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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 소송=2조5000억 손실'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재판 등을 통해 밝혀져 언론들이 정정보도를 했지만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4대강정비사업과 관련해 계속해서 이 내용을 언급하고 있어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법적 대응 등에 나섰다.

 

'도롱뇽 소송'은 지율 스님 등이 도롱뇽을 소송의 주체로 해서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법원에 냈던 '천성산터널공사착공금지소송'(2004~2005년)을 말한다. 이 소송은 1심, 2심은 물론 대법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지율 스님은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원효터널)과 관련해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하기도 했다.

 

 지율 스님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4대강정비사업 찬성론을 펴면서 '천성산 터널 손실금'에 대해 잘못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천성산 터널' 관련 내용을 언급한 자료을 모은 것이다.
지율 스님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4대강정비사업 찬성론을 펴면서 '천성산 터널 손실금'에 대해 잘못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천성산 터널' 관련 내용을 언급한 자료을 모은 것이다. ⓒ 윤성효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과 대한상공회의소, 상당수 언론들은 '도롱뇽 소송' 등으로 공사가 중단(지연)되어 2조5000억(내지 2조 혹은 수조)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거나 보도해 왔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 언론들은 "2조 손실이 아니다"라며 정정보도 혹은 반론보도를 했다. 지율 스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정 다툼을 벌였던 <조선일보>는 패소해 '정정보도문'을 싣고 손해배상액(10원)을 지급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는 <조선일보>와 관련한 판결문을 통해 '공사 중단'과 '손실금' 등에 대해 설명했다. 공사 중단에 대해 이 신문은 '1년 이상'인 것처럼 보도했는데, 재판부는 '두 차례에 걸쳐 6개월'(2004년 8~11월, 2005년 8~11월)이라고 밝혔다.

 

손실금에 대해, 이 신문은 '2조5000억에 달한다'는 취지로 보도했는데, 재판부는 "시공업체가 직접적으로 입은 손실은 약 145억원으로, <조선일보>의 손실액에 대한 보도 내용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구~부산 KTX는 2010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일부 언론들은 '천성산 터널 반대'로 공사가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서울중앙지법에 낸 '사실조회 의견서'를 통해 "공사 중단으로 인한 공기 지연이 발생되었으나 공기 단축에 노력하여 2010년 12월 개통 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와 한나라당, 연이어 '천성산 손실' 언급

 

최근 4대강정비사업 찬반 논란이 뜨거운 속에, 찬성론자들은 '천성산 손실금 문제'를 4대강사업 찬성 논리의 중심에 세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학자와 한나라당 등에서도 '천성산 터널'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는 인터넷은 물론 방송 토론, 강연 등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김계현 교수(인하대)는 지난 7월 8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4대강사업 찬성 주장을 펴면서 천성산 터널 반대와 관련해 '1조 손실'이라고 발언했다.

 

 지율 스님은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구간 천성산 터널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단식을 벌였다. 사진은 2006년 경북 안동의 한 토굴에서 단식할 때 모습.
지율 스님은 경부고속철도(대구~부산) 구간 천성산 터널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단식을 벌였다. 사진은 2006년 경북 안동의 한 토굴에서 단식할 때 모습. ⓒ 윤성효

 

한나라당은 '수조 손실'이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6일 논평을 내면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그렇게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민주당은 천성산 도마뱀을 위해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중단시켜 수조원의 혈세를 낭비하게 한 행동도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이야기할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법정에서도 언급되었다. '4대강사업위헌·위법심판을위한국민소송단'이 부산지방법원에 낸 '하천공사시행계획취소소송'(일명 낙동강소송) 2차 변론공판(5월 7일) 때 증인으로 나온 정남정 한국수자원공사 4대강건설사업처장은 천성산 터널 반대와 관련해 2조5000억원 손실이라 주장했다.

 

지율 스님,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상대 소송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이러한 주장을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지율 스님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천성산 환경보존 대책위'에 따르면, 지율 스님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박 이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국회의원(17대)을 지낸 박 이사장은 한나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2006~2008년)을 지내고,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대위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회' 위원장(2007~2008년)을 지냈다.

 

박 이사장은 4대강사업을 강조하면서 인터뷰, 방송토론과 연설을 통해 여러 차례 '천성산 터널' 문제를 언급했다. 지율 스님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2007년 4월 24일 불교방송(조용순의 아침저널), 2008년 1월 27일 부산MBC(시사포커스), 12월 1일 CBS(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 12월 11일 SBS(전망대), 2009년 9월 22일 헬로TV(집중점검)에서 천성산 문제를 거론했다. 또 박 이사장은 2008년 12월 15일 부국환경포럼 발기인대회 때 인사말을 했다.

 

 대운하 추진을 지지하는 환경단체인 부국환경포럼이 2008년 12월 10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울가든호텔에서 부국환경포럼 발기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 대표를 맡은 박승환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운하 추진을 지지하는 환경단체인 부국환경포럼이 2008년 12월 10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울가든호텔에서 부국환경포럼 발기대회를 열었다. 이 단체 대표를 맡은 박승환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지율 스님이 확보한 동영상에 담긴 박승환 이사장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공공의 이익보다는 단체의 이익을 앞세우는 활동들을 통해서 국민들의 걱정을 끼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기존 환경단체가 지나치게 이상론적으로, 비판적으로만 흘러서 국가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어떤 스님의 단식으로 인해서 KTX 천성산 터널이 2년 넘게 공사 중단됨으로 인해서 2조가 넘는 국가예산이 낭비되었다." (부국환경포럼 발기인대회).

 

"지율 스님이 100일간 단식하고 했지만, 천성산 터널 반대해가지고 원래 KTX가 1991년부터 1998년까지 7년을 목표로 했는데, '2018년까지 10년이 더 걸림으로 해서'(기자 주 : KTX 완공 예정 시기는 2010년 12월인데, 이 대목은 박 이사장이 발언하면서 착오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예산이 2조 이상 낭비되었다. 건전한 비판은 좋지만 무조건 환경재앙이라고 하면 안 된다. 이것은 환경적인 측면도 생각해야 하지만, 국가발전의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한다." (부산MBC 시사포커스).

 

지율 스님은 "박승환은 17대 건설교통위 소속 의원으로, 천성산 문제로 인한 손실 내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등에서 사실관계보다 부풀려진 2조5000억 원의 손실이 실제 일어난 것처럼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 지율 스님은 "천성산 문제로 인하여 고속철도의 공기가 지연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속철도 2단계 개통이 지연된 것이 천성산 문제 때문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특히 이러한 허위사실 유포는 현재 사회의 중요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4대강 개발 관련 토론과 인터뷰에 논리의 비약과 함께 집중적으로 조명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율 스님은 "환경문제는 단지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오랜 연구와 사회적 합의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주요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이해 당사자들이 배포한 조작된 경제 논리에 기대어 관성적으로 비판을 일삼고 있음은 환경공단 이사장의 위치나 직위에서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4대강정비사업#천성산 터널#지율 스님#한국환경공단#부국환경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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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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