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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기행 마지막은 현재 4대강 건설 사업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주변 강을 찾아 보는 것이었다. 전남 함평군 영산강 상류를 가봤다. 환경단체들이 무차별 4대강 개발을 반대하면서 여주 남한강 이포교 상판과 경상남도 낙동강 함안보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영산강을 끼고 전남 나주시 동강면 운산리와 함평군 학교면 곡창리를 연결한 다리가 동강대교이다. 승용차를 타고 동강대교 함평쪽 끝단에서 우측 방향으로 향하자 곧바로 등장한 곳이 영산강 상류 사포선착장이었다. 과거 사포나루터로 불렀던 곳이었다.

 

지난 90년 초만 해도 어부들이 이곳에서 나룻배를 타고 영산강을 나가 붕어, 잉어 등 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린 유서 깊은 곳이었다. 지금은 오염돼 논농수로도 위협을 받고 있는 곳이다. 학교면 곡창리 사포선착장은 한창 고기를 잡아야 할 나룻배들이 줄지어 고정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강이 오염돼 고기가 없어 출항하지 못해 묶어 놓은 배들이었다.

 

이곳 동네 거주하면서 농사일과 고기를 잡았던 주민 이계석(70)씨를 사포선착장에서 만났다. 먼저 이씨는 강이 오염돼 주민 생계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영산강 항토색 물을 가리키면서 강 개발사업을 하고 있어 강물 색이 이렇다고 말했다. 또 물이 오염돼 냄새가 많아 난다고도 했다.

 

실제 강으로 내려가 냄새를 맡아 보니 날씨가 더워서인지 냄새가 났다. 이씨는 현재의 영산강은 강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잃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몇년 전만 해도 나룻배를 타고 나가 붕어, 잉어 등을 잡았다. 지금은 물이 썩어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여름에는 부패된 막걸리처럼 강이 부글부글 거품이 나 냄새가 지독하다. 그래서 강을 개발해야 한다. 아니 강을 살려야 한다. 현재 어패류도 없고 생태계도 파괴돼 죽을 것은 다 죽었다.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이제라도 강을 개발해 숨을 쉬게 해야 한다."

 

그는 과거 청정한 영산강을 회상하기도 했다.

 

"과거 영산강 물이 흐를 때 정말 맑고 깨끗했다. 90년 초만해도 재첩, 조개, 민물새우 등도 잡았다. 물은 고이면 썩게 돼 있다. 지난 82년 영산강 하구 간척지(댐 건설) 공사로 강을 막았다. 그로 인해 물이 흐르지 않아 물이 오염 근거가 됐다. 도시 아파트를 짓기 위해 마구잡이 영산강 내 모레를 파 낸 것도 문제였다. 청정한 물로 고기도 잡고 강도 살리려면 오염된 영산강 개발을 해야 한다."

 

이씨는 "3급수로 농사는 지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생태계를 살리고 고기를 잡을 수는 없다"면서 "강 개발을 반대한 환경단체들도 오염돼 냄새난 강변 주변에서 한번 살아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어간 그의 모습을 보니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강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강은 그대로 옛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 내부는 개발, 쓰레기 등 인간에 의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다시 개발을 해야 강을 살릴 수 있다는 그의 말이 80년 초 막아 버린 영산강 하구를 물이 순환할 수 있도록 원위치로 돌려 놓아야 한다는 역설적인 말로 들렸다.

 

강 주변을 둘러봤다. 건너편에 나주시 동강면 운산리가 보였고, 강 인근 산과 들판에는 파란 잎파리를 자랑하는 나무와 벼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사진에 담으니 제법 볼만한 풍경이 연출됐다. 하지만 사진으로 알수 없는 강 내부가 썩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희비가 교차했다. 씁쓸한 생각을 품고 전남 함평 영산강 상류를 떠났다.


태그:#전남 함평, #동강대교, #사포나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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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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