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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4일 오후 10시 16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산증식 의혹에 대한 질의를 듣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재산증식 의혹에 대한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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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006년 경남지사 선거를 준비할 당시 은행법을 위반한 '특혜 대출'로 정치자금 10억 원을 마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앞서 '정치자금 10억 원'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돈"이라며 "4억 원은 지인의 명의로, 6억 원은 부친의 명의로 빌렸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직접 10억 원을 빌린 것이 아니라 지인과 부친을 중간고리로 해 10억 원을 마련했단 설명이었다.

그러나 2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정치자금 대출은 은행법 위반이라는 질책이 이어졌다.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은행법 38조엔 직접·간접을 불문하고 정치자금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며 "명의를 빌려준 지인과 부친이 대출 용도를 허위로 기재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지인과 부친이 대출용도를 뭐라고 기재했는지, 그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직접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게 아니라는 반박이었다.

그는 "선거에서 10% 이상만 득표하면 선거비용이 보전되기 때문에 대출한 것"이라며 "사실을 좀 더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치자금을 직·간접적으로 대출해주지 못 하도록 규정한 은행법 38조는 올해 들어 국회에서 개정됐고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야 삭제하기로 의결됐다. 해당 금융기관이 김 후보자의 지인과 부친이 대출한 10억 원이 도지사 선거자금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명백한 은행법 위반인 셈이다.

▲ '양파 총리' '스폰서총리', 끝없이 나오는 의혹들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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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대출 지적에 '물귀신 작전' 나섰다가 여당 의원 충고에 '급사과'

조순형 의원은 "해당 금융기관 직원들은 이 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며 "당시 김 후보자는 도지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은행에서 아주 쉽게 10억 원을 대출해 선거를 치르고 그 돈을 국고에서 보조받아 상환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해당 금융기관이 은행법 위반 소지 위험을 안고도 당시 김 후보자의 '뒷배'를 믿고 그의 부친과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단 얘기다.

조 의원은 또 "친서민 정책을 한다고 하는데 서민들은 1000만 원도 대출받지 못하고 사금융에서 대출받고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런 후보자가 서민에게 무슨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도 "부친이 1억3000만 원의 재산을 갖고 어떻게 6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냐"며 "이는 도지사 아들을 두고 있어 가능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제는 모든 정치인도 돈을 빌릴 때 금융기관에 담보를 맡긴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은행법 개정을 요구할 때 이제는 정치자금 대출 금지 조항이 없어져도 되는줄 알았더니 이런 일이 다시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부친의 대출은) 신용으로 된 것 같다, 자율시장에서 은행이 손해 볼 판단을 하겠나"며 특혜 의혹을 반박했다.

또 "16개 광역시도를 보면 단체장 후보들이 그만한 돈이 어디 있겠나, 경기도 (선거엔) 40억 원이 들어간다"고 항변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현행 선거제도 아래 모든 선거의 후보자가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물귀신' 논리였다.

결국 여당 의원들도 이같은 답변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 후보자에게 답변 시간을 충분히 달라"며 '엄호'했던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도 "은행법 38조를 위반하면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직원이 처벌받게 된다"며 "김 후보자가 직접 은행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이 법을 위반하게 한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는 만큼 이 자리에서 진솔하게 사과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그런 은행법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와서 처음 알았다"며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정치자금 10억 원'에 대한 공방은 오는 25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이날 저녁 8시 이후 속개된 청문회에서 "지인의 명의로 4억 원, 부친의 명의로 6억 원을 신용대출해 10억 원을 마련했다"던 기존의 답변을 또 한번 뒤집었다.

김 후보자 쪽은 "부친이 6억 원을 빌릴 때 담보를 설정했냐"는 박선숙 의원의 추가 질의에 "서류를 확인해보니, 부친 명의로 빌린 6억 원 중 3억 원에 대해선 동생이 연대보증을 섰고 3억 원은 후보자가 연대보증을 섰다"고 말했다. 당초 자신이 '직접' 빌리지 않았다던 답변이 뒤집힌 것이다. 특히 후보자 본인이 연대보증을 서면서 해당 금융기관이 10억 원의 '용도'가 정치자금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더욱 농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자꾸 딴 소리만 계속 하지 말고 자료로 제출해달라"며 추가 질의를 마쳤다. 청문회 전만 아니라 청문회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후보자의 답변이 뒤바뀌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어느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경우가 있나"며 "자료 제출 요구를 수십 번 반복한다, 지금까지 이렇게 (서면답변·자료와)답변이 다른 분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재산신고 일부 누락, 송구하다"... "우리는 '죄송한' 총리 원하지 않아"

한편, 김 후보자는 동생에게 빌린 1억2800만 원과 관련해 재산등록이 정확히 기재돼지 않았다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그 부분은 실무적인 착오로 그렇게 됐다, 송구하다"며 여러 차례 제기됐던 재산 신고 내역의 문제점을 일부 시인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24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H종합건설 최순탁씨로부터 7000만원을 빌린 것에 대해 돈을 갚았다는 증명서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입증되지 않는다면 뇌물로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24일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H종합건설 최순탁씨로부터 7000만원을 빌린 것에 대해 돈을 갚았다는 증명서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입증되지 않는다면 뇌물로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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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박 의원은 "무슨 착오가 돈과 관련해서 그렇게 많나"라며 "우리는 '죄송한' 총리 후보자, '떴다방' 총리 후보자를 원치 않는다, 정의로운 총리 후보자를 원하고 있다, 정확하게 답변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그 부분에 대해선 아주 솔직하게 재산등록에서 누락된 내용이 그대로 흘러오면서 문제가 있었다, 시인한다"며 "임명동의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무진들 착오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통장에는 정확히 기록돼 있었다"며 "세심하게 확인하고 살피지 못한 것은 저의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의원들도 김 후보자의 허술한 재산신고에 대해서 혀를 찼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의원들 평균 재산신고액의 1/6도 안 되는 재산인데 이렇게 앞뒤 숫자도 딱딱 못 맞추냐"며 "이렇게 가계회계도 제대로 못한다면 나라 살림도 제대로 못한다고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솔직하게 (재산문제에) 참 무관심했던 것 같다"며 "제 재산을 담당하는 실무진들이 5번 바뀌면서 한 번 잘못된 점이 쭉 그대로 흘러왔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준법의식이 약한 것 같다"며 "재산신고가 허위로 된 게 11번, 검찰 조사 2번, 선관위로부터 주의·경고 조치가 10번씩이나 된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어, "김 후보자가 서울에 출장 올 때 주로 호텔을 이용했는데 하루 93만 원짜리 방에 묵으신 것도 있고 지난 6년간 호텔 숙박비로만 4832만 원 넘게 썼다"며 "이게 무슨 공직 이후의 서민적 처신인가"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이와 관련, "한 달에 네다섯 번은 서울에 와서 일을 봐야 했다"며 "하룻밤 90만원 방 이야기는 3~4일 호텔비가 누적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도민을 대표해서 일하러 온 도지사가 여관에서 잘 수 있겠냐"며 "특정 호텔을 이용한 것은 멤버십을 이용해 디스카운트(할인)가 되(기 때문이)고, 여비규정을 어긴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태그:#김태호, #인사청문회, #정치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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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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