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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3일 오후 6시 23분]

정부는 우리의 쌀재고 적정량을 72만톤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현재 재고량은 140만톤에 달하고, 올해 말에는 149만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0만톤당 관리비는 300억원으로, 초과물량을 관리하는 데만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다.

쌀값도 지난해 2월 16만2천원(80㎏ 한 가마 산지 기준)에서 올해 7월 말에 13만3천원대로 떨어졌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2005년분 쌀을 "냄새가 너무 심해 밥은커녕 가공용으로도 못 쓸 정도"라며 2005년분 쌀 11만톤을 사료로 만들자는 안까지 내놨지만, 여론의 맹비판을 받고 물러섰다.

지난 정부들에서는 매년 평균 40만톤 정도를 북한에 차관형태로 지원하면서 재고물량을 조절해왔지만,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2008년부터는 대북 쌀지원이 끊겼다. 쌀뿐만이 아니다. 2008년에 정부가 북한에 쌀 대신 옥수수 5만톤 지원의사를 밝혔으나 북한이 거부했고, 지난해 말 다시 옥수수 1만톤 지원을 제안해 북한도 수용했으나 천안함 사건으로 중단됐다. 정부는 올해 북한의 식량부족분을 100만톤 정도(현인택 통일부 장관)로 잡고 있고, FAO(유엔식량농업기구)는 이보다 많은 110만톤 정도로 본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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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 북한 식량난 지원, 남측의 쌀 재고관리 차원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당 등 정치권이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같은 주장을 하고 나섰다.

그는 22일 열린 당정청 9인 회의에서 정부에 쌀 지원 재개 검토를 제안했다. 집권당 대표가 정부와 한 회의에서 한 말임에도 아직까지는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당내에서 그런 얘기가 없었고, 남북관계라는 큰 차원에서도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고 말했다.

정부도 비슷한 태도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현재 북한에 대한 쌀지원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그런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도 대체적으로 "대북 쌀지원은 남북관계 전반에서 접근해야 하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확인된 뒤에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태도다. 쌀과 비료 같은 '전략물자'는 대북정책의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상수 대표가 돌출발언을 한 뒤 '왕따'를 당하고 있는 형국이었지만,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가 이에 가세하면서 변화조짐이 엿보인다.

이 후보자가 이날 오후 인사청문회에서 "추석도 가까워왔고, 신의주에 물난리가 나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인도적 차원에서 쌀 지원문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인도적, 정치적 차원은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 후보자의 발언이 나오기 전인 이날 오전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안상수 대표가 한번 말한 것으로 북한에 대한 쌀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이재오 의원이 정부로 들어오고 하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 것과 비쳐보면, 주목할 만한 발언이 나온 셈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현인택 장관, 이상우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김태효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등 대북강경파가 현재 흐름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나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이 자리를 잡은 뒤에는 남북관계 개선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재오 후보자는 워싱턴에 체류하던 지난해 3월 "적절한 분위기가 된다면 북한에 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며 정상회담 성사에 기여의지를 나타냈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특임장관 자리를 만들면서 남북관계가 특임장관의 업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대북 쌀지원 문제가 그의 주임무의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대북쌀지원 문제의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안상수, #대북쌀지원, #현인택,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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