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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플래허티 캐나다 연방재무장관의 출장비 사용내역.
제임스 플래허티 캐나다 연방재무장관의 출장비 사용내역. ⓒ 캐나다 정부

최근 경기도의 어느 군수는 2008년 업무추진비 중 3350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은 적 있다.

이 군수는 언론사 기자 3명에게 40만원 상품권, 경찰서 정보과장에게 30만원 상품권, 그리고 군의회 의원에게 현금 30만원을 주는 등 업무추진비를 용도외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업무추진비를 주머니속 쌈짓돈 쓰듯 마음대로 사용한 사례는 한국 사회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업무추진비를 마음대로 사용하고도 '자율적'으로 이를 공개하도록 되어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캐나다의 FBI로 통하는 연방경찰(RCMP) 고위 간부는 지난 밴쿠버 겨울올림픽 기간중 한 회의에 참석하고 단돈 6달러(약 6천원)를 사용했다고 신고했다.

그럼 캐나다 고위공무원들이 이처럼 '짠돌이'식으로 업무추진비를 아껴 쓰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인터넷에 샅샅이 공개된 장관의 업무추진비

이는 바로 그들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인터넷에 샅샅이 공개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연방재무장관인 제임스 플래허티의 사용내역을 자세히 보자.

그는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3박4일동안 페루 리마에서 열린 북남미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그의 업무추진비 내역은 항공료, 호텔객실료, 다른 내륙 교통수단 비용, 식사비 등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총 3798달러에서 항공료 3375달러를 제외하면 3박4일간 그가 쓴 금액은 불과 423불(약 46만원)이다. 하루에 약 106달러(11만원)정도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10달러 25센트(약 1만1000원)인 것에 비추면, 연방재무장관이 최저임금 근로자가 하루 일하면 벌 수 있는 돈만큼만 사용한 셈이다.

캐나다에서 연방재무장관은 총리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지위로, 한국으로 보자면 예전 경제부총리격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최저임금이 현재 약 4천원인 한국의 경우, 총리의 해외출장에 하루 겨우 4만원 정도만 썼다면 믿을 수 있을까.

캐나다정부 홈페이지(www.canada.gc.ca)에 가서, 왼쪽 맨 아래 직무공개(proactive disclosure) 메뉴에 들어가면, 각 부처 장차관을 비롯해 고위 공무원의 출장비, 접대비 내역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캐나다 고위공직자들의 업무추진비는 사소한 것까지 낱낱이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사진은 오타와에 위치한 캐나다 연방의회 건물.
캐나다 고위공직자들의 업무추진비는 사소한 것까지 낱낱이 인터넷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사진은 오타와에 위치한 캐나다 연방의회 건물. ⓒ 캐나다 의회 도서관

6년 전 터졌던 '스폰서십 스캔들' 이후 도입

이 제도는 지난 2003년 12월 12일, 21대 캐나다 총리가 된 폴 마틴 자유당 당수의 취임식날 전격 시행 공포되었다. 장 크리에티앙 전임 자유당 정부의 오랜 집권기간을 통해 터져나온 '스폰서십 스캔들'이 도화선이 되었다.

'스폰서십 스캔들'이란, 장 크리에티앙 자유당 정권 10년동안 정부의 광고, 홍보, 마켓팅, 여론조사 자금의 일부가 자유당 정치후원금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연방 감사원장인 쉴라 프레이저가 감사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이 스캔들은 후에 정권이 현재의 보수당 정권으로 바뀌게 되는 주된 이유중의 하나가 되었다.

자유당 정부의 장기집권에 따른 부패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를 통해 간단히 정권을 교체한 것이다.

이 스폰서십 스캔들에 분노한 유권자들을 달래고 전임 정권과의 차별화가 필요했던 폴 마틴 총리는, 더 투명하고 책임있는 정부예산 집행을 약속하며 단 1달러도 낭비되는 세금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취임 직전 자유당 후원모금 대회에서도, 그는 "캐나다의 민주주의는 총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또한 어느 정당의 것도 아니다. 정당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캐나다 국민이다"라며 투명하고 깨끗한 정부를 약속했었다.

 단돈 '71달러'가 적혀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재무부 차관보의 출장비 사용내역.
단돈 '71달러'가 적혀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재무부 차관보의 출장비 사용내역. ⓒ 캐나다 정부

연방정부 이어 주정부도 인터넷에 공개

연방정부의 온라인 공개를 통한 투명한 세금 사용과 함께, 토론토가 주도인 온타리오주 정부도 올 4월1일부터 고위공무원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다.

주정부 산하 공기업인 온주복권공사 등의 고위 공무원 판공비 사용이 물의를 빚으며 시작되었다.

이들은 1달러짜리 장바구니, 7달러짜리 리필용 펜 등 소소한 것부터 와인 등 술값이 포함된 4000달러짜리(약 440만원) 저녁식사 비용, 체중감시 프로그램 회원비, 체력단련장 회원권, 골프장 회원권까지 업무추진비로 비용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과소비에 주민들이 분노했다. 이에 주 재무장관은 즉시 복권공사 사장을 해임시켰고, 이사장을 포함한 전 이사진이 사직했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고위공무원 판공비 공개방침을 밝혔을 때, 일부 네티즌들은 부정적이었다. 자유당 정부가 부정부패를 감추고 깨끗한 정당인 것처럼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술책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연방, 주, 시정부등 모든 차원의 정부에서 실시되어야 한다"라며 "늦었지만 공개방침을 환영한다"라는 긍정적인 의견이었다.

이런 캐나다의 유리알처럼 투명한 공개제도는 최근 유럽언론으로부터도 주목을 끌고 있다. 프랑스 <르 피가로>는, 자국 의원 2명이 판공비를 개인용도로 사용하다 물의를 일으켜 물러난 일을 보도하며, "캐나다의 공개 제도를 통해 캐나다 언론과 대중이 철저히 감시한다"라며 상세히 언급했으며,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도 더 나아가 "유럽 회원국들의 혈세로 유지되는 유럽의회나 유럽집행위원회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판공비도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판공비 내역, 요청해야 달랑 한줄 수준 공개"

안태원 한국투명성기구 기획실장은 최근 기자의 이메일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한국의 고위공무원 판공비 공개수준이 여전히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최근 각 부처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비교공개한 그는, 이것도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겨우 받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장, 차관 등의 판공비의 경우 일자, 금액 등 '달랑 한 줄' 수준의 공개여서 사용의 적정성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라는 의견이다.

한국 검찰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을 업무추진비 지불증빙 서류 허위작성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공무원노조의 고발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를 빼돌려 선거자금으로 부정사용했는지도 조사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비교해, 토론토 시의원들의 판공비는 인터넷에 낱낱이 공개된다. 심지어, 해당 영수증까지 스캔해서 올려놓아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들중 일부는 올해 11월말까지 4만6000불 가량의 예산이 이미 승인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6월말 현재 829달러만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업무추진비 사용에 신중히 임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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