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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쓴 독후감을 대학입학사정관이 보고, 체험활동포트폴리오가 만점 성적표 부럽지 않을 만큼 창의인성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다. 교과부는 그간의 주입식 수업방식이 아닌 창의력과 인성을 강화하는 생각하는 수업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올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에 독서교육지원시스템(www.reading.go.kr)이 도입되고,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시스템(www.edupot.go.kr)은 올해부터 중고생을 대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앞으로 대학입시 전형자료로 활동된다고 한다. 그러나 좋은 취지로 시행된 제도가 자칫 입시 도구로 전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인교육을 위한 바람직한 방안은 무엇일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다.

 

주요대학 입시에서 논술과 구술면접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논술의 근간이 되는 독서토론에 대한 체계적 지도가 공교육에서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회 곳곳에서 사교육과의 단절을 부르짖고 있지만, 제도상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지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원형극장에서 생각놀이하기'란 이색 주제로  논술수업을 하고 있는 현직교사의 강의를 들었다. 부천시립꿈빛도서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공부를 신나게 하는 비법을 전수해 주는 특별강좌를 열었다. 7월 27일부터 7월 30일까지 수리, 외국어, 논술 등에 관한 전문가가 초대되어 공부비법을 소개했다.

 

7월 29일 부천시 원미구 중동 꿈빛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진행된 논술 강좌에는 학생, 학부모 등 100여 명이 참가했다. 강사로 나온 경기 이천 효양고등학교 서진석 교사는 시골의 열악한 환경에서 고3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토론논술반을 개설해 운영한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교과구분을 넘어서는 통합적 논술의 필요성을 실감했다. 논술이 단지 입시용 지식이나 기술만을 매개로 이루어지기보다 궁극적으로 가치관과 삶의 문제에 맞닿아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서 교사는 학원에서처럼 논술의 스킬은 생각도 없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창의적 관점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중점을 둔 것은 독서와 토론, 함께 책을 읽고 영화도 보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학생이 써온 글로 이야기를 나누며 지적유희를 떠나 삶의 교감에까지 다가가게 했다.

 

그의 논술지도법은 남다르다. 기술적인 논술지도가 아닌 토론중심의 독서지도에 가까웠다. 가타카, 모던 타임즈,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의 영화가 등장하고 감성적인 가사가 나오는 대중가요와 만화도 소재가 된다. 그림, 사진, 만화 등을 보고, 노래, 친구의 말을 듣고, 책, 신문기사, 칼럼 등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과정 거친 후 서 교사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했다.

 

# 네가 바라보는 세상이란 성냥갑처럼 조그맣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허전한 맘으로 돈을 세도 네겐 아무 의미 없겠지. 날라오를 하늘이 있으니

아, 내려오지마. 이 좁고 무서운 땅위에 내려오지마. 네 작은 날개를 쉬게 할 곳은 없어. 

- 가수 이상은이 부른 <새> 중에서#

 

활동1. 이 노래에서 인상적인 가사 부분에 밑줄을 긋고 그 이유와 전체적인 느낌을 적어보  자.

활동2. 이 노래와 소설 <갈매기의 꿈>나오는 조나단과의 관련성을 설명해보자.

 

활동3. 가수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 밤>을 들려주고 만화 광수생각을 제시문으로 준 뒤

이 노래와 만화 광수생각과 관련성을 설명해보자.

 

학생들에게 교실 안에서의 이런 활동은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논술은 학교 밖 놀이 못지않게 즐거운 학교안의 놀이였던 것이다. 인간, 행복, 죽음, 자유 등의 주제를 가지고 생각놀이를 한 결과 학생들은 물론 지도교사까지도 삶에 대한 성찰과 인생의 가치관에까지 변화가왔다.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을 통해 공부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생각놀이를 한 학생들 중 논술전형으로 서울대를 비롯,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도 나왔다.

 

서 교사는 "기왕 입시논술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공교육의 논술지도교사는 코앞의 입시에 끌려가기보다는 일상 속의 성찰로 긴 시간 동안 생각을 깊이 익히고 경험하는 수업에 충실해야 한다. 논술은 버리더라도 독서와 토론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책과의 대화는 교양인, 문화인으로 이 땅을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독서토론논술수업에서 독서와 토론은 필수다. 독서토론은 80만큼 중요하고 쓰기는 20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하며 2시간여 강의를 마쳤다. 


태그:#논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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