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원구성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파행'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전국의 지방의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좌담회가 열렸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19일 오후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연합봉사회관에서 '지방의회 원구성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당구조에서는 정당에 대한 지방의원들의 충성도가 낮기 때문에 정당의 개입으로 인한 원만한 원구성이 가능하지 않다"며 "오히려 지방의원들은 정당의 구속력을 거부하고 개인들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원구성에 참여하고 있어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따라서 정당의 개입보다는 상시적 외부감시, 즉 강력한 주민참여를 통한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며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주민소환제'를 내실화시켜 시민들의 통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단기적으로는 원구성과 관련한 내용이 지방자치법에나 조례에 강제조항이 없고, 규칙이나 규율이 너무 약하다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며 "따라서 법에 원구성 시기와 방식 등 큰 틀의 룰을 정하고, 내부적으로 조례와 윤리지침을 강화해 갈등을 야기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한 협의기구를 사전에 구성한 뒤 이를 공개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도록 하여 현재처럼 원구성 과정을 내부적 과정으로만 놓아두지 말고, 최소한의 외부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질 부족 의원 공천한 정당 책임 크다"자질 부족의 의원들을 공천한 정당의 책임을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진걸 전 대전 서구의회 의원은 "지난 5대 의회에서의 경험을 볼 때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완비된 제도가 있어도 사람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한 뒤 "따라서 정당의 공천과정에서부터 기준을 강화해 자질을 갖춘 후보를 의무적으로 공천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특히, 현재는 경선 탈락자만 당적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더욱 강화해서 공천 신청을 한 사람까지 당적변경을 할 수 없도록 하면 정당에 힘이 실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정당을 통한 조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안희대 대전시티저널 기자는 "원구성 파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원들에게 대화와 토론, 협상능력 등의 자질이 전혀 없다는데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결국 원구성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 갈등의 골이 임기 내에 계속해서 이어져, 지역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감정과 이익에만 충실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정당공천제 상황에서는 의원을 공천한 정당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특히, 각 정당이 이러한 책임감을 가지고 의원들의 자질과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킨 후에 공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기획국장은 "의장은 단체장과 마찬가지로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의장 선거과정을 지역주민들이 지켜보고, 의견을 제시하고, 검증할 수 있는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며 "시민의 감시, 시민의 관심과 참여만이 현재의 잘못된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회를 맡은 장수찬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오늘 의견을 종합하면 첫째는 정당의 후보자 검증 후 공천과 문제 발생 시 개입, 둘째는 제도적 장치를 통한 제재, 셋째는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감시체제 확립 등으로 의견을 정리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위치가 공적영역으로 옮겨갔을 때 이에 걸맞은 윤리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의식이 없고, 협소한 사적이해를 가지고 공적영역을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