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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일본 오사카행 비행기표 구매 (7/19~31)

"나 떠나야겠어."
"돈도 없다면서 무슨 여행이야."
"도저히 여기에 있을 수가 없어."
"그럼 친척집에라도 가든지."
"원래 동남아 가려고 했는데 인터넷에 일본행 초특가 비행기표가 떠서 그걸로 샀어."
"야! 지금 엔화가 어떤지 알고 하는 소리야?"
"언제는 돈이 남아돌아서 여행했나. 그냥 저지르는 거지."
"그럼 도깨비 관광이냐?"
"아니, 그냥 배낭여행. 배낭은 없지만. 12박 13일이야."
"미쳤구나."

[7월 13일] 통장 잔고 탈탈 털어 3만 엔 환전

나는 7개월 동안 88만원 세대였고, 12개월 동안 청년 백수였으며 18개월 동안 구직자였다. 장기 인턴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청춘의 반년을 보내고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떨어지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해야 하나... 졸업한 지 1년이 다 되가는데...'

합격이면 에헤라 디야~ 경사가 난 것이고 불합격이면 바로 지긋지긋한 원서 쓰기 대작전에 돌입해야 하는 판국이었다.

'에이, 합격이든 불합격이든 나답게 살자. '

그렇게 해서 생각해 낸 것이 나답게 살기 위한 여행.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만나면서 다시 호기심과 에너지 넘치는 나로 돌아가자! REVIVE를 외치는 여행인 게다.

[7월 14일] 일기장 구입

'반 년 동안 사회생활을 위한 예방주사를 맞은 거라면 지금은 회복을 위한 에너지 드링크제를 마셔야 했다. 쓴 한약을 한사발 넘긴 우는 아이를 달래는 데 달콤한 사탕이 최고이듯이. 나는 이번 일본 여행을 입안에 넣고 서서히 달콤함을 음미하면서, 굴릴 생각이다.'

나름대로 감성에 젖어 멋들어지게 일기장 앞면에 끄적댔다. 하지만 정해진 것이라곤 12박 13일 항공권 뿐. 그 외에 계획은 무계획이었다.

'호텔에 묵기엔 돈이 부족하고...'
'관광을 제대로 하기엔 일본어도 모르는데...'
'교통비는 왜이렇게 비싸지? 동선 하나 추가하는 게 무섭구만.'

시작부터 걱정이 사무치는 여행이었다.

[7월 15일] 카우치 서핑을 아시나요

다음 날, 여행의 가장 기본인 숙박과 교통에 대해 파악하려고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캡슐이든 뭐든 가장 저렴한 호스텔 호스텔!을 외치며 인터넷을 검색했다. 단일 민족 일본. 그렇지만 아무래도 외국인들은 동양이라 하면 일본, 중국부터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니, 우리나라보다 외국인들은 많지 않을까? 일본은 안전한 나라이니 역시 여자 혼자 가도 아무일 없을 거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끝에 문득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이 떠올랐다. '카우치 서핑'은 내가 런던에 있을 당시 후배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알게 된 사이트이다. "내가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호주애랑 같이 여행을 하게 됬는데..."로 시작한 친구는 수다 보따리를 풀었다.

"카우치 서핑이라고 다른 사람의 집 소파(카우치, Couch)에서 자면서 문화 교류를 하는 건데."

친구는 한 외갓 미남 남성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얘가 걘데, 여행 다큐멘터리 찍는 게 일이래. 카우치 서핑으로 집시들의 동굴에서도 자고 프랑스 옛날집에서도 묵었다고, 완전 자랑하더라구. 아 나도 진짜 해보고 싶긴 했는데, 웬지 무서워서~"

흠. 남의 집 거실 소파에서? 모르는 사람 집에서 잔다는 게 이상하게 여겨졌다. 그러다가 내 장기를 빼가면 어쩌려구. 그래도 타고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어떤 아이들이 그런 일을 벌일까 싶어서 홈페이지(www.couchsurfing.org)에 가입해 보았다.

카우치 서핑 홈페이지
 카우치 서핑 홈페이지
ⓒ 이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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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영어인 이 인터넷 세상에서 카우치 서핑 역시 영어 기반으로 만들어진 홈페이지였다. 수많은 외국인들, 왠지 그때는 홈페이지 읽기가 귀찮아서 그땐 그냥 나와 버렸다. 그러나 이번 일본 여행을 계획 하면서 카우치 서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안될 게 뭐 있겠어. 무대포 무일푼 정신이 나 아니였던가.'

일본은 안전한 나라니깐 난 안전할 거고, 나는 운이 좋은 아이니깐 안전할 거니깐... 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면서 카우치 서핑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래, 여행은 사람이 전부 아니겠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뱃속에서 금방 꺼져 버리고, 멋진 풍경을 봐도 현실로 돌아오면 금세 잊어버리기 일쑤인데. 그래도 항상 사람은 남잖아.'

우선 홈페이지를 파악한 후, 나의 프로필을 다시 작성했다.

카우치 서핑 개인프로필
 카우치 서핑 개인프로필
ⓒ 이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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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은 일반 정보와 사용 언어, 그리고 가입한 그룹(클럽), 카우치 정보(호스트가 가능한 경우 작성), 개인 정보(자기 소개, 카우치 서핑 가입 경로, 카우치 서핑 경험, 취미, 철학, 음악 영화 책, 내가 좋아하는 사람타입, 내가 보고 했던 일 중에서 가장 멋진 한가지, 카우치 서핑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 여행했던 곳 정보, 추천서) 등으로 나눠져 있었다. 그리고 일본에 있는 카우치 호스트의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카우치 서핑이란?
카우치 서핑은 전 세계에 걸친 230개 국가와 지역에 있는 현지 거주자들에게 여행자들을 연결해주는 국제 비영리 단체입니다...중략 .. 카우치 서핑은 초기에 호스팅과 서핑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현지인의 집에 게스트가 묵는 것. 또한 핵심 경험은 우리는 현재 다양한 활동과 이벤트를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우치 서핑의 비전
모든 사람들이 탐험할 수 있고, 사람과 장소에서 의미있는 관계를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세상

[원문] What is CouchSurfing?

CouchSurfing is an international non-profit network that connects travelers with locals in over 230 countries and territories around the world. ...

CouchSurfing's initial focus was on hosting and "surfing" (staying with a local as a guest in their home). Alongside these core experiences, we now also facilitate a growing array of activities and events.

CouchSurfing´s Vision Statement:

world where everyone can explore and create meaningful connections with the people and places they encounter.

(출처 :http://www.couchsurfing.org/about.html)

- 안나의 일본 마실기는 계속됩니다.


태그:#일본, #배낭 여행, #카우치 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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