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낙동강소송'(하천공사시행계획취소소송) 5차 변론공판은 뜨거웠다. 27일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 심리로 306호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서 원고(국민소송단)·피고(정부) 측 변호인과 증인들은 4대강정비사업이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공판은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해 중간에 10여 분간 휴식한 뒤 재개되어 6시30분경까지 열렸다. 낙동강소송은 '4대강사업위헌·위법심판을위한국민소송단'이 낙동강 구간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국토해양부장관 등을 상대로 낸 것인데, 이날 법정에서는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방청했다.
원고측에서는 김정욱 서울대 교수, 피고측에서는 최경식 신라대 교수가 증인으로 나섰다. 원고 측은 정남순·박서진·전종원·이정일 변호사, 피고 측은 정부법무공단 서규영 변호사가 중심이 되어 (반대)심문을 했다.
김정욱 교수 "피고측 수질분석자료에는 방응계수값 없어"김정욱 교수는 4대강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비롯한 국립환경과학원 등 정부 측 자료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피고측에서 제시한 수질예측모형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사업 시행으로 인해 달라져야 할 반응계수값이 반영되지 않았다. 연중 자료를 분석해야 하는데 평균치만 분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고측 자료를 보면 미국 국립환경연구원의 매뉴얼을 적용했는데, '수질' 변화 예측만 했지 '수리' 변화는 하지 않았다. 보가 생기면 물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유속이 길어지기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평소에는 낙동강 물 흐름이 상주에서 부산까지 20일 정도 걸리는데,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보가 설치되었을 경우 200일 정도 된다고 한다. 엄청난 변화가 있는데도 예측자료에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흐르는 강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 녹조가 심해진다. 그런데 피고 측의 예측자료에는 조류 번식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피고 측의 자료에 보면 오염퇴적층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서 "모래가 있고 없고는 물 정화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준설은 수생태를 파괴하고 정화 능력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피고측의 자료를 보면 대책으로 2012년 하수처리율이 91.3%에 이를 것이라고 되어 있다. 상수도의 경우 지금도 30~50%의 누수율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 전주시가 하수도의 누수율을 조사해 보았더니 60% 정도였다고 한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하수처리율을 어떻게 91.3%로 할 수 있나"고 지적했다.
또 김정욱 교수는 "물부족국가라고 하는데 낙동강 유역에서 물이 부족해 제한급수를 한 적이 없었다", "현재 낙동강 대구경북 구간은 수심이 평균 50cm인데 4대강사업으로 전체를 평균 6m로 한다는데 그렇게 하면 호수로 녹조가 생긴다"고 말했다.
문형배 부장판사도 여러 질문을 했다. 김 교수는 "하천은 기본적으로 흘러야 한다. 어느 정도 유속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강을 더 깊게 파면 물은 느리다"면서 "보라고 하지만 댐이다. 강에 댐을 막아 홍수로 막고 가뭄도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홍수와 가뭄을 조화롭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 부장판사는 "피고 측에서는 가동보를 열었다가 닫았다가 하면서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교수는 "비가 오면 아래에 있는 보부터 차례로 열어야 한다. 8개 댐을 줄줄이 열어야 하고, 홍수에 대비해 전체 물을 빼내려면 10일 정도 걸리는데, 지금 기상관측으로 10일 전에 홍수를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요즘 비는 국지성이다"고 대답했다.
최경식 교수 "수심이 깊을수록 조류성장률은 감소"최경식 교수는 환경관리공단에 근무하면서 '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의 기본은 개발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경제와 사회 차원을 고려하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부족국가'에 대해, 그는 "기후변화를 통해 집중호우가 단시간에 내려 지하수 투입이 적다 보니 물부족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칼호와 미국 오대호, 일본 비와호는 호수지만 물이 썩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낙동강에 보가 생겼다고 해서 '호소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호수로 간주하는 게 문제다"면서 "보 설치시 체류시간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조류성장률이 증가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수심이 깊을 경우 조류성장률은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낙동강 수계의 농업용 저수지 증고에 따라 추가적으로 확보되는 0.9억톤의 물은 비록 본류 수질에 대한 희석 효과는 크지 않다 할지라도 '저갈수기'에 해당 하천의 수질과 생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9월 17일 공판 때는 '침수' 문제 집중 다뤄다음 공판은 오는 9월 17일 열리는데, 이날 공판에서는 침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원고와 피고측은 침수와 관련한 각자의 자료를 오는 9월 3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양측은 침수 관련 자료를 받은 뒤, 1명씩의 증인을 출석시켜 심문하기로 했다.
이날 공판 때 김정욱 교수가 증언할 때 여러 차례 방청석에서 웃음이 나왔다. 김 교수는 피고측 변호사가 '수질 실험 매뉴얼(EFDC)'에 대해 질문하자 "어려운 분야인데 공부한다고 고생했다"고, 원고측 변호사가 '지난 공판 때 어려운 용어와 설명이 나와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하자 "자연은 현상 그대로인데 불리하면 어렵게 설명한다"고, 문형배 부장판사가 '속기를 해야 하기에 천천히 말해 달라'고 하자 "마음이 급해서"라고 말했다.
피고측 변호사는 김정욱 교수한테 '반박심문'을 하면서 방청석에 있던 국립환경과학원 직원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는 박재현 인제대 교수, 박창근 관동대 교수,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 최영찬 서울대 교수, 차정인 부산대 교수, 박창균 진주환경연합 공동의장, 임영대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 10여 명의 천주교 수녀 등이 방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