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회'는 없었다, 다만 동지상고 명단과 대통령 후배는 있었다. 4대강 살리기 '비밀준비팀'은 없었다, 그러나 태스크포스팀은 존재했다. 결론적으로 대운하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운하준비사업은 있었다.'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의 핵심 내용입니다. 지난 17일 사상 초유의 불방사태를 맞으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PD수첩> '4대강' 편이 24일 전국 시청률 9.6%(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올리며 방송됐습니다.
사실 지난주 불방 이후 1주일 동안 MBC 앞에서 김재철 사장을 성토하는 촛불문화제까지 열릴 정도로 <PD수첩> 4대강 편의 방영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지요. 그래서 MBC 또한 이례적으로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에 보도자료를 냈더군요.
내용은 이랬습니다. 오전 11시 부장, 국장급 사전 시사 후 수정과 반론권 보장 지시가 제작진에게 내려졌고, 수정과 보완 편집을 거쳐 오후 9시경 김재철 사장과 담당 국장, 본부장 등 6인의 시사를 마친 뒤 최종 방송을 결정했다고요. 꽤나 급박한 전개임을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내리자면, <PD수첩> 제작진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수심 6m가 운하 준비사업의 선결 과제임을 명백히 했습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이 홍수나 가뭄 대비와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동시에 청와대와 대통령의 측근들이 개입, 4대강 사업을 운하 준비 사업을 변경했다는 사실도 직·간접적으로 시사했고요.
수심 6m 지키는 태스크포스팀의 존재
"청와대 사람들은 낙동강에 6m 수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만약 6m 수심을 유지한다면 또 대운하를 하려 한다는 여론의 반발이 분명히 나올 겁니다. 청와대 측도 끝까지 관철시키기에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일단 소규모 정비계획으로 가고 6m는 나중에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방송에서 밝힌 익명의 이메일 제보의 핵심 내용입니다. 청와대 인사 2명이 참가한 국토해양부 산하 한강홍수통제소에 꾸려진 태스크포스팀이 2008년 가을부터 4대강 살리기 사업의 기본 방향과 내용을 구상했답니다. 그럼 왜 6m였을까요? 한반도대운하 계획 당시 최소 수심이 바로 6m였다지요.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이 대운하를 위한 '눈 가리고 아웅'식 공사라는 것이지요. 2008년 12월에는 하천정비나 수질개선이었다가, 2009년 봄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발표되면서 홍수예방과 물 부족으로 공사의 논리와 홍보 뱡향을 전환했다는 겁니다.
"내용이 크게 바뀐 거 같진 않고 순화되어 나온 느낌은 받았다. 비밀준비팀은 태스크포스팀으로 바뀌었던데 거기 김철문 행정관과 인수위 시절 대운하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했던 김형렬 (국토해양부) 과장이 참여했다. 방송에서는 참여만 했고 압력행사는 안 했다고 하던데 국민들의 판단을 믿겠다."
25일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민주당 4대강 저지 특위 김진애 의원의 <PD수첩> 시청 소감입니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렸던 태스크포스팀에 대통령의 고등학교 후배인 김철문 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사업지원국장이 참석했다고 확인했습니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그가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것이지요.
방송에서 익명 처리된 김모 과장을 김진애 의원은 하천관리전문가로 알려진 김형렬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라고 밝혔습니다. 본인은 부인했지만, <PD수첩> 측은 그가 당시 태스크포스팀의 부팀장을 맡았다고 보도했고요. 이 청와대측 인사들이 국토부 직원들이 우려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심 6m를 강행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대운하와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단 4대강 하청 정비안을 내고, 2단계로 수심 6m의 진짜 운하 준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 태스크포스팀이 발표한 4대강 마스터플랜이 이전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서 불과 4개월 만에 몰라보게 바뀌어져 있었다는 것이죠. 실제로 소형 보가 4개였던 것이 대형 16개로, 준설양이 2.2억㎥에서 5.7억㎥으로, 친환경적인 사업인 강변저류지 21곳은 3곳으로 줄어들었고요.
"이러한 중대한 변화가 마스터플랜팀이라든가 국토부에서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여기에서는 윗선에서의 압력이나 요구가 상당히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하는 의혹을 계속 제기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일했던 분이 그 이후 지금은 부산국토지방관리청, 그러니까 낙동강 관리하는 팀에 들어가 있었고 지금은 4대강 추진본부에 들어가서 다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사실 이런 압력과 요청을 지속적으로 행사한 것은 아닌가."
김진애 의원은 이렇게 지난 20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비밀팀(태스크포스팀)은 없었다"고 해명한 심명필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본부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도 아니고 높으신 분들은 누구?
이와 관련한 <PD수첩>의 주목할 만한 사실은 4대강 찬성론자인 박재광 위스콘신대학 교수의 인터뷰였습니다.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 7월 17일 출연분에서 그는 "수심이 바뀐 것은 이명박 대통령께서 정책적으로 마음을 바꾼 거다. 왜냐하면, 원래 4대강 사업을 계획했는데 대통령께서 지금의 100년 빈도의 강에 대비에 관한 보고를 받으시고, '우리 이것 200년 빈도로 하자'고 해서 양을 7m로 바꾼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 발언의 출처에 대해 "청와대도 아니고 더 굉장히 높으신 분들이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과거 청계천을 할 때 내가 어떻게 했고 지금 이 사업도 내가 보고한 것을 어떻게 어떻게 바꿨다, (대통령이) 지시를 내렸다라고 말씀하는 걸 듣고 상황을 제가 정확하게 구현을 해서 표현을 한 거다"라고 조심스레 답했습니다.
대통령이 누구에게 한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죠. <PD수첩> 제작진이 표현을 삭제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대통령 측근' '높으신 분들'이란 표현에서 '영포회'가 개입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홍수·물 부족? 수심 유지가 주목적 아냐?
"평소 수해를 당할 때 강에서 매년 4조씩 예산이 들어갑니다. 그러면 그 4조에 매년 한 1, 2조만 더 보태서 공사를 하면 한 3년 뒤에는 매년 4조씩 들어가던 예산이 훨씬 줄어들 겁니다. 그럼 국가적으로 늦어도 5~6년만 지나면 국가 예산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4대강 사업 관련 발언입니다. 그러나 <PD수첩>은 4대강 살리기가 홍수, 가문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다시금 재확인했습니다. 낙동강 지류인 경북 봉화군, 김천군의 경우 10년간 경남 지역 홍수 피해의 99%를 차지하지만 4대강 살리기 지역에서 제외되어 있었습니다.
물 부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형 보를 세운 뒤 물을 가둬 물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역시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홍수와 똑같이 문제의 지류는 제쳐두고 본류(本流)에 공사를 진행한다고 해서 물 부족이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또 수자원의 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낙동강의 1016년 물 부족량은 1.4억 톤인데 비해 4대강 살리기는 10억 톤이나 확보한다고 합니다. 그 대부분이 식수도, 공업용수도, 농업용수도 아닌 그냥 흘려보내는 유지용수라는 것이지요.
"물 부족 지역이 어딘지에 대한 평가도 없이 그냥 본류에다가 대규모 준설을 하고 보를 설치하고 나니까 10억 톤의 물이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이것은 준설해서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는 것입니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의 분석입니다.
운하 위에 크루즈 띄우고 카지노 세우나?
이밖에도 물확보와 홍수 소통을 위한 기존 4반달형에서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사다리꼴로 준설형태를 바꾼 것도 운하를 위한 알리바이 중 하나였습니다. <PD수첩>이 최초로 공개한 낙동강 구간 수로 평면도에서도 폭 300m라면 4대강 살리기 공사로도 5000톤급 배가 다니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상주보, 낙단보 등의 물길도 곡선에서 직선으로 바뀐 게 전부이고요.
대통령은 이 운하 위에 크루즈를 띄울 심산인 것처럼 보이더군요.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를 주요 정박지로 삼는다는 내용이 담긴 리버크루즈 사업 보고서를 제출해 놓았습니다. 2014년까지 본사업을 진행하고, 이에 발맞춰 대구시는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 레저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고요. 그래서 이리도 빨리 4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겠지요.
이를 위해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은 강변 양안을 2km 범위 내에서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개발수변개발 특별법을 이미 발의해 놓았더군요. 한나라당은 10월까지 통과시킬 예정이고요. 그래서 이리 일사천리로 서두르는가 보더군요. 그렇다면 과연 개발주의자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생태를 걱정하는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의 고언을 귀담아 들을까요?
"4대강 사업을 통해 물이 고여 있게 되면 배를 띄울 거고, 또 사람이 모이면 개발의 요구가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그 지역 야생 생태계는 다 쫓겨나야 되겠죠. 그렇다면 한반도 내에서는 사람 이외에 야생은 들어설 곳이 없어지는 꼴이 됩니다. 서대구 달성습지같은 야생 지역은 야생지역답게 남겨둬야 됩니다."
4대강 중급편· 고급편을 기대한다
어제 방영분은 그러나 MBC 국장급 간부들의 편집본 사전 심의와 수정 끝에 검열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한 여지가 존재했습니다. 트위터 상에서도 평이했다, 심심했다는 것이 중평이었지요. 반면 지상파를 통해 4대강 공사의 이면에 대한 속 시원한 탐사 보도가 나간 것에 대한 안도감의 목소리도 들렸고요.
"<PD수첩> 4대강 '입문편' 흥행 성공했으니 4대강 '중급편'과 '고급편'을 내놓아!"(@jubatree)
"<PD수첩> 기대보단 아쉽지만 운하라는 사실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됐네요. 어쩌면 청와대도 그 부분이 가장 부담될 수도 있지요."(@biguse)
"<PD수첩> 뭐 특별한 것도 없는데 왜 방송 못하게 하는 겨. 이 정도는 다 알고 있거나 짐작하고 있던 것 아닌가요? 한 가지 수확이라면 정부가 홍보(?)를 많이 해줘서 관심 없던 사람들도 많이 봤다는 거. 하긴 그게 더 큰 수확인 것 같네."(@WINdoorsLEE)
"재미있게 한편으론 어처구니없이 슬프게 보고 있습니다. 하늘 아래 이런 어처구니없는 코미디 범죄사업이 벌어지고 있군요"(@entopia21)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사기꾼이 분명합니다."(@bwingd)
이제 국토해양부가 다시 한 번 법적으로 <PD수첩>에 제동을 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운하와의 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은 설계된 내용을 보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내용"이라고 잡아떼는 안시권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정책총괄팀장이 다음엔 또 어떤 주옥 같은 말을 내뱉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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