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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차관' 때문에 식물장관이 되는 것 아니냐."

 

'쪽방촌 투기', '거액의 자문료 의혹' 등 벼르던 공세는 뒤로 밀렸다. 20일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되자 도마에 오른 것은 박영준 지경부 제2차관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장관에 취임할 경우 박 차관을 밑에 두게 될 이 내정자의 처지를 걱정해줬다. '왕차관', '실세차관'이라고 불리는 박영준 차관이 이재훈 내정자를 허수아비 장관 혹은 식물장관으로 만들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 차관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하자면 박 차관으로부터 장관을 잘 모시겠다는 '충성 맹세'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재훈 내정자 걱정한 민주당... "박영준을 증인으로 부르자"

 

 

노영민 의원은 "박영준 제2차관의 취임사를 보면 제1차관의 고유업무에 대한 생각도 밝혔고 장관의 고유업무까지도 본인의 영역인 것처럼 말했다"며 "박 차관을 이 자리에 불러서 이 장관 내정자를 장관으로 제대로 인정할 것인지 아니면 식물장관으로 만들 것인지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또 "지경부에서 61개 산하기관, 800여 개의 인사가 이뤄지는데 박 차관의 전횡이 우려된다"며 "차관이 다 할 텐데 이 내정자를 장관 만들면 뭐하느냐"고 따졌다.

 

김재균 의원은 "집권 세력 내 권력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이가 차관으로 오게 됐다"며 "부처가 만들어진 이후 외부 인사가 에너지와 무역을 총괄하는 제2차관으로 낙하산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가세했다.

 

김진표 의원도 "박 차관은 권력을 전횡하고 정부부처와 산하 공기업 인사에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지경부 산하 공기업의 수많은 인사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박 차관의 자세와 역할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 자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박 차관을 불러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강창일 의원은 "상식적으로 봐도 (이 내정자가)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먼저 박 차관을 불러 그런 문제들을 확인하고 이 내정자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반격... "박 차관은 실세도 왕차관도 아니야"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치 공세'라며 박 차관을 두둔했다. 권성동 의원은 "박 차관은 실세도 아니고 왕차관도 아닌데 야당 의원들이 이 자리에서 그렇게 만들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일 잘하는 사람이 실세라고 한 것인데 호도하면 어떻게 하냐"고 밝혔다.

 

권 의원은 또 "이 내정자를 앉혀 놓고 허수아비 장관, 장관 위의 차관 운운하는 것은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회 의원도 "박 차관을 만나봤는데 인사를 90도로 하고 겸손했다"며 "인사청문회나 빨리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에 이재훈 내정자는 "장관은 장관"이라며 "장관으로 임명되면 리더십을 정확히 발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내정자는 박영준 차관 임명에 대해 청와대와 상의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가 차관 인사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 "후보자 신분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협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장관이 같이 일할 차관에 대해 누가 발령받는지도 모르는 상태를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따졌고 한나라당의 김재경 의원도 "여당 의원인 내가 봐도 내정자와 사전에 조율하는 게 필요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준#이재훈#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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