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SAP ARIA(석수아트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다. 작품구상을 위한 밀도 깊은 고민과 토론이 이루어진 듯 테이블은 부산하지만 그 위엔 한낮의 나른함만이 가득하다.
7월의 뜨거운 뙤약볕 아래 석수시장은 정지된 영상처럼 시간이 멈춰진 풍경이다. 그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오 듯 느린 재생 화면처럼 오픈 스튜디오의 외국인 작가들도 천천히 움직였다. 주위 조건에 함몰 당한 것처럼 그들은 그렇게 석수시장의 풍경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돼 가는 듯했다. 그런데 그들은 왜, 무엇을 하려 석수시장에 모여든 것일까?
# 어떤 작가들이 참여했나
이안 존 허친슨(Ian-John Hutchinson)은 뉴질랜드 출신이다. 음향아티스트로서 주로 라이브 퍼포먼스 작업을 한다. 한국에는 두 번째다.
팔라시 바타르제(Palash Bhattacharjee)는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왔다. 여러 가지 작품재료를 이용한 퍼포먼스가 그의 관심분야. 타국에서 작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르쿠즈 베른리 사이토(Markuz Wernli Saito)는 일본에 거주하는 스위스 작가다. 한국은 2번째 방문. 일본에 살다 와서 일본과 흡사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음식문화에 관심이 많고 작업도 음식과 관련된 작업을 할 예정이다.
이바이 에르난도레나(Ibai Hernandorena)는 프랑스에서 멀티미디어로 작업하는 작가다. 원래는 건축을 공부 했다. 그래서 그런지 3D로 작업의 기본을 둔다.
막 빈센트 코지코(Marc Vincent Cosico)는 필리핀에서 고등학교 미술교사를 하고 있는 작가다. 페인팅과 조형미술이 전공, 이곳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할 예정이다. 석수시장 주변의 환경에 맞는 페인팅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짐 알렌 아벨(Jim Allen Abel)은 인도네시아 족자가르타시에서 온 사진과 영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그의 작품은 주로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스톤앤워터 같은 대안 예술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로라 쿠퍼(Laura Cooper)는 한국 오기 전 2년 동안 방콕에서 작업한 영국작가다. 퍼포먼스, 비디오를 기본으로 설치 미술이 전공이다. 사람들과 소통을 주제로 한 작품과 사람들 사이에 조정을 중심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 작가들이 느낀 안양의 인상
이들 작가에겐 안양은 미묘하면서도 이상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로라는 "이곳은 한편에는 고층 아파트도 있고 반대편엔 오래된 건물들이 공존해 있어 이상한 느낌을 많이 갖는다"고 말했다. 마르쿠즈도 "안양천을 따라서 흘러가는 물이 있는 반면, 산과 도로 주택들 모든 것이 공존해 이상한 감정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안은 "안양천에서 사람들이 자전거 타거나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자연 속에서 즐기는 모습들이 매력적이다"고 친밀감을 표시했다. 마르쿠즈는 "아직까지 벽돌로 지어진 저층의 집들이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한국적이면서도 약간은 서구적인 느낌도 느낄 수 있다"고 묘한 느낌을 전하기도 했다.
# 어떤 작업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나
석수시장은 안양에서도 낙후된 지역에 속한다. 그러기에 생활여건도 다르고 생활하기에도 쉽지 않은 점이 있다. 생소한 장소에서 쉽지 않은 작업들을 진행해야 하는 작가들. "어떤 내용으로 이곳에서 예술적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란 질문 앞에 동일하게 놓여 있는 듯보였다.
이안은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고, 이런 곳인지 생각도 못하고 왔다"며 "이런 기회가 왔다는 것은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계획을 세운 것은 특별히 없지만 낙후돼 있는 곳이라 이끌어 낼 요소가 많을 것이며 안양 안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들을 모아내는 것을 작업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짐 알렌은 "이곳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여기 사람들을 조금은 자극을 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며 "이 공간(석수시장)에서 만큼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로라는 "내 작품으로 인해 나와 이곳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들끼리의 소통도 커져 자연스럽게 주위 환경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지금 하는 작업이 통과된다면 마르쿠즈와 함께 낮은 건물들 옥상 위에도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마르쿠즈는 "어떤 작업을 할지 확실치 않지만 작품공유를 통해 열린 마음으로 모든 상황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나만의 유러피안 레스토랑을 만들어 음식을 만들어주고 시민들에게는 돈 대신 채소로 교환하는 교류의 장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뒤늦게 참여한 일본 작가 테츠로 카노는 "사람들이 발견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자신의 작품으로 발견하게 만든 후, 죽어 있는 공간마저 사람들이 대화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뜻을 나타냈다.
팔라시 바타찰지는 "시장 안에 돌아다니는 트럭을 개조해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 좋았던 기억들을 남긴 작품을 만들 계획이다"며 "이 공간이 개발을 통해 사라질 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의 기억만큼은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프랑스 작가 이바이의 마지막 말은 이들이 접근과 소통을 통해 석수 시장이라는 지역에서 실현 하려는 창작 작업의 본질을 보여주는 듯 했다. "우리가 만든 작품으로 인해 사람들이 예술을 다른 시각으로 봤으면 좋겠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이란? |
레지던스(residence)란 사전적 의미로는 거주, 거주지 등을 뜻한다.
특정 지역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머물면서 작업을 하거나 문화체험, 전시 등의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을 뜻하며, 예술가들이 함께 거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지원 및 창작지원 프로그램이다.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창작촌'이라 불기우기도 하고, '거주 프로그램'이라고도 불린다.
보통 주제가 정해져 있고, 예술 분야에 주로 활용된다. 그러나 그 외에 다양한 분야에 걸쳐 운영되고 있지만 예술 분야에서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교류 및 예술관계 기관 운영자들의 교류와 교육 등의 목표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한국에서 예술활동 레지던시는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초기에 폐교 등을 개조하여 예술가들에게 창작공간을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90년대 말 단순 공간지원이 아닌 창작 지원 및 작가 육성 등의 목적으로 한 민간 아트 레지던시가 활성화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전국적으로 공공미술관 등 여러 곳에서 아트 레지던시를 운영하게 되었으며, 최근에는 상업화랑에서도 이를 활용하고 있다.
초기 단순 공간지원사업에서 점차 창작지원의 성격을 가지게 되고, 국제교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예술 활동 레지던시는 그 기능과 역할이 다양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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