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러분 재산이고 생명이고 희망입니다. 함부로 훼손할 생각 추호도 없습니다. 많은 주민이 찬성하고 동의하면 사업을 추진하겠지만 반대하면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 최대호 안양시장

 

경기 안양시가 추진중에 있는 만안뉴타운 사업이 연기 또는 백지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취소하라며 반대하는 주민들이 예상보다 많을 뿐 아니라 최대호 안양시장도 반대가 많으면 자동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사실상 추진 의지도 급격히 떨어졌다. 

 

안양시는 만안구 안양 2·3동, 석수 2동, 박달 1동 일원 182만3000㎡를 오는 2020년까지 종합적으로 재정비할 계획으로 재정비촉진지역(만안뉴타운) 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으나 5차례 모두 반대 주민들의 반발과 저지로 무산 또는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안양시는 지난 16일 만안뉴타운 사업 제1구역인 석수2동 지역(삼성초교)을 시작으로 17일 안양1·2동지역(만안초교), 18일 석수시장 주변(삼성초교), 19일 박달1동, 안양 2동(만안초교), 20일 7구역인 안양3동 지역(안양공고)을 대상으로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주민설명회는 의견을 참고하는 비법정 설명회로 시는 정비구역별 토지이용계획, 주택 및 상가 공급계획, 기반시설과 특성화 계획, 단계별 사업시행계획 등을 밝히고, 그동안 주민들이 궁금해 했던 구역별 개략적인 사업성 분석 자료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설명회에 참석한 대다수 주민들은 "보상가도 모르고, 지구지정하면 어떻게 할 수 도 없는 뉴타운사업에 동의할 수 없다. 주민들이 원하는 답이 없는 설명은 들을 필요도 없다"며 호루라기를 불어대고 설명회 진행 자체를 강력히 거부해 무산됐다.

 

주민들, 관리처분방식 뉴타운사업 신뢰할 수 없다

 

"시장님, 주민들 평촌 모르는 것 아니다. 돈이 없어 못가요, 돈 있는 서울사람 끌어 들이기 위해서 뉴타운 해야 합니까. 만안은 만안에 사는 사람이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만안이 낙후돼 있으면 시의회에서 논의되는 (수의과학검역원) 공원으로 만들고, 시가 주민 삶의 질을 높여 주어야지, 주민들을 울리고 내쫓는 것이 과연 뉴타운 개발입니까"

 

"시장님은 뉴타운 추진 계획을 인터넷에 올릴 테니 보라고 했는데 (인터넷)할 수 있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주민들 없습니다) 여기 모인 사람 인터넷 할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60~70살 먹은 노인들도 먹고살기 바쁘고 할 줄도 몰라요."

 

닷새에 걸쳐 연속으로 진행된 주민설명회에는 적게는 500명, 많게는 1500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첫날부터 호루라기를 불며 저지에 나선 반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파행으로 이어지며 설명회 자체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안양시 관계자가 "호루라기 그만 부세요. 자랑스런 시민들이 왜 이러십니까?"라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자랑스런 시민? 웃기네. 주민들을 내쫓는 뉴타운 사업 강행하는게 자랑스런 시민을 내세우는 안양시냐, 우롱하는 거지"라며 거칠게 반발했다. 

 

주민들이 만안뉴타운 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는 "보상가도 모르고, 분양가도 모르고, 사업성이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찬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현 시가도 아닌 감정평가로 가치를 평가하고 1:1 보상도 불가능하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만안뉴타운사업 취소 이제 명분과 절차만 남았다

 

한편 만안뉴타운사업은 안양 1·2·3동과 석수동, 박달동 일대 177만600㎡이 개발 대상으로 2만4100세대의 주택을 2020년까지 새롭게 건립한다는 계획으로 지난 2007년 4월 7일 만안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하고 경기도시공사를 총괄사업권자로 선정했다.

 

안양시는 안양2동 등 일부구역을 제외하고 대다수 구역에서 70% 이상이 뉴타운사업을 찬성하고 있다고 발표해 왔으나 전 구역에서 주민설명회 자체가 무산되고 반대 목소리가 예상밖으로 강력하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호 시장이 "주민들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반대추진위에 뉴타운 추진에 따른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협의를 할 것이며,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정할 뜻을 밝혀 사실상 사업 연기 또는 취소를 위한 명분만 남았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안양시는 24일 "1만860명 전체 소유자를 대상으로 구역별로 사업 찬반 우편 설문조사, 표본 샘플 12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후 각 구역별 주민 여론 수렴과 노후도 등 물리적 요인을 분석하여 사업시행 판단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양시 균형발전기획단 관계자는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지구지정을 그대로 두고 사업을 연기하며, 개인주택 등에 한해 증개축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뉴타운 사업에 대한 불신과 반대는 최근 부동산경기가 곤두박질 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사업성과 타당성 검증은 물론 주민들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지원과 지자체의 지원 방안도 명확치 않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고함과 호루라기 소리만 들린 주민설명회... 무산과 파행 5일 연속

주민설명회 첫째날인 16일 삼성초교 체육관에서 열린 설명회가 반대주민들의 저지로 5분만에 무산됐다. 다음날인 17일 만안초교 체육관에서 최대호 안양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가까스로 설명회가 시작됐으나 사업계획안에 대한 설명은 주민들의 고함에 파묻혀 사실상 포기한 듯한 양상이다.

 

박달동 주민 유아무개씨는 "만안뉴타운은 관리처분방식이다. 뉴타운지역 중 단 한곳도 없다. 도로, 학교 등 공공시설 또한 우리가 부담한다. 내 보상가도 모르면서 뉴타운을 찬성하겠느냐, 지구지정 후에는 어떻게 할 수 없다. 이것은 악법이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관리처분방식의 경우 사업시행자는 주민인 조합이다. 조합은 감정평가사를 통해 현재 자산 가치 평가를 받은 후 사업 추진에 따라 지어지는 건축물 가치를 분양가에 환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업지구 지정 이후에는 주민들이 반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 관계자가 이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으나 반대측 주민들은 "주민들이 원하는 답이 없는 설명은 들을 필요도 없다"며 호루라기를 불어대 설명회 진행 자체가 어려웠다.

 

한 주민이 "천성과 반대를 할 수 있지만 반대자들이 이렇게 행위를 반대하니 정보를 들을 수 없다는 자체가 개탄스럽다"고 발언하자 반대측 주민들과 옥신각신 논쟁이 붙었다.

 

안양시 공무원이 "물리적으로 (방해)하면 지금 이 시간 이후 고발조치하겠다"고 말했으나 이후 체육관에는 주민들이 불어대는 호루라기 소리만이 울리면서 진행 자체가 더이상 불가능한 상황으로 흥분한 주민들은 분노와 성난 목소리만이 쏟아졌다.

 

결국 최대호 시장은 "오늘은 법정설명회 자리가 아니라 의견을 듣는 자리다. 여러분에게 약속했다. 여러분의 말을 듣고 할 것인지 말것인지 반대가 많고 동의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했으나 주민들은 "안하겠다"고 밝히라고 거세게 요구했다.

 

최 시장은 "호루라기 그만 부세요" "이렇게 되면 설명회를 진행할 수 없다. 오늘 결정한다, 안한다 말하기 어렵다. 여러분이 반대하면 사업을 할 생각 추호도 없다. 하지만 많은 주민이 찬성하면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회 종료를 선언해 파행으로 끝났다.

 

"시장님,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도 뉴타운 하시겠습니까"

 

주민설명회 마지막 날인 8월 20일 안양공고 체육관. 안양시와 뉴타운 반대추진위 간에 협의를 통해 가까스로 주민설명회가 시작됐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예정된 사업계획 설명 대신 시장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갖기로 해 뉴타운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만안뉴타운 반대추진위원회 김헌 대표는 "주민들이 제일 알고 싶은 것은 내 재산에 대한 보상가, 즉 평가금액이다"며 ▲시는 개발이익이 난다고 하였는데 주민들의 토지와 건축물에 대한 평가기준 밝힐 것 ▲뉴타운 사업지구의 각 구역별 노후도 산출 ▲재개발정비구역 지정 요건 검토 의향 ▲개발이익 중 몇%를 주민에게 부담할 것인가 ▲재입주율이 20%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에대한 안양시의 대책 등 5개항에 대해 질의했다.

 

한 주민은 "시장님이 후보였을 때 '관리처분이 뭔지 알면 진행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한 적 있다. 여기 뉴타운 찬성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아파트 분양가 보상가도 계산 안하고 찬성할 사람이 있느냐"며 "관리처분 진행한다면 분노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안양시는 뉴타운에 임대주택 6440세대 지어서 소득이 셍기겠지요, 공원, 유원지 역사 짓고, 도십정비는 되겠지만 주민은 뉴타운에 들어가는 사람은 대지 60평이상만 예상된다. 대다수 주민은 안양을 떠나고 시장님을 원망하며 살 것이다"고 질타했다.

 

또다른 주민은 "관리처분을 할 경우 공시지가는 120% 준다고 한다. 현 시가의 반이다. 또한 공원, 학교, 공공시설을 우리가 부담한다. 이런 것은 공개를 안한다. 50평을 관리처분하면 30평 아파트 들어 가는데 2억을 더 내야 한다. 이게 사업성이 좋은 것이냐, 책임도 우리가 진다"고 분통을 터트리며 "주민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일 안양시 균형발전기획단장은 "사업성을 분석했다. 분양에 따른 추가부담금 내용 등 위험스럽고 부담스럽지만 현 시점에서 공사비와 수익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고 반대측 주민대표들 분석하고 검토해 일부 미흡한 점을 보완하도록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단장의 설명은 곧이어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냐'며 주민들의 반발로 '뉴타운 반대' 구호와 호루라기 소리가 체욱관에 울려 퍼지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결국 또다시 최대호 시장이 마이크를 잡고 주민설명회에 대해 마지막 정리를 하며 일단락됐다.

 

최 시장은 "여러분이 희망하면 추진하겠다.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양해를 구할 것은 사업을 취소하더라도 명분과 절차가 필요하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해야한다. 지금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다고 이 자리에서 취소하면 무책임한 시장이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거나 궁금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시가 해야 할 도리다. 설문조사 등 의견을 물어서 반대가 많다면 자동적으로 폐기할수 밖에 없다."고 말해 찬반 의견에 따라 추진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태그:#안양, #만안뉴타운, #도시재정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