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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경찰청 내 경찰위원회 입구에서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를 위한 경찰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경찰청 내 경찰위원회 입구에서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를 위한 경찰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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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안함 유족 등에 대한 막말 파문을 일으킨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추가 발언이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조 내정자는 지난 3월 경찰 내부 강연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했다", "천안함 유족들이 동물처럼 울부짖었다"던 문제의 발언 외에도 "물포 맞고 죽는 사람은 없다"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조 내정자는 이 강연회에서 "우리 G20 기획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무슨 라인이나 도로중앙분리대 등 시설물을 갖고 (시위대와 경찰 사이의) 공간을 차단시켜야 한다, (시위대가) 경찰 폴리스 라인 표시를 한 거기를 넘어올 경우 바로 물포를 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여름철 되고 그러면 물포에 최루액을 섞어서 쏘면 겨울철 못지않은 효과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50m (거리의)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조 내정자는 이어, "시위대 성격에 따라 한 30m까지 접근하면 다목적 발사기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5~10m까지 근접하면 테이저건을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도 조 내정자는 쌍용차 파업 진압 당시 경기경찰청장으로서 암 유발 최루액과 테이저건 사용을 허용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경찰이 욕먹는 이유는 언론, 정치인, 잘못된 판결, 국민 정서 때문"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009년 7월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점거 파업 중인 쌍용차 노조원에게 물 전달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자 경찰들이 살수차로 물을 뿌리며 강제 해산시키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009년 7월 29일 오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인근에서 점거 파업 중인 쌍용차 노조원에게 물 전달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자 경찰들이 살수차로 물을 뿌리며 강제 해산시키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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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내정자는 이 강연회에서 "대한민국 경찰은 인권 마인드도 있고 사명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찰은 폴리스 라인 넘으면 인정사정 없이 속된 말로 개 패듯이 경찰봉을 사용하거나 팔을 꺾거나 이런 식으로 해서 제압을 한다"며 "우리 대한민국 경찰은 미국에 가서 바로 현장에 투입돼서 유능한 경찰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는 또 "그런데도 왜 우리 경찰이 미국 경찰보다 한참 못한 것처럼 욕 들어 먹나"면서 "그것은 언론, 정치인, 그 다음 판사들 잘못된 판결과 결정, 또 국민정서 이런 게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경찰이 잘못한 게 없는데도 언론 환경과 국민 정서상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날 강연회에서 3월 18일 청와대 인근에서 일어난 분신시도 진압을 두고 "(시위대가) 만약 죽었으면 우리나라 국민들 정서를 보면 엄청나게 또 온갖 유언비어를 만들어내서 공격을 하고 비난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아울러, "법정스님 정도의 수양, 도통(道通)할 정도의 수양이 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찰하기 힘들 것"이라며 감정 통제를 적극 주문했다.

조 내정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 자신조차 현장에 투입됐을 때 어느 정도까지 감정 통제를 할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스럽지만 그럼에도 우리 스스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감정 통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정 통제 주문 이면엔 앞서 그가 지적한 언론 환경 및 국민정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녹아 있었다.

조 내정자는 또 "불법폭력시위를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법질서 파괴세력의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런 사람들은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종교 온갖 이슈 불문하고 반미, 반정부활동에 조금 도움이 된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협상으로 인해 촉발된 지난 2008년 촛불집회와 관련해서도 "미국산 쇠고기 도입한 게 2년째인데, 광우병 걸린 사람 안 나온다고 하면 MBC가 책임져야 될 거 아닙니까"라며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국민들 마음에 경찰에 대한 반감을 갖도록, 반정부 정서를 갖도록 적극적으로 획책하는 게 법질서 파괴세력의 실체"라고 말했다.

"양파껍질 까듯 망언시리즈... 사자(死者) 명예훼손한 조현오 구속수사해야"

한편, 민주당은 조 내정자에 대한 정부의 임명동의안 자진철회와 함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홍영표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의 패륜적 망언에 대해 언론에서 최초 보도한 이후 양파껍질을 까듯 계속해서 망언시리즈가 나오고 있다"며 "서울경찰청장 현직에 있는 조 내정자를 파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308조를 언급하며 "조 내정자는 현행범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반드시 그를 파면시키고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법 308조에 따르면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김태년 비대위원도 "(조 내정자가) 시위진압에 명분을 주기 위해 거짓을 얘기했다는 것인데 마치 광주항쟁을 진압하기 위해 광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하고 공수부대를 투입했던 군부독재 정권의 패륜적 행태가 연상된다"면서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김 비대위원은 이어, "조 내정자의 발언이 직무수행과는 관련이 없다고 청와대가 얘기했는데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이명박 정권과 권력자들의 인식을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조 내정자의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태그:#조현오, #노무현, #물포, #최루액,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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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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