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몸을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몸을 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갔다가 주인 아저씨가 보다 놓은 조간 신문을 펼쳤다. 어제 오늘의 화두(?)는 "개풀 뜯어 먹는 말들의 전쟁"이다.

청문회에 나온 국무총리 후보자를 필두로 이분저분 이놈저놈 할 것 없이 말들이 많다. 하긴 개가 풀 뜯어 먹으니 뭔 좋은 소리가 나오겠나. 그렇다 하더라도 순간 밥이고 뭐고 간에 울화통이 터진다. '6000원하던 추어탕이 언제 1000원 더 올랐지? 에이, 이것도 이젠 자주 먹긴 다틀렸네.' 밥값 오른 것조차도 덧붙여 열받게 한다.

인사 청문회, 해도해도 너무 합니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후보자 누구 할 것 없이 위장전입에 탈세의혹,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논문표절 등이 이번에도 문제다. 늘 그랬던 것처럼 뭐 새삼스러울 것도 아닌데 웬 수선이냐고 반문한다면 할말이 없다.

허나, 나 같은 인간도 말 좀 해보자. 위에 열거한 범죄를 저질러야만 장관 되고 국무총리 후보자가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모두도 그리해야 되는가. 그러나 그런 범법행위를 저지른다면 우리 모두, 아니 모두가 아닌 일반인들은 후보가 되기도 전에 '쌍팔찌'부터 찼을 것이다.

정말 대단하다. 머리가 좋은 건지 아니면 권력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 간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저질러 놓고 수습을 잘한 건지 묻고 싶다. 방법 좀 가르쳐 달라고 떼 쓰고 싶다. 그래서 개뿔 나도 장관 한 번 추천 받아 가문의 영광으로 우뚝서고 싶다. 하루 이틀 전국적으로 개망신 당하면 어떠리, 죽어서 내 후손들이 우리 몇 대조 할배는 영의정 하신 어른이라는 칭송과 금술잔을 받고 싶다.

불리한 질문을 받으면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고 답변한다. 인간이 무슨 더듬이인가. 그리도 더듬을 게 많은가. 모르쇠가 이젠 더듬이로 진화했다. 오즉하면 국회의원 입에서조차 수많은 범법행위를 두고 "조폭들이 하는 짓이다. 여기가 조폭 중간보스를 뽑는 자리냐"는 쓴소리까지 나왔겠는가. 참으로 어이가 없다. 신문 몇 줄, 청문회 방송 몇 분만 보고 듣다 보면 일순 눈 버리고 귀 더러워지는 건 일도 아니다.

늦여름 화병, 다 당신들 때문입니다

8월 8일 단행한 개각으로 입각한 인사들. 왼쪽으로부터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8월 8일 단행한 개각으로 입각한 인사들. 왼쪽으로부터 이재오 특임장관, 진수희 보건복지장관,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후보자 대변인 같은 의원 몇몇도 아주 '밥맛'이다. 밥값이 아까운 밥들이다. 그런 분들의 후원과 응원이 있다면 나도 장관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무총리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위장전입한 사실이 없다. 재산세를 제때 내지는 못해도 나중에 과징금까지 몰아서 낸 인간이다. 세금탈루, 병역기피 한 적 없으며 담보대출 많아도 내 집 하나 가지고 7년째 한곳에서 살고 있는 아주 착한 부동산 소유자다. 그게 지금 후보자들과 비교해서 흠이라면 난 자격이 없다.

권력은 정치적인 힘이다. 그 힘이 편법과 불법적인 곳으로부터 나온다면 이는 분명 '조폭'들의 힘이나 다름없다. 조폭이 정치를 하게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후보자 모두는 이같은 권력과 정치적인 힘을 자연스럽게 사용한 것 같다. 똥이 있으면 치워야 하는데 나 같은 좀생이는 비겁하게도 정치에 무관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처럼 개풀 뜯어먹는 소리나 영양가 없이 궁시렁거리기도 한다.

오늘 새벽부터 내리던 비가 가을을 재촉하는 비인지는 모르겠다. 하긴 입추, 처서 다 지났으니 가을이 오는 게 새삼스러울 건 없다. 하지만 최근 숨을 헐떡일 지경의 폭염이 환경 탓만은 아닌 것같다. 한국 사람에게는 '화병'이라는 병이 있다. 날씨가 아닌 다른 요인으로 인한 열병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래서 난 요구한다.

왜 나만 같고들 그래, 나도 잘한 거 있는데. 이 정도는 관행이었는데... 니도 옛날에 그랬잖아. 잘 모르겠다. 더듬어 보겠다... 제발 이런 사람들 안 보이게 해주세요. 국민들을 위해 마지막 봉사 하겠다 그리 착하신 후보자들이라면 차라리 들림을 당하게 하시어 저 높는 곳에 살게 해주시옵소서. 국민 팔지 마시고 당신들 양심 파지 마시고 당신들 마음대로 법 팔아 먹지 마세요. 나 같은 인간 장관 안 시켜 주실 거면 화병 치료비라도 지원해 주시길 지문 없어지도록 빌어 봅니다.

이 모든 소원, 오늘 비처럼 시원하게 내려 주시옵소서... 개뿔!


태그:#얼떨결그냥후다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