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이 있다.
한일 강제병합이 있기 2년 전, 일제를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며 결사 항전하다 최후를 맞은 무명영웅 30여명의 무덤이 지리산 기슭 하동군 화개면 의신마을에 있다. 하지만 지금껏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잊혀져버린 항일 영웅들의 외로운 무덤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동 항일독립투쟁사 연구소는 11일 항일투사 30여명이 한 곳에 묻힌 공동무덤이 있으나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관리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정부의 예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동 항일독립투쟁사 연구소에 따르면, 하동 의신 '무명 항일투사 공동 무덤'은 을사조약 이후 1907년 충남 회덕 출신의 김동신, 하동의 박매지 의병부대 소속으로 추정되는 항일의병들로, 1908년 1월 말 지리산 일대에서 일본군과 맞서다 음력설을 보내려고 의신마을에 내려왔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밀정이 이 같은 사실을 일본군에 보고했고 보고를 접한 일본군 변장대(특수부대) 50여명이 정월 초하루 마을에 침투해 항일 의병을 기습 공격했다. 이에 항일의병들은 일본군에 맞서 이틀간 격렬히 저항했지만 일제의 막강한 화력 앞에 대부분 전사하고 생존자 일부만 벽소령을 넘어 산청 쪽으로 피신했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항일 투사의 시신을 수습하고 지리산 의신계곡 산허리 양지 바른쪽 곳곳에 묻었으며 지금 있는 30여명의 공동 무덤은 그 중의 하나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하동 항일독립투쟁사 연구소 정재상 소장이 지난 2004년 지리산 일대와 화개 의신 등에서 활동한 항일투사 200명의 기록 문서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하지만 현재 의신마을 항일투사의 무덤은 그 동안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아 봉분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이며 무덤 옆에는 농로를 확장되면서 묘역을 침범했다. 이 때문에 무덤 일부는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상태이며 또 일부 무덤은 도로 법면에 있어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정재상 소장은 "대한민국이 광복 65주년을 맞이했지만 무명항일투사들의 묘소 관리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이름 없는 영웅들에 대한 정부의 최소한의 예우는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소장은 현재 국가보훈처와 하동군에 항일 의병 무덤 복원과 관리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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