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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세종재단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외교통상부 개입 아래 세종재단과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해 보수성향의 연구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에 재산상 특혜를 주려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당 회의에서 "진보적, 보수적 학자들이 통일문제를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세종재단의 세종연구소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폐합시켜서 한국판 보수재단으로 만들려고 하는 기도가 준비되고 있다"며 "특히 외교부 이용준 차관보의 개입 아래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전경련은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한다"며 "정부가 세종재단의 막대한 재산을 전경련에 제공하고 세종연구소를 우리나라의 보수재단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자본과 권력이 결합해서 보수주의를 내건 한국판 헤리티지재단을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이용준 차관보와 이승철 전경련 전무가 MOU 초안을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통합연구소 설립목적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 토대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지난 7월 14일 세종재단 이사 간담회에서 배포된 '통합연구소 관련 주요사항' 자료에 따르면, 통합연구소 이름이 가칭 '한국세종연구원'으로 돼 있고, 연구원의 위치가 서울 시내 중심부(광화문과 여의도의 중간지역)로 거론돼 있는 등 두 기관의 통합논의가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진행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현 골프연습장 사업은 신법인이 승계"라는 항목도 있다.

 

설립목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토대로 국가안보 확보, 경제적 번영, 글로벌 코리아 구현의 원동력이 된다"고 밝혀, 현재 세종재단의 "나라의 안전과 남북통일 및 대외관계에 필요한 연구와 교육연구를 통해 나라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설립목적과는 비교된다.

 

'회원수'는 전경련 측이 130개 기업회원, 세종 측이 약 100명(50명) 정도를 구성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자산출연'은 세종 측은 자산재평가 후 잔존재산을 신설법인에 기증한 뒤 신설법인 설립인가 20일 후 해산하는 것으로 돼 있다. '통합연구소' 설립 뒤 세종재단은 해산한다는 것이다.

 

전경련 측은 설립인가 후 20일 이내에 연구원 건물 매입 목적으로 300억 원을 출연하고, 2011년 이후 매년 13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하는 것으로 돼 있다. 여기에는 '기간은 세종재단 출연 총액의 현재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예컨대 세종의 출연자산이 2600억이면 20년)'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이는 세종 측은 2600억 원을 출연하는데 비해 전경련 측이 '우선' 300억 원만을 내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통합논의는 내부구성원들의 반발을 받고 있다. 노조는 지난 11일에 낸 성명에서 "독자적인 연구 활동 및 연구의 자율성을 확보하여 순수 민간 연구소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작금에 진행되는 '세종재단의 해산' 및 '새로운 사단법인 설립' 논의는 밀실에서 정치적 성격의 새로운 '정경유착의 형태'로 나타나 심각한 폐단이 발생될 것으로 예견된다"며 "이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도 동의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누구도 손 못대는 보수연구소 만들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종연구소 한 관계자는 "재단은 처음에는 우리가 한경련을 통합하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우리는 재단을 해산해서 전 자산을 내놓고 전경련은 돈을 나눠 출연하는 것으로 논의가 바뀌었다"면서 "재단과 연구소 고위인사들이 이 통합과정에 외교부와 청와대, 국정원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조가 '새로운 정경유착의 형태'라고 표현한 것도 이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또 "재단은 재정난 때문에 재단의 전신인 일해재단에 출연한 전경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평소에 연구소가 좌파의 소굴이기 때문에 이를 정리해야만 한다는 말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누구도 손 못 대는 보수연구소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재단해산카드를 꺼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재산이 2600억 원이 넘기 때문에 자구책이 가능한데도 통합연구소에 '기부채납'하는 형태로 재단을 해산하려는 것은 결국 이같은 의도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통합연구소의 조직 형태는 재단법인이 아니라 이사 수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사단법인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이는 초기에 이사를 200명 이상으로 구성하고 이를 보수인사들로 채워서, 나중에 정권이 바뀐 뒤에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연구소의 다른 관계자도 "단기적으로는 소위 '좌파척결'을 하겠다는 것이지만, 더 넓게 보면 싱크탱크분야의 지형을 바꿔버리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 기관이 통합할 경우 구조조정이 수반될 가능성이 높아 불안감이 퍼져가고 있다"면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대로 정부가 꺼려하는 인사들이 별다른 이유없이 제외될 경우에는 큰 파장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개입에 대해서도 논란

 

이 통합논의에 세종연구소가 등록기관인 외교통상부의 개입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외교부의 적극개입을 언급했고, 세종연구소 인사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우리 부서는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관계자는 "공로명 재단이사장이 두 달 전쯤 조석래 전경련 회장,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통합에 뜻을 모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고, 송대성 세종연구소장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공 이사장과 조 회장, 유 장관이 통합에 대한 의견교환을 했지만 아직 협상팀이 만들어진 것도, 합의된 것도 없다"며 "우리는 외교부 등록기관으로, 예산은 받지 않지만 감사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통합논의배경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연구소 재정이 어려워 오랫동안 신규직원과 연구원을 뽑지 못했다"면서 "전경련에서 일부지원을 받다가 통합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송 소장은 '정부쪽에서 연구소 내 진보성향 연구원들에 대해 좌파라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에 이들을 배제하기 위한 통합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소장 부임 이후(2009년 1월) 그런 말이 있기는 했지만, 통합 협상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올 이유도 그럴 계획도 없다"며 "미국 헤리티지 재단처럼 특정성향을 분명히 해 연구원도 그에 맞게 뽑는 연구소가 있는가 하면 브루킹스연구소처럼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데, 우리는 후자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태그:#세종연구소, #세종재단,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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