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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5년 제작된 문헌 '울산부지지도'에는 현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일대를 신라시대 왕들의 휴향지인 '어풍대(御風臺)' 라고 기록하고 있다. 1800년 '경상도읍지'나 1871년 '영남읍지'도 마찬가지다. 1895년 고산자 김정호의 '청구도'에는 대왕암이 있는 울산동구 일산만과 전하만을 함께 '어풍대'로 기록하고 있다.

울산 동구 일산동 바닷가 일대는 문무대왕(비)의 수중릉이 있다는 대왕암을 비롯해 거북바위, 어풍대 등 기암괴석이 청정 바다와 어울려 절경을 이루는데, 이를 두고 기록한 것이다. 그만큼 울산대왕암공원 일대는 천혜의 천연경관으로 꼽힌다. 이런 점을 감안해 문화재청은 지난 3월 17일 "울산대왕암공원은 제 2의 해금강"이라고 극찬하면서 이곳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문화재청이 3월 15일 울산대왕암공원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 뒤 4개월이 지났지만 토목공사 여론에 밀려 확정을 못하고 있다. 대왕암 모습
문화재청이 3월 15일 울산대왕암공원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 뒤 4개월이 지났지만 토목공사 여론에 밀려 확정을 못하고 있다. 대왕암 모습 ⓒ 동구향토사연구회

하지만 1000억 원대의 예산을 들여 이곳 바다를 돌고래를 가두어 두고 육지 체험장과의 사이에 수중통로를 만들어 돌고래가 드나들도록 하는 등의 토목공사를 추진중인 정몽준 의원 계 동구청장의 반발이 심하다. (평생 이루기 힘든 '명승 지정'을 지자체가 반대하는 까닭)

명승지정 반대에는 대왕암공원 입구 상가 주민 및 지주 등으로 구성된 명승지정반대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송시상)도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주민반대 서명을 받아 문화재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의 실력행사도 불사했다.

최근 일부언론에는 "문화재청은 대왕암공원 명승지정으로 교육연수원이전, 고래생태체험장 등 기존 현안사업에 막대한 차질과 주민재산 피해 등이 예상된다는 동구청의 의견을 받아들여 명승지정 구역을 당초 24만8천696㎡에서 11만1천125㎡로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하는 등 명승지정이 위기를 맞고 있다.

3월 15일부터 한 달간 명승지정 예고를 거쳐 벌써 명승으로 지정되었어야 할 대왕암공원이 아직까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과연 대왕암 공원 명승지정은 어떻게 될까.

문화재청 "확정된 것 없어...검토중"

문화재청 명승담당자는 8월 5일 "울산 대왕암공원 명승구역이 축소된다거나 하는 언론보도처럼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심의위원회 통과를 앞두고 전반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동구청 등의 명승지정 반대가 대왕암 명승지정 지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분명한 것은 전반적으로 검토중이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토목공사 강행의지가 문화재청의 명승지정 의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대다수 주민들은 명승을 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울산동구위원회가 지난 3월 30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주민들의 71.8%가 명승 지정을 환영하고 있었다. 찬성여론이 강했던 상황에서도 명승지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문화재청이 일부 주민들을 등에 업은 지자체의 토목공사 강행 의지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같은 명승지정 반대는 한마디로 해당 지자체장의 토목공사 공약 이행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명승으로 지정되면 동식물과 광물 등 모든 것이 문화재보호법으로 보호되면서 1000억대 개발공사가 제한되기 때문.

6·2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정천석 동구청장은 지난 7월 1일 취임 때도 "대왕암공원조성, 고래목장 조성은 폭넓은 의견수렴 등 전문기관의 용역을 거쳐 모두가 공감하는 가운데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토목공사 추진 강행의사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금품여론조사에 연루돼 기소된 정천석 동구청장이 5월의 1심판결에 이어 7월 28일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9월말 이전 대법원 판결에서 이 판결이 확정되면 그는 낙마하고 오는 10월 27일 재선거를 치르야 한다. 자연히 토목공사 추진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동구주민회, 울산생명의 숲, 울산시민연대, 울산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와 이 지역 시의원인 이은주 의원(민노당)이 연일 대왕암공원 명승 지정축소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은주 의원은 "대왕암공원 명승 지정은 근린공원이 명승으로 지정되는 전국최초의 사례"라면서 "하지만 동구청장의 무리한 공약추진으로 인해 반쪽짜리가 될 처지다"고 우려했다.

특히 민주당 최문순 의원도 최근 국회 문광위원회에서 "대왕암공원이 국가가 지정하려는 명승을 외면하고 단체장의 공약에 밀려 반쪽짜리가 될 우려가 있다"며 문화재청에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울산대왕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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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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