려왔습니다.

그러나 자활일꾼들은 그간 수차례 면담요청을 해왔고 계속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며 돌아가지 않고 서울시 별관에 진을 치고 오전부터 계속 기다리는 중입니다. 현장에 있던 한 자활센터 담당자는 "부시장이 같은 건물에 있는데, 1분도 못 보겠다고 했다더라"며 "우린 부시장이라도 볼 때까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자활일꾼들이 이날 면담에서 서울시장에게 요구할 사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자활사업의 이해와 경험이 있는 기관을 운영주체로 선정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광역자활센터는 31개 지역자활센터 및 400여개의 자활사업단과 긴밀한 소통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자활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실서 운영주체를 사전 선정하고도 무성의한 자세로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를 문책하라. 민간의 대화요구가 거부되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자활사업이 성공할 수 있으며,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파트너쉽이 설 수 있겠는가?"

요구안 말미에서는 "충분한 소통과 이해를 통해 상호 산뢰하고 공감하는 시정을 펼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발언처럼, 우리는 광역자활센터의 운영주체가 자활현장과 충분한 소통과 이해를 바탕으로 결정되길 바란다"며 "선정과정이 합리적이지 못할 경우 31개 자활센터 모든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유독 '소통'을 강조한 오 시장이지만, 결국 이번에도 '소통'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태그:#오세훈, #서울시장, #지역자활센터, #복지,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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