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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그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의 감동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 그 사람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게 할 때 진정한 예술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1910년 멕시코, 무능하고 친미적인 디아스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토지를 농민에게"란 구호를 외치며 멕시코 민중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그리고 1920년대, 문맹에 시달리는 민중들을 위한 국가교육정책의 일환으로 '벽화운동'이 시작된다.

당시 멕시코 '벽화운동'의 3대 거장인 디에고 리베라,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는 민중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예술작품을 만들어낸다. 누구도 소유할 수 없고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느낄 수 있는 '벽없는 그림'을.

* http://www.diegorivera.com/gallery/

독립 후에도 국토를 미국에 내주어야 했던 멕시코 혁명정부는, 식민지시대의 잔재를 없애고 순수 멕시코 문화의 우수성과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벽화를 장려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자리한 멕시코의 전통적인 색채와 이해하기 쉬운 표현방식의 벽화들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민중의 마음을 고무시키는데 성공한다.

영화 '프리다'에서 디에고 리베라가 나온다.
 영화 '프리다'에서 디에고 리베라가 나온다.
ⓒ 영화 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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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공에 서구 유럽을 여행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한 디에고 리베라의 예술적 재능이 빛을 발해, 벽화운동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전미대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미술운동으로 나아갔다 한다.

그런 디에고 리베라가 멕시코를 식민지배해 왔던 미국에서 벽화를 그리게 됐다. 1930년 미국은 대공황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자가 늘어나자 시민들의 불안하고 어두운 마음을 달래줄(?) 문화정책을 펴고, 이런 분위기 속에 당시 멕시코에서 벽화운동을 하던 리베라를 초청한다.

리베라는 샌프란시스코 증권거래소에 벽화를 제작해, 미국서도 큰 인기를 얻었고 1933년에는 록펠러 센터에 'Man at the Crossroads'라는 벽화를 제작한다. 이 벽화는 희망과 높은 비전을 갖고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선택해 가자는 것인데, 당시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런데 이 벽화에 러시아혁명을 이끈 레닌의 초상화가 들어가면서 논란이 됐고, 록펠러 재단측이 리베라에게 레닌 초상을 지워달라 했지만 리베라는 단호히 이를 거절했고, 독점자본주의 재벌 록펠러는 빌딩 개관식에 이 벽화를 휘장으로 가리고 이후 'Man at the Crossroads' 벽화를 부숴버린다.

록펠러가 부숴버린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Man at the Crossroads'
 록펠러가 부숴버린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 'Man at the Crossroads'
ⓒ http://www.diegoriver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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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일이 문화예술이 더욱 권력유지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이상한 나라' 한국에서도 벌어졌다.

원로 미술가 이반씨가 2년간의 작업을 거쳐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에 2007년 완성한 연작 벽화작품을, 통일부가 말도 없이 철거했다 한다. 작가는 2005년 정부의 요청으로 만해 한용운 선생의 생명사상을 축으로 생명-인간-자유-평화-자연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벽화를 제작했는데, 통일부가 작가에게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이 벽화를 철거했다 한다.

웃긴 것은 묻지도 않았는데 많이 찔리는 듯 통일부는 '벽화철거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철거된 벽화를 보고 '다소 어둡고, 어려운 그림이 걸려있다는 의견이 있어 철거했다'는데 문화예술을 전혀 모르는 자들이 정치적 딴지를 건게 아닌가 싶다. 록펠러재단 빌딩 로비에서 사라진 디에고의 벽화처럼.

여하간 모두가 '땅이 민중의 것이듯 예술도 민중의 것'이라는 메시지를 자본주의 중심가(록펠러)에 그려넣었던 디에고 리베라처럼 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권력-자본의 OO으로 전락한 예술가들은 작가정신과 자존심마저 유린당하는 현실에 침묵해서는 안된다.

'영혼없는 예술'은 생명이 짧고 그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도 없고 존경받을 수도 없다.
이 가운데 위장전입만 5번 했다는 'MB 1급참모'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내정돼 인사청문회를 기다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디에고리베라, #도라산역, #벽화철거, #록펠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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