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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5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았다.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UAE 원전 수주 등이 취임 후 주요 업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에서 보듯 일방통행식 리더십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오마이뉴스>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없는 3가지'를 통해 집권 2년 반의 허실을 살피고자 한다. [편집자말]
2008년 9월 9일 밤 10시부터 100분간 5개 방송사를 통해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에서 패널 질문에 대답하는 이명박 대통령.
 2008년 9월 9일 밤 10시부터 100분간 5개 방송사를 통해 생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 질문있습니다'에서 패널 질문에 대답하는 이명박 대통령.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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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대 대통령 중에 이렇게 인터뷰 안 하시는 분은 처음 봤습니다. 소통, 소통 얘기하면서 정작 기자들은 왜 안 만나십니까?"

7월 1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어느 한정식집에서 <오마이뉴스> 기자가 퇴임을 앞둔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 실장은 "청와대를 출입하는 언론사들이 워낙 많아서..."라고 말끝을 흐렸지만, 그 말대로라면 어떤 언론사도 대통령과 인터뷰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얘기다. 정 실장뿐만 아니라 청와대 관계자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대화 주제가 대통령의 '인터뷰 기피증'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25일)을 맞아 그의 언론 인터뷰 기록을 살펴봤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월부터 지금까지 총 33차례 인터뷰를 했는데, 이 중 27건이 외국언론과 한 인터뷰였다.

그러나 나머지 6건도 '온전한 인터뷰'라고 할 수 없다. KBS·MBC·SBS 등 공중파 3사와 각각 진행한 '국민과의 대화' 3건이 포함되고, 나머지 3건도 이 대통령이 외국 언론사들과 만날 때 국내 언론사를 끼워넣는 식으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2월 1일 <동아일보>·<아사히신문>·<월스트리트저널>, 같은 해 3월 22일 <매일경제>·<일본경제신문>·<중국경제일보>·<파이낸셜타임즈>, 2009년 9월 15일 <연합뉴스>·<교도통신>과 한 공동인터뷰가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을 '글로벌 리더'로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역대 정부도 대통령과 외신의 만남을 선호했지만, 이명박 정부만큼의 '편애'를 찾아볼 수가 없다. 국내언론과 한 단독 인터뷰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해외언론 편애'라기보다는 '국내언론 기피'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전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이 대통령의 '성적'은 더욱 초라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재임기간 동안 최소 40건의 언론사 인터뷰를 소화했다. 자민련과 '불안한 동거', 거대여당 한나라당의 공세 속에 정국은 바람 잘 날이 없었지만, 그는 언론사들의 창간기념 인터뷰에 응하는 형식으로 여론을 움직이고 정국을 돌파하곤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노선과 대척점에 있던 <조선일보>·<동아일보>의 창간기념 인터뷰에도 각각 2차례나 응했고, 탈세로 구속된 사주 때문에 불편한 관계에 있던 <중앙일보>와도 두 차례 만났다.

김 전 대통령은 힘 있는 언론사뿐만 아니라 지역언론·신생언론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의 재임 5년 동안 창간 후 처음으로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매체가 적지 않았고, <오마이뉴스>도 창간 1년 만에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 언론사의 창간기념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언론과 만남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는 2003년 2월 당선인 시절 유일하게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했고, 취임 50일 무렵 동양학자 도올 김용옥을 인터뷰어로 내세운 <문화일보>를 시작으로 수많은 매체들을 만났다. 굳이 언론 인터뷰를 택하지 않더라도 전시작전권 환수나 한미FTA, 대연정, 개헌 등의 화두를 던지고 기자들과 토론을 즐기는 스타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6월 14일 라디오·TV연설모습.
 이명박 대통령 6월 14일 라디오·TV연설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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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는 대신 '라디오 연설'이나 '국민과의 TV 대화'를 선호한다. '라디오 연설'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를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방식이고, '국민과의 TV 대화'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패널리스트를 찾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심지어 2008년 9월 9일 KBS '대통령과의 대화'에서는 제작진이 방청객의 질문을 사전 검열하려는 일까지 있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인터뷰를 피하는 이유에 대해 "이동관 전 홍보수석 시절부터 정해진 방침"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대통령이 언론사들과 자주 만나는 게 맞지만, 노무현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면 그게 꼭 좋은 것 같지는 않더라"며 복잡한 속내를 토로했다.

측근

"여권 쪽에는 왜 이광재·안희정 같은 사람이 없는가?"

<조선일보> 7월 5일자에 실린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까지도 정치권의 화제다.

여당에도 40대 후반에 도지사에 오른 야당 차세대 주자들처럼 도전 정신이 강한 인물들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한 얘기였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15~20년간 인연을 이어온 핵심측근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집권 중에는 대통령의 정치적 원군이 되고, 대통령이 퇴임하더라도 그의 정치자산을 승계할 핵심측근들이 이 대통령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는 서울시장 시절부터 그를 보좌한 정두언·정태근(이상 정무부시장)·조해진(정무보좌관)·박영준(정무보좌역, 이상 서울시 근무 당시 직책)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박영준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회의원의 길을 택했다.

집권 3년차인 올해 들어 이 대통령에게는 측근의 '빈자리'를 실감하게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다.

특히 6·2 지방선거 패배 후 여당의 초선의원 50명이 청와대 참모진 교체와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변화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린 사태에 대통령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2년 전 처음 금배지를 단 의원들 중에는 안국포럼(이명박 대선 캠프) 시절부터 대통령을 보좌한 사람들도 있었다. 복수의 신문들이 "한나라당 초선들이 정치를 잘못 배웠다"는 대통령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6.2 지방선거 참패 직후인 6월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구상찬, 권택기, 김성식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한나라당 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6.2 지방선거 참패 직후인 6월 9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구상찬, 권택기, 김성식 의원 등 참석 의원들이 한나라당 혁신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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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한 수석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안희정·이광재·김두관·문재인 등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을 공격할 때도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여당 의원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결국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를 떠났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 국정 농단 논란은 대통령 측근들의 권력 투쟁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부터 정무부시장(정두언·정태근)과 정무보좌역(박영준)으로 한솥밥을 먹던 이들이 여당의원 사찰 시비까지 일으키며 진흙탕 싸움을 한 것이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갈등이 잦아들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성패에 대한 평가가 본격화되면 이들의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풍자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에 정치풍자는 찬바람을 맞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와 SBS <웃찾사> 등 지상파 방송사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정치풍자 코미디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풍자 코미디가 없을뿐더러 조금이라도 싹수가 있어 보이는 코미디는 유형무형의 견제와 압력에 시달린다.

'봉숭아 학당'의 '동혁이 형' 캐릭터는 거침없는 말투로 사회의 부조리를 비틀고 꼬집는 '샤우팅 개그'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3월 들어 보수 시민단체 방송개혁시민연대로부터 "매회 제기되는 이슈에 대한 결론은 대부분 정치·경제적 포퓰리즘에 도달한다. 동혁이 형의 샤우팅에는 제도와 원칙을 무시한 대중적·선동적 언어가 난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동혁이 형'이 다루는 소재들은 청소년 유해광고물, 사설주차장 이용료, 휴대폰 스팸문자 등으로 순화됐다.

6·2 지방선거를 전후로 막을 내린 <개콘>의 인기코너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방송인 김제동.
 방송인 김제동.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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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4월 19일 국회 상임위에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표현에 대해 김인규 KBS 사장에게 "아이하고 볼 때 그 대사가 나오면 가슴이 아프다. 김 사장의 취임 이후 그 대사가 계속 나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문제의 표현을 없애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현직 대통령의 성대모사가 설 자리를 잃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MBC 표준 FM(95.9MHz)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의 '대통퀴즈'가 작년 9월부터 이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전 코너 '삼김퀴즈'만큼의 반향은 없다.

방송사 사장이 권력의 압력으로 쉽게 교체되고 김제동·김미화 등 이른바 '좌파 성향' 방송인들의 퇴출 논란이 이어지면서 코미디언들이 일종의 자기검열에 빠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정치풍자는 용수철과 같다. 권력층이 집권기간에 어느 정도 허용하면 퇴임 후에도 큰 문제가 안 생기는데, 계속 억누르면 권력을 내놓은 후 '동네북'이 되고 만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런 수난을 당한 사례"라고 말했다.


태그:#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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