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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요즘의 내 삶을 1년 후에(먼 훗날에도) 돌아볼 수 있는 두 가지 '장치'를 만들며 삽니다. 하나는 매일 '생활일기'를 쓰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 달에 두세 번씩 '가족메일'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가족메일' 작업은 2001년부터 해오는 일이고, '생활일기' 작성은 환갑을 먹던 해인 2008년부터 해오는 일입니다. 모두 컴퓨터 덕분이지요.

소설, 시, 수필, 칼럼, 르포, 탐방기, 시집해설 등 외로 스스로 '잡문'으로 분류하는 글도 꽤 많이 쓰지만, 특별한 관계의 한정된 사람들에게 전송하는 '가족메일'이라는 글에만 담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기에 '가족메일'에도 신경을 씁니다. 

'가족메일'은 공개도 합니다. 내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그리고 1년 후에 1년 전의 가족메일을 읽어보곤 합니다.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붙이들에게 전한 이런저런 소식과 사연과 술회 등을 통해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은 내게 어떤 '거울'의 구실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생활일기'는 공개하지 않는 글입니다. 나만을 위한 나만의 글입니다. 하지만 내가 죽은 후에도 컴퓨터 안에 남아 있을 글이기에(나 사후에 누군가가 볼 수도 있겠기에) 비록 사사로운 글이지만 양심과 의로움의 바탕 위에서 사실 그대로를 '정직하게' 기록합니다.

'생활일기'는 하루 생활을 마친 시간에 쓰기도 하고 다음날 아침에 쓰기도 합니다. '생활일기'를 쓰면서 내가 참 바쁘게 생활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신경 쓰는 일도 많고, 몸도 많이 움직이고, 부대끼는 일도 많고…. 때로는 나 자신에 대한 연민도 느끼곤 하지요.

하루 생활을 기도로 시작합니다. 아침기도, 삼종기도, 수호천사께 드리는 기도, 수호성인께 드리는 기도를 먼저 혼자 합니다. 이부자리 위에서도 하고, 쓰레기 버리는 일을 하면서도 합니다. 그리고 컴퓨터 앞에 앉아 부팅을 하면서 '봉헌의 기도'를 한 다음 맨 먼저 하는 일이 지난해 오늘의 '생활일기'를 읽어보는 일입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아, 지난해 오늘은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이런 문제가 있었고, 이런 상황들이 있었구나. 1년 전의 내 모습들이 그림처럼 보입니다. 까맣게 잊었던 일이 상기되기도 하고, 고마운 이들의 모습도 만나게 됩니다. 때로는 1년 전의 오늘 속에 2년 전 같은 날의 일이 소개되어 2년 전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또 때로는 한숨을 짓기도 하고 눈물을 머금기도 합니다. 1년 전의 '생활일기' 속에서 1년 전 오늘의 나를 돌아보는 일 역시 내게는 좋은 '거울'이 되는 것 같습니다. 1년 전 오늘에는 내게 어떤 일들이 있었고, 내가 어떤 처신과 행동들을 하며 하루를 살았을까? 아침마다 갖는 호기심이 신선하게도 느껴집니다. 나는 내 '생활일기'에서 갖게 되는 매일 아침의 신선한 호기심을 죽는 날까지 올곧게 유지하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그것을 허락하시고 도와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 글을 마치면서 지난해 오늘의 어제(2009년 8월 11일)의 내 '생활일기' 한 부분을 소개합니다. 어제 내 '생활일기'에서 만난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이 오늘도 눈에 어른거리기에….

1985년 10월 어느 날, 당시 동교동 자택에서 연금생활을 하시던 김대중 대통령을 찾아 뵈었을 때, <옥중서신> 한 권을 붓으로 사인하여 내게 주셨다. 그 책은 내 집의 '가보'가 되었다.
▲ <옥중서신>의 친필 사인 1985년 10월 어느 날, 당시 동교동 자택에서 연금생활을 하시던 김대중 대통령을 찾아 뵈었을 때, <옥중서신> 한 권을 붓으로 사인하여 내게 주셨다. 그 책은 내 집의 '가보'가 되었다.
ⓒ 지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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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화

어렵게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꿈을 꿈.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들려서 마누라에게 텔레비전을 켜게 하면서 신음과 통곡을 함. "이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나!"라는 절규를 함. 내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깬 마누라가 나를 흔들어 깨움. 꿈이었음을 알고 한숨을 내쉬고 마누라에게 꿈 이야기를 함. 일어나 소변을 보고 다시 누웠는데, 혹 내 꿈과 현실이 일치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듦. 마누라에게 그런 말을 하며 다시 일어나 화장실 불을 켜고 시계를 보니 12시 40분. 한없이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잠을 청함. 3시 30분쯤 방광의 팽만감으로 잠이 깨어 방뇨 후 다시 누웠으나 잠이 들지 않아 4시쯤 일어남. 면도를 하고 머리를 감음. 쓰레기 처리를 하며 아침기도 삼종기도 등을 함. 어제 '오마이뉴스'에 올린 <대한민국 경찰 특공대원 여러분께>를 여러 사이트에 올림. (후략)


태그:#생활일기, #김대중?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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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추상의 늪」이, <소설문학>지 신인상에 단편 「정려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지금까지 12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주요 작품집으로 장편 『신화 잠들다』,『인간의 늪』,『회색정글』,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전3권), 『죄와 사랑』, 『향수』가 있고, 2012년 목적시집 『불씨』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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