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둘을 키우면서 둘이 너무 달라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한 배속에서 나왔나 싶을 정도로 성격이며 모양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아이들 키우면서 스스로 모순에 빠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고1, 중2로 예민한 사춘기 시기라 더 조심스럽습니다.
성격이나 생활태도를 보면 큰애는 너무 정이 많아 영화 보다가도 울고 책 읽다가도 울고... 하지만 둘째는 너무 냉정해 찬바람이 불 정도로 쌀쌀 맞습니다. 그러다 보니 큰애는 매사 흐릿흐릿한 거 같고 작은 애는 너무 칼로 무 자르듯 냉철한 것 같습니다.
외모도 천양지차입니다. 큰애는 키가 173㎝으로 너무 커서 늘 불만입니다. 큰 맘 먹고 사준 운동화의 밑창까지 빼고, 며칠 전에는 밑창을 뺄 수 없을 것 같은 운동화를 사주었는데 어떤 방법을 썼는지 기어코 뺐습니다.
작은애는 키가 155㎝로 언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 작아 키높이 운동화에 깔창까지 깔고 다닙니다.
발과 다리에 피로가 오고 자세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깔창과 밑창 금지령을 내려도 외모에 민감한 시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멀쩡한 운동화만 망가지기 일쑤입니다. 우습지만 사춘기의 이상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둘이 적당히 나누어 가졌으면 좋을 테지만 성격이며 외모는 점점 차별화(?)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툼이 생기면 결국 작은애는 언니를 '거인'이라고 놀리고 언니는 '루저'라고 되받아 치는 것으로 전투(?)를 마무리 짓기도 합니다.
중간에서 위로하고 달래기가 쉽지 않습니다. 큰 아이한테는 "지금은 어려서 모르지만 대학생 되고 하면 키 큰 게 얼마나 부러움을 사는데"하며 위로하고 작은 애한테는 "요즘은 작은 게 대세"라고 몰래 위로하는 모순덩어리 아빠가 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언니는 동생에게, 동생은 언니에게 서로 좋을 말을 하는 일이 많아 졌습니다. 키 큰 언니가 우월하다느니, 키 작은 동생이 귀엽고 예쁘다느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상처받기 싫어 상처주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쨌든 예민한 사춘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덩달아 운동화도 정상이 될 것 같습니다. 밑창도 다시 끼우고 깔창도 빼겠다고 합니다. 때론 지나치게 냉정한 동생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파하는 큰딸과 너무 감정적인 언니에게 냉철한 의견을 내는 작은 아이가 기특할 때가 많습니다.
서로의 단점이 아니라 장점을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두 딸이 성장하면서 다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지금처럼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