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퇴임을 앞둔 김영란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제청된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의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사형제도에 대해선 "종신형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은 1년 이상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분양 우선권이 주어지는 경기도 용인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살던 2006년 5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파트로 주민등록만 옮겼다는 내용이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언급하면서 "위장전입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지가 달랐던 점을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청문회 직전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이 후보자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던 만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곧이어 답변을 '심화'시켜야 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위장전입이 '부적절한 처신'이냐 아니면 법을 위반한 불법이냐"고 묻자 이 후보다는 "불법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이 "법적인 잣대로 봤을 때 불법이죠?"라고 되묻자 이 후보자는 "네"라고 긍정햇다.
박 의원은 "처음부터 불법이라고 명확하게 했다면 좀 더 점수를 많이 드릴 수 있지 않았는가 한다"고 지적했고 이 후보자는 "공직자로서 변명하기 구차하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나 자산에 대한 시비지심보다는 측은지심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배우자 명의로 돼 있는 종암동 아파트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22세로 대학생이던 아들 명의로 계약한 사실에 대해 불법증여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노철래 미래희망연대 의원의 이같은 의혹제기에 이 후보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실수로 아들의 이름을 썼지만 우리 가족은 그걸 증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사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질의·답변 과정에서 "사형제는 (재판관이) 오판을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만큼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우리 사회의 민주적인 성숙도, 경제적인 여건으로 볼 때 흉악범을 종신범으로 대체하더라도 국가가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영철 재판 개입 관련 "사법행정 기능 위축" 주장에 "그런 생각 안 들었다" 반박
이날 한나라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주로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사법제도 개혁과 관련된 이 후보자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답변은 한나라당의 추진 방향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권성동 의원은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이 후보자는 "대법관은 전원합의가 가능해야 하며 판례가 모순되거나 저촉되지 않아야 하는 만큼,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한성 의원은 2009년 1월 미디어법 본회의 상정에 반대하며 국회의사당 중앙홀 점거농성을 벌이던 민노당 당직자들을 국회사무처가 강제 해산한 것을 계기로 일어난 강기갑 당시 민노당 대표의 이른바 '공중부양' 등 당직자들의 국회 소란 행위에 대해 지난 1월 법원이 공소를 기각하거나 무죄를 선고한 일 등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또 이른바 '촛불재판'에 대한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장(현재 대법관)의 개입에 대해 "후배 법관들의 처신에 대해 지도하다가 재판 간섭이니 하면서 몰매와 비난을 받았지만 사실 사법행정 기능이 위축돼 그런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사법행정을 6개월 해봤지만 전혀 위축됐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내가 대법관이 된다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후배(법관)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여당 의원들의 '사법행정 기능 강화'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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