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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내각을 통해 전재희 장관이 보건복지부를 떠나고 진수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이 내정됐다.

 

이에 제약계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은 각각 다른 평가를 내는 등 진수희 내정자에 대한 신뢰도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어 향후 핵심 현안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먼저 제약단체와 의료단체는 9일 일제히 진 장관 후보자의 내정을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단체에서는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경험도 전문성도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결국 공급자 단체에서는 환영을 받고 있는 셈이고 시민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극과극 달리는 각 단체의 입장

 

한국제약협회는 9일 홈페이지에 '복지부 장관 내정자에게 바란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제약협회는 "선진국 진입을 문턱에 둔 우리나라가 고용 없는 성장의 고리를 끊고 발전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으면서 일자리도 많이 창출하는 선진국형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라며 기대감과 함께 진 내정자를 반겼다.

 

협회는 이어 "제약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높으면서 고용의 질도 우수하기 때문에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며 제약산업 육성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진수희 장관 내정자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병원협회 이상석 상근부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복지 분야를 전공한 진 의원이 의료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식견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도 환영하기는 마찬가지다. 의사협회는 진수희 내정자에 대해 "그간 펼쳐온 폭넓은 의정활동과 특유의 적극성, 추진력 등을 통해 보건복지를 책임질 만한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한의사 협회도 "국정 현안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쳐온 바, 앞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진수희 내정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는 8·8 내각을 통해 복지부에 입성하는 진 내정자를 '잘못된 인사'라고 비난했다.

 

건세는 "MB정부가 경험과 전문성, 철학과 비전을 갖추지 못한 오로지 친이명박 계열 대표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진수희 의원을 내정한 잘못된 인사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말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진 내정자가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보건복지 분야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이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다.

 

건세는 이어 "진수희 의원을 내정한 것은 결국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집권 후반기 의료민영화 정책 강행을 위한 수단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같은 입장에 섰다. 보건노조는 9일 논평을 통해 "진수희 의원의 복지부 장관 내정은 하반기 영리병원 도입 등 의료민영화를 단행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어 "진 내정자는 지난 5월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했던 촛불시위를 광란으로 묘사한 바 있어 국민건강권을 다루는 복지부 수장으로의 자격이 의심된다"고 지적하며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진 내정자에 대한 모든 우려가 한 점 의혹도 없이 해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조는 "진 내정자가 의료민영화를 추진할 경우 장관 퇴진을 포함한 모든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전문성'과 '소통'

 

진수희 내정자를 두고 엇갈리는 평이 나오는 것은 '전문성 결여'와 '소통'의 문제다.

 

진수희 내정자는 '정책 전문가'로의 길을 걸어왔다. 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 선거운동당시 선대위 대변인을 거쳐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직을 맡아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역시 이런 부분과 관련해 전문성 문제를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보건의료분야는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장으로서 이끌어 나갈 수 없는 분야"라며 "진수희 내정자가 수장으로서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보건복지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추진하던 정책들이 더욱 탄력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나 진 내정자는 이미 성명을 통해 '겸애교리' 사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겸애교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이 말은 묵자의 사상의 근저가 되는 유명한 말이다.

 

다시 풀이하면 보건분야 보다는 복지에 무게를 두겠다는 말로 해석되고 있으며, 여성과 복지·육아·가족 등에 주력했던 경험을 살리겠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제는 원활한 소통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점이다.

 

경실련은 이에 친정인사로 복지부에 입성하는 만큼 반발 가능성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그간 기획재정부와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등의 사항으로 대립각을 세우던 전재희 장관의 행보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크다.

 

기획재정부의 윤증현 장관 역시 17대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공직생활을 한 바 있고 같은 시기 진수희 내정자는 17대 대통령 인수위원회 간사를 맡은 바 있다.

 

더군다나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문제되고 있는 만큼 전재희 장관이 해온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지만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는 윤 장관과 진 내정자 두 사람이 무턱대고 대립각을 세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그간 전재희 장관과의 행보와는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 나간다면 산하 기관에서도 반발이 생길 가능성도 있는 셈이며 약업계의 반발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직 첫 발을 떼지 않은 사회학 전공의 정책 전문가 진수희 복지부 내정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진 내정자가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직무수행에 나서게 된다. 진수희 내정자는 앞서말한 바와 같이 보건 분야보다 복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그가 추진하는 정책방향이 약업계 환경의 다각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여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여약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수희,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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