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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안녕하세요. 충남도지사 안희정입니다."

 

대구에 가기 위해 서울역 KTX 대기실에 앉아있던 남윤수(61, 사업)씨는 어느새 자신의 손에 들린 팸플릿과 그것을 건넨 안희정 충남지사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깜짝 놀랐다. TV에서나 보던 정치인이 바로 앞에 서 있는 것이 생소한 듯 했다. 안희정 지사가 거듭 "세계대백제전 행사에 꼭 놀러오세요"라고 말하자, 남씨는 얼떨결에 "예, 알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안 지사가 내민 손을 잡았다.

 

안 지사가 다른 시민들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옮긴 뒤, 남씨는 기자에게 "지역 행사 홍보를 위해서 이렇게 서울까지 와서 일하는 도지사를 본 적이 없다"며 "개인 홍보를 하는 것도 아니니, 참 좋아 보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이렇게 홍보물을 안 받았다면 TV 한번 보고 말았을텐데, (안 지사로부터 직접) 홍보물까지 받았으니, 시간이 나면 꼭 행사에 가보는 쪽으로 해야겠다"고 웃어보였다.

 

1400년 전 대백제의 부활, 2010 세계대백제전

 

일요일인 29일 안희정 충남지사와 도 직원 50여명은 '2010 세계대백제전' 개막 20여일을 앞두고 이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인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띤 홍보전을 펼쳤다.

 

도청 여직원 모임인 '청심회' 회원들과 도 공보관실직원 등 5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홍보용 어깨띠를 두르고 열차승객과 서울시민들을 대상으로 대백제전 홍보전단을 돌리고 티켓예매 활동을 벌였다.

 

특히 안희정 지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직접 팸플릿과 홍보 CD를 들고 시민들을 일일이 찾아나섰다. 일부 시민들은 귀찮다는 듯 형식적으로 팸플릿을 받아들었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안 지사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2010 세계대백제전'은 오는 9월 18일부터 10월 17일까지 공주시 고마나루 및 공산성, 부여군 백제문화단지 및 백마강변, 논산시 논산천 둔치 등에서 "1400년전 대백제의 부활"이란 주제로 열린다.

 

안희정 지사는 "대백제전은 만 55년째 된 행사인데, 특히 올해에는 백제의 옛 궁궐을 재현하는 단지가 완공되는 것을 기념해 '세계대백제전'으로 확대해서 한 달 동안 열리게 된다"며 "역사·문화를 소재로 한 것으로는 유일한 축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희정 지사가 이번 대백제전에 대해 단순한 도지사 업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올인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백제의 역사는 20세기 이데올로기로 갈라진 아시아 역사의 관점으로 보면 안 된다. 백제는 이미 아시아를 하나로 관통하는 역사의 중심지였다. 서해안을 휩쓸고 지나는 것이 바로 백제다. 백제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20세기 이데올로기 역사와 지역주의 역사, 특히 36년 식민지 시대를 극복하는 행위이다. 미 합중국을 두고 국가의 역사가 300년이라지만, 아메리카 대륙의 역사는 수천년이다. 국가의 역사가 아니라 땅과 사람의 역사로 받아들여야 한다."

 

안희정 지사는 "우리가 아는 옛날의 궁궐은 조선 600년 경복궁 밖에 없지만, 우리의 역사에 1400년 전 백제의 궁궐들이 있었다"며 "이제 궁궐하면 조선시대 600년의 궁궐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1400년 전 궁궐도 우리의 궁궐이라고 이야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 후손들의 도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안 지사는 이번 세계대백제전을 "핏줄의 축제"라고 규정했다.

 

"발로 뛰는 도지사, 보기 좋다"

 

안희정 지사의 홍보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부산으로 향하던 김아무개(57)씨는 "대단하다. 발품을 많이 파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그냥 안희정이라는 정치인이 있는가보다 했는데, 이렇게 발로 뛰는 모습을 보니까,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병훈(69)씨도 "그동안 젊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의 신념을 가지고 일하는 것에 대해 좋은 느낌으로 지켜봐왔다"며 "평소 행실과 근본에서 중요한 것이 참을 '인'자인데, 한길을 걸으면서 참을 '인'자를 잘 실천하는 것 같다"고 안 지사를 평가했다.

 

서울에 사는 자녀들을 보러 왔다가 부산으로 돌아가던 황숙희(58)씨는 "개인적으로 안희정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매스컴에서 많이 나오니까, 알고 있었다"며 "노무현 정권과 연관이 있어서 좀 안 좋게 봤는데, 저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구나 과오는 있기 마련이다.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며 웃어보였다.

 

대전에 살고 있는 이중길(69)씨는 누구보다도 안희정 지사를 반갑게 맞았다. 그는 "서울에 모임 있어 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서울역에서 우리 지역 도지사를 보니까, 너무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역사를 보면 (삼국시대에) 신라와 백제가 있었는데, 경주는 관광객도 많고 크게 발전했지만, 공주 등에는 호텔 하나 제대로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그동안 (충남을 대표하던) 정치인들이 잘 했으면 이렇게 안 됐다. 이제라도 잘 한다니까 다행이지만, 경주에 비하면 20년이나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백제전은 지난 1955년 부여지역 유지들을 중심으로 백제말 3충신 제향과 낙화암에서 백마강에 몸을 던진 백제 여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수륙재를 지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대백제전은 순수 민간 중심의 축제에서 1965년 충남도 주최로 전환되면서 관 주도로 열렸고, 2007년부터는 공주와 부여의 통합 축제로 변신하게 된다.

 

올해 '2010세계대백제전'은 백제문화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고 사상 최대인 260만명(외국인 20만명)의 관람객 유치를 목표로 총 240억원이 투입된다. '1400여년 전 대백제의 부활'을 주제로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화단지와 공주시 고마나루 일원에서 열리는 대백제전은 22개의 주요 프로그램과 70여개의 시·군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태그:#안희정, #세계대백제전, #안희정 충남도지사, #서울역 홍보전, #대백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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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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