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지사 출신의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21일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40대 기수론의 종지부를 찍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여준 언론의 태도는 '보여진야(保與進野)'. 보수언론은 여당편에 서 있고 진보언론은 야당편에서 보도를 하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지역언론도 비슷한 처지였다. 김태호 총리내정자의 자진사퇴 이후 <경남도민일보>가 8월 30일자 신문 1면에 김주완 편집국장 실명으로 "권력 감시역할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반성문을 게재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김태호 전 총리 내정자는 2004년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후 6년 동안 경남도지사 직을 수행했다.
<경남도민일보>는 "두 번이나 경남도지사로 재임하던 동안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지역언론은 그의 권력남용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 했다"면서 "새로운 의혹이 드러날 때마다 '저런 문제도 있었나?'하고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역신문 종사자로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반성했다.
지역언론이 가까운 거리에서 김태호 총리내정자를 감시해온 역할에 비추어 본다면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과 중앙언론의 끊임없는 의혹제기를 뒤따라 보도하기에도 벅찼다.
김주완 편집국장은 "경남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불러 쓰고, 관용차와 운전기사를 자신의 아내에게 제공한 사실도 그의 재임 중에 짚어내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도지사 시절 그의 재산이 갑자기 늘어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연봉과 생활비, 채무관계"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고, "'은행법 위반'으로 밝혀진 선거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규명해볼 생각"조차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번 김태호 총리내정자의 각종비리와 의혹에 대해 지역언론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권에서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에 가까운 경남도의회가 제대로 된 감시·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자환 <민중의소리> 기자는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이 어울리듯 한나라당 출신의 도지사와 한나라당 출신 도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경남도의회가 의회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단체장과 지역언론의 유착내지 밀월관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누구인가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내정소식이 알려지자 앞다투어 '경남의 아들'이라고 기뻐하던 지역언론. 청문회 과정에서는 침묵이 '경남의 아들'을 지켜내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다음은 반성문 전문.
[반성문] 권력 감시역할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낙마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가 두 번이나 경남도지사로 재임하던 동안 <경남도민일보>를 비롯한 지역언론은 그의 권력남용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습니다.경남도청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불러 쓰고, 관용차와 운전기사를 자신의 아내에게 제공한 사실도 그의 재임 중에 짚어내지 못했습니다. 도지사 시절 그의 재산이 갑자기 늘어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연봉과 생활비, 채무관계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습니다. '은행법 위반'으로 밝혀진 선거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규명해볼 생각조차 못했습니다.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수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김 전 지사의 해명만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번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새로운 의혹이 드러날 때마다 '저런 문제도 있었나?'하고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역신문 종사자로서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그 분들의 말은 '그동안 지역언론은 뭘했나'라는 힐난과 추궁이었습니다.특히 '일면식도 없었다'던 박연차 전 회장과 2006년 2월 나란히 찍은 사진이 한 지역신문에 실려 있다는 사실이 서울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의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정말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한편으로는 경남이 낳고 키운 인물이 연일 난타당하는 모습을 보며 이른바 '중앙 무대'의 '촌놈 신고식'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증폭만 시킨 채 허망하게 무너지는 '경남의 아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역언론의 감시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했었더라면 사전에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그럼에도 우리는 '보수적인 지역 정서'와 '기득권층의 저항'을 핑계삼아 변죽만 울리는 비판으로 면피하고 자위해왔습니다. 그 결과 의혹투성이 상태로 내보낸 '경남의 아들'이 끝내 국민 여론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사전에 지역언론이 제역할을 했다면 적어도 경남도민까지 덤터기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일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뼈저리게 반성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방권력에 대한 용맹스런 감시견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촉망받는 인물, 권력이 큰 자리일수록 더 엄격한 잣대로 검증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blog.daum.net/gnccdm 경남민언련 블로그에도 포스팅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서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