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사진전 '거꾸로 가는 시계(視界)'가 8월 16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린다.
김승혜는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시간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하였다. 시간은 추상적 존재이다. 바람의 흔적이나 대상의 움직임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는 시간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바람이 불어도 움직이지 않는 건물과 존재들에게서 시간의 흔적을 찾아 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달리기로 했다. 낮에도, 그리고 밤에도 달렸다. 자동차와 기차를 타고 긴 시간여행을 하며 추상화된 시간을 찾아 헤메였다. 어떤 희미한 점으로 시작되었다가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먼지 같은 존재들. 오전, 오후, 밤...그리고 또 하루가 간다. 그리곤 흐르는 사물과 자연속에서 오래 전 아버지의 카메라와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오랜 기억들의 파편들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이것이 김승혜의 '거꾸로 가는 시계(視界)'이다.
순간이란 과학적인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이며 현재인듯하나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는 수수께끼 같은 시공간이다.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무한한 연결고리. 그 안에는 혼돈과 좌절, 상흔, 열정, 무질서의 기억이 살아 숨쉬고 있고, 오래된 기억의 흔적들이 숨바꼭질하듯 과거와 내일의 모습들이 엉켜 있음을 느끼곤 그 느낌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는 '달리는 차 안에서 촬영해보니 산도, 나무도, 강물도, 사람들도, 나도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이어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이 실감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차가 달리는 것이 아니라 나는 시간이란 터널을 달리고 있었다'고 했다.
김승혜의 이번 전시는 두 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제1부는 16일부터 23일까지 낮의 일상적인 풍경 속에 스며있는, 묵은 기억이나 삶에 대한 의문을 떠오르게 해주는 이미지들로 연결된 전시이다. 자연은 불규칙적이고 유기적인 색채로 드러나며, 잡다하고 우연하게 보였던 사물들의 형태는 지나간 순간의 운명 속에서 오직 시간적 표상으로만 존재한다. 시간이란 본래 구체적인 이미지로 제시될 수 없는 어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세계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작가의 노력은 결국 대상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뿐임을 알고 표현한 작품들이다.
제2부는 24일부터 31일까지 밤의 시간이 전시된다. 해가 지는 순간부터 도시는 소음으로 가득차거나 허허공간이 된다. 자동차가 없는 도시는 발가벗은 듯이 보일 것이다. 시간은 시간으로 이어지고, 낮은 진행하여 어스름한 밤이 된다. 또 저녁은 낮이 되고 그동안 오만가지 사물이 우리의 주의를 끌 것이다.
사진가는 멀리 펼쳐진 지평선 위에서, 때로는 정적에 잠긴 풍경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인생의 정오는 오후가 되면 기억 속에 잠겨 갈색 추억으로 바뀌고 만다.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바로 인생의 정거장인 셈이다. 하루의 고된 행진 끝에 맞이하는 저녁시간, 우리는 삶의 한 부분이었던 지난 순간들을 까맣게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낮에 억눌렸던 슬픔이나 감정이 밤의 노래로 터져 나오듯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현대 도시인의 밤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작가 김승혜는 가정학을 전공하였으며 사진가이며 수필가이기도 하다. 오프닝 날짜는 8월 20일(금) 오후 7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