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력히 항의한다. 이게 뭡니까. 도대체 범법자들, 법률위반자들 데려다놓고 장관시켜 달라, 우리가 조폭 중간보스 뽑나? '서방파', '칠성파' 중간보스 뽑나. 기본적 자질이 안 되는 분들, 스스로 범법했다고 인정하는 분들을 후보 추천해달라니, 국민들 무시하는 처사다."
24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장에서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과 설전이 오갔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위장취업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장관 내정자들을 싸잡아 "범법자들", '조폭 중간보스' 등으로 표현한 게 발단이 됐다.
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질의순서가 되자 작심한 듯 인사청문대상자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신재민 내정자는 이 자리에 와서는 안 될 분"이라며 "이미 언론보도만으로도 장관 자격이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에서도 '김신조'(김태호-신재민-조현오)는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신 내정자를 향해 "자진 사퇴할 뜻이 있느냐"고 공세를 퍼부었다.
최 의원의 맹공에 당황한 신 내정자는 "제가 잘못된 점은 많은 후회를 하고 있다"며 "청문회를 통해 제게 억울하게 주어진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납작 엎드렸다.
언론인 시절 '부동산 투기 비판' 칼럼 쓴 신재민 "그래놓고 자신은..."
하지만 최 의원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신 내정자가 1993년 <한국일보>에 쓴 칼럼까지 들고 나왔다. 당시 칼럼에서 신 내정자는 고위층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사회적 병폐를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할 인사들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런 칼럼을 써놓고도 자신은 부동산 투기를 했느냐"고 질책한 뒤 신 내정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신 내정자도 언론인 출신이고, 기자도 부동산에 투자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문제는 반복적, 적극적, 전문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 내정자는 지난 13년간 10건의 부동산 매매를 통해 19억2000만 원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횟수나 방법이 매우 적극적이고 상습적인 투기였다"고 비난했다.
신 내정자가 "살던 집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까지 투기라고 할 수 있느냐"고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최 의원은 "공직자 자격이 없다, 즉각 사퇴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최 의원의 질의가 끝나면서 인사청문회장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 의원이 이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서방파', '칠성파' 등 조폭집단을 들먹이자 여당의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조진형 한나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장관 임명제청권자(대통령)가 국민들이 볼 때 조폭이나 범법자에 해당하는 사람을 추천했겠느냐"며 "이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얼굴을 붉혔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최 의원은 발언을 취소하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실제로 내정자들이 범법하고 위법한 행위를 하지 않았느냐"고 최 의원을 적극 옹호하면서 설전이 벌어졌다. 조진형 의원이 "위법과 범법이 어떻게 똑같냐"고 재반박하는 등 장내가 소란스러워지자 정병국 위원장이 수습에 나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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