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뎬무가 지나간 제주 바다는 파랗습니다. 하늘까지 바라니 제주의 여름은 에머랄드빛 입니다.
제주시 조천면 함덕리 함덕해수욕장. 물이 맑고 모래가 곱기로 소문난 함덕해수욕장은 올 여름도 북새통입니다. 에머랄드빛 바다와 하얀모래, 서우봉이 그림처럼 떠 있으니 피서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올해 처음 바다를 찾은 5살 동이는 바다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언니는 제법 수영도 하고 튜브도 타고 친구들을 새로 사귀었습니다. 하지만 동이에게 바다는 생소합니다. 동이는 튜브만 만지작거리더니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질 않습니다. 수영복까지 갈아입었지만 아직은 바닷물이 무서운가 봅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함덕해수욕장에 물이 빠져 나가기 시작합니다. 바닷가 모래밭에는 또 하나의 섬이 생겼습니다. 하얀 모래가 알몸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물이 빠져나간 갯바위는 다슬기와 게, 고동(보말)이 꿈틀거리며 모래위로 기어 나옵니다. 동이 언니는 게를 잡았습니다.
"동이야, 게 잡았다."
동이는 그림책에서만 보았던 게를 보고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살아 꿈틀거리는 게를 만진다는 것은 두려운가 봅니다. 또 다른 갯바위에서 고동(보말)을 잡았습니다. 하얀 모래위에는 고동(보말)이 기어간 자국이 남았습니다.
"큰엄마, 이건 뭐야?"
동이가 고동(보말)을 알리가 없지요. 아마 그림책에서 소라를 본적은 있을 것입니다.
"어, 소라 동생."
내 대답이 너무 궁핍했는지 동이는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동이는 작은 손에 보말(고동) 세 개를 꽉 쥐고 있더군요. 이번에는 모래밭에서 하얀 모시조개가 보입니다. 동이는 모시조개를 캐더니 바닷물에 씻더군요.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생태학습, 현장학습이 아닐런지요.
어느새 동이는 빈 조개껍데기를 주워 모으고 있더군요. 크고 작은 조개껍데기가 모래밭에 뒹굽니다.
드디어 집으로 갈 시간, 동이 손에는 빈 조개껍데기가 쥐어져 있습니다.
"동이야, 조개껍데기 버리고 가자!"
동이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어 댑니다. 5살 동이에게 빈 조개껍데기는 모래성을 쌓는 것보다 해수욕을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었나 봅니다. 태풍이 지나간 에머랄드빛 함덕해수욕장에서 5살 동이는 추억을 쌓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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